2022.10.26 23:08
- 1994년작입니다. 한국에선 그 다음 해에 개봉했지만요. 런닝타임은 국내 개봉(삭제)판이 1시간 50분, 무삭제판이 2시간 13분이구요. 스포일러... 있어요. 이 정도 영화면 굳이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ㅋㅋ
(이런 추억의 영화류의 포스터를 고를 땐 그냥 제게 가장 익숙한 걸로 고릅니다.)
- 어쩌다보니 본의가 아니게 여러 번 보게된 영화였습니다. 한 번은 학교에서 일이 일찍 끝나 집에 돌아가려다가, 벌건 대낮에 귀가하는 게 싫어서 극장에 갔더니 요게 하고 있길래 그냥 봤어요. 뭐 재밌었죠. 며칠 후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는데 저 빼고 다 이걸 안 봤다길래 또 봤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에 친구랑 비디오방(아마 거의 초창기였죠)에 갔는데 그 놈이 이걸 보고 싶다길래 또 봤구요. 연말엔 누나가 비디오를 빌려왔길래 또 보고. 그러다 언젠간 명절 티비에서 해주는데 다른 할 일이 없어서... 등등등. 근데 아마 저 정도로는 특별히 많이 본 편에 속하지도 않을 거에요. 그 시절 이 영화의 한국 인기를 생각하면 말이죠.
(이 장면과 의상, 조합은 대체 한국에서 몇 번이나 패러디됐을까요. ㅋ)
- 그렇게 많이 봤지만 21세기 들어오고나선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거에요. '확장판'도 안 봤습니다. 그렇게 20여년만에 다시 보면서 당연히 '지금 보면 아무래도 좀 별로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죠. 그 세월 동안 뤽 베송의 네임 밸류도 많이 변했구요. 또 나이 먹은 아저씨와 12세(...) 소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도 거슬릴 것 같고. 혹시 게리 올드만의 스탠 연기도 지금 보면 똥폼 아닐까? 등등 생각을 하며 봤는데요.
어라? 의외로 지금 봐도 되게 재밌네요. ㅋㅋㅋ 처음 재생할 땐 조금 보고 끌 생각이었는데 그냥 끝까지 한 번에 달려 버렸어요.
(끊김 없이 촥촥 내달리다가 조용히 마무리 되는 도입부의 액션 시퀀스는 지금 봐도 참 처음부터 끝까지 리듬감 있게 잘 짜여졌다 싶었구요.)
- 그러니까 영화가 되게 소박하면서 알찹니다.
당시에도 블럭버스터 같은 건 아니었지만 지금 보면 훨씬 더 그래요. 배경이 뉴욕이라지만 리틀 이탈리아라는 구역을 벗어나지 않고 또 실제로 이런저런 사건들이 벌어지는 공간은 빈민가의 아파트 아니면 허름한 모텔방과 그 앞 복도로 끝. 대단한 폭파씬도 없고 뭐뭐... 요즘으로 치면 한국산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 해도 '액션 영화'라는 타이틀을 걸고 만든다면 이보단 훨씬 스케일이 클 거에요.
그런데 거기 들어가 있는 액션 장면들이 하나 같이 다 아이디어가 있고 볼거리가 풍부합니다. 도입부의 그 공포 영화삘 연출도 좋구요. 스탠과 부하들이 마틸다 가족들을 살해하는 부분도 복잡한 아파트 구조와 음악을 활용해서 평범한 학살 장면(?)을 되게 긴장감 넘치게 만들죠. 또 마지막 경찰 특공대와 레옹이 벌이는 일전은 도입부의 그 호러삘을 재활용하는 듯 하면서도 그 좁아 터진 공간을 알차게 활용하면서 레옹의 먼치킨급 전투력을 맘껏 과시합니다. 뭐 좀 능력치가 과다해서 만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영리하게 잘 찍어서 재미란 게 있구요.
(어차피 뻔히 문 열어줄 상황인데도 긴장감 있게 연출을 잘 했습니다. 나탈리 포트만 연기도 훌륭하구요. 특히 문 열리는 순간이 참.)
- 정말 의외였던 건 드라마 쪽이었습니다.
어차피 다 아는 이야긴데 뭐 별 거 있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장면장면에 디테일과 캐릭터에 대한 암시 같은 게 가득 채워져 있더라구요. 마틸다의 고통과 당돌함이나 레옹의 외로움과 순박함, 둘이 만나서 서로에게 주는 위로. 이런 게 처음부터 주욱 참으로 착실하게 빌드업이 되어 채워져갑니다. 따져보면 참 단순하고 나이브한 이야기이긴 한데, 어쨌든 되게 성실하게 들려주는 단순하고 나이브한 이야기였어요. ㅋㅋ 뤽 베송이 이 시절까진 참 유능한 감독이었구나. 뭐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 아가아가한 포트만씨 보세요. 어이구...)
- 사실 그 이야기 자체는 뭐랄까... 문제(?)도 있고 또 한계도 있고 그렇죠.
일단 거의 동화나 어린이 소설 수준으로 이야기가 심플하고 나이브합니다. 고독한 두 사람이 살았대요. 그러다 둘이 함께하게 되어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나아쁜 사람들 때문에 영영 이별을 하게 되구요. 남겨진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을 생각하며 굳세게 살았답니다... 이런 이야기를 그다지 '현실적'으로 치장할 생각 없이 걍 직설적으로 들려주는데요. 레옹, 마틸다, 스탠 요 세 사람의 캐릭터가 그런 동화풍 이야기에 잘 맞게 설계가 되어 있어요. 레옹의 비현실적인 순박함이나 스탠의 초현실적인 사악함, 그리고 마틸다의 맥락 없이 격렬한 사랑 같은 것들은 하나하나 궁서체로 따져보면 말이 안 되지만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오히려 그게 적절하게 잘 어울립니다.
물론 단순하게 캐릭터 설계에만 공을 돌리자면 섭섭한 게 배우님들이죠. 장 르노, 게리 올드만에다가 뤽 베송이 발견해 데뷔 시킨 나탈리 포트만까지. 이 세 사람은 정말 문자 그대로 '완벽합니다'. 셋 모두 강렬하게 시선을 잡아 끌면서 어떤 의미로든 정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줘요. 이 분들의 기나긴 연기 경력들에 당연히 이 영화의 역할보다 훨씬 깊이 있고 멋진 역할들이 있었겠지만, 제게 이 세 분은 이 영화가 베스트입니다. ㅋㅋㅋ 어쩜 이렇게 좋은 배우들을 아주 맞춤으로 딱딱 뽑아놨는지. 캐스팅 담당자 상 받았어야!
(사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이 분입니다. 레옹 껒... ㅋㅋㅋㅋ)
(아직까지도 사이코 악당류 캐릭터 중 갑이라고 생각해요. 캐릭터와 배우가 서로서로 너무 잘 만났죠.)
- 그리고 뭐냐 그... 지금 와서 즐기기에 이 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그 40대 아저씨와 12세 소녀의 사랑. 이건 좀 애매합니다.
물론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어떻게 안 그럴 수 있겠어요. 영화가 개봉됐던 90년대 중반의 대한민국에서도 '아 영환 좋은데 그건 좀'이라는 반응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었는데 지금 와서야 말 할 것도 없죠.
근데 여기에선 좀 아이러닉하게도, 인정사정 없는 검열의 칼날이 한 몫을 해줬습니다. 정확히는 미국에서 관객들 반응 때문에 잘라낸 버전을 한국에서도 그대로 튼 걸로 알고 있는데요. 오리지널에 존재하는 선을 넘는 듯한 부분들을 다 퍄퍄퍅 잘라내 버려서 딱 '그냥 불쌍한 애들끼리 동병상련인지 진짜 연애질인지 애매하군' 이라는 선을 지켜줍니다. 물론 마틸다는 처음부터 대놓고 '내 사랑~' 이러고 달려들긴 하지만 뭐 12세니까 그러려니 할 수 있잖아요. 문제는 레옹의 반응인데, 국내 개봉판의 이 정도 선이면 대충 '아 뭐 그냥 인류애라고!' 라고 정신승리를 시도할 수 있을만큼은 돼요. ㅋㅋ
그리고 이걸 좀 거들어주는 게 앞서 말한 캐릭터들의 비현실성입니다. 특히 레옹이요. 20년 넘게 살해 기술자로 살아온 40대 아저씨지만 순수하고 순박한 영혼의 소유자라구요!! 라는 말도 안 되는 설정 덕에 '저런 놈이라면 진짜로 걍 순수하게 사랑할 수도 있겠네' 뭐 이런 기분이 들거든요. ㅋㅋㅋㅋ
(레옹이 잡힌 마틸다를 안 구하러 갔다면 이런 식의 해피 엔딩이!!!)
-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참으로 새삼스럽게 감탄했던 건 당시 뤽 베송의 단짝 파트너였던 에릭 세라의 음악입니다. 분명한 20세기 스타일 영화 음악이거든요. 자신의 존재감을 팍팍 드러내며 화면을 휘어잡는 식의 음악 사용이 많은데요. 영화 속 장면들에 아주 맞춤으로 리듬 박자 마무리까지 딱딱 맞아 떨어지게 만든 이 음악들은 그냥 듣기에도 좋으면서 영화의 비장하고 애잔한 분위기를 참 잘 살려줍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생각이 났죠. 저 이 영화 OST 사서 마르고 닳도록 들었거든요. 아마 그 테이프가 베란다 박스 어딘가에 아직도 처박혀 있을 텐데...
(그냥 느낌이 맘에 들어서 올려보는 사진.)
- 대충 정리하자면요.
그 때도 그랬지만 지금 보면 몇 배로 더 소박한 액션물이자 동화 같은 로맨스입니다.
"12살짜리 꼬맹이랑 뭐하는 짓이냐!!!"만 잠시 접어 두고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면 지금 봐도 촌스럽거나 모자란 부분을 찾기 힘들게 잘 만들었어요.
위에서 했던 말을 재활용해서, 영화가 참 소박하지만 알차게. 빈 틈 없이 잘 만들어져 있더라구요. 마지막 화분 심기 장면 같은 건 지금 봐도 나름 찡하구요.
솔직히 추억 버프를 완전히 배제한 평이라곤 말씀 못 드립니다만. 그리고 뭐 대단한 메시지나 테마를 품고 있는 영화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재밌어요. ㅋㅋ 캐릭터들 매력적이고, 액션 심플하면서 재밌게 잘 짰고, 이야기 날렵하게 딱 할 얘기만 하고 빠지구요. 다시 한 번 재밌게 잘 봤습니다.
+ 그냥 올레티비에 있는 개봉판으로 본 후에 추가 장면(사실은 '추가'가 아니라 '복원'이 맞겠죠)이 궁금해서 왓챠로 빨리 감기 해 가며 확인해 봤네요.
대략 마틸다가 '클린'을 배운다고 레옹 따라다니면서 실제 임무에서 도우미 활동을 하는 장면들. 그리고 후반에 레옹이 마틸다에게 결별을 선언하는 장면. 마지막으로 마틸다가 레옹이 선물한 옷을 입고 나와서 한 번 해달라(...)고 조르니 레옹이 자신의 망한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 정도가 추가됐습니다.
그러니까 어린애가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장면, 어린애가 어른 남자에게 성적으로 어필하는 장면을 잘라낸 거더라구요. 이 장면들을 보면 이야기 전개가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맞게 되긴 하는데, 사실 전 잘린 버전으로 볼 때도 딱히 개연성에 문제를 느낀 적이 없어서 '이 정도면 잘 잘랐네 뭐' 라고 생각했습니다. ㅋㅋ
++ 거의 어디에서도 언급되는 꼴을 보지 못한지 대략 20년이 되어가는 말, '누벨 이마주'가 오랜만에 생각났네요. '누벨 바그'랑 시리즈로 붙여 준 이름이었을 텐데. 요 이름으로 묶였던 신예 감독들이 나중에 다 중구난방 버라이어티한 길로 흩어지기도 했고. 또 생각해보면 애초에 되게 애매한 개념이기도 했습니다. 그냥 개성적이고 폼나는 이미지를 중시하는... 뭐 이 정도였는데. 당시 평론가들이 뭔가 '뭐라도 새로운 사조가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맘으로 성급하게 라벨링 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암튼 그래서 이 '레옹'이 나왔을 때 뤽 베송에게 진지하게 배신감을 토로하는 비평가들도 좀 있었던 게 생각났어요. 그 분들은 나중에 '테이큰'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하하.
+++ 이 영화의 그 '누군지 맞혀보세요' 놀이 장면을 볼 때마다 극장에서 제 앞에 앉아 있던 커플, 그 중에서도 남자분 생각이 납니다. 레옹이 간신히 '진 켈리!'하고 맞히는 순간 크게 껄껄 웃으며 '야야 짐 캐리래 짐 캐리~~~ 하하하' 라고 하셨...
++++ 그러고보니 이런 영화들은 어린이들이 참말로 중요하군요. 다코타 패닝에 나탈리 포트만에 김새론. 짱 멋진 아저씨에게 구원 받기 위해서는 연기 신동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 레옹이 보스로 모시는 '토니' 아저씨 있잖습니까. 이 캐릭터는 생각해보면 좀 신기합니다. 레옹과 이 아저씨의 관계를 보면 떠오르는 게 무슨 염전 노예라든가(...) 아님 박수홍 가족이라든가... 뭐 그렇거든요. 그런데 희한하게 별로 밉지가 않아요. 어찌보면 스탠보다 더 나쁜 놈인데 말이죠. 배우의 연기 탓일까요. ㅋㅋ 암튼 막판에 마틸다 앉혀 놓고 '은행은 망해도 나는 안 망해' 드립을 또 우리는 걸 20년만에 보면서 낄낄 웃었습니다. 그 아저씨 참.
2022.10.27 01:20
2022.10.27 02:20
제 체감으로는 한국에서의 스팅 인기는 '폴리스' 시절보다 요 '레옹' 개봉 후부터 몇 년 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 정도로 인기 대박이었죠 그 노래. 정말 분위기 너무 잘 어울리게, 딱 칼 타이밍으로 흘러나오며 많은 사람들 찡하게 했던. ㅋㅋㅋ
뤽 베송은 정말 그동안 모아왔던 공력을 이 영화 각본과 연출에 다 쏟아 부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 영화가 훌륭했고, 그 후론... (으악 제5원소. ㅠㅜ) 전 제가 이 영화를 그렇게 좋아했거나 열심히 봤다는 기억은 없는데. 이번에 보면서 깨달았어요. 뭐 좀 중요한 장면만 나온다 싶으면 자동으로 머릿 속으로 대사가 정확하게 재생되더라구요. 영어 잘 하지도 못하는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뤽 베송도 그런 쪽 구설수가 있었군요. 그러고보니 옛날에 얼핏 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암튼 쇼비니지스 사람들이란...;
나탈리 포트만은 뭐랄까. 그냥 사람이 많이 강한 사람 같다는 느낌이 있어요. 말씀대로 경력상 큰 부침은 없었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배우들 같으면 맘고생 하다가 멘탈 나가서 사고를 치든 뭘 하든 할만한 시기는 분명히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이렇게 잘 버텨내며 잘 사네요.
그래서 포트만의 전설의 레전드 영상을 오랜만에 다시 봤습니다. ㅋㅋㅋㅋ
2022.10.27 16:45
제 5원소는 저도 정말 재미없게 봤어요. 국내에서도 레옹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인기가 있는 그 시절 외화인데 그냥 밀라 요보비치의 매력 말고는 도무지... 그러고보니 당시 미성년자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꽤나 연하인 요보비치를 꼬셔서 결혼까지 골인했던 뤽 베송은 참 취향도 꾸준했던 사람인 것 같고..
사실 레옹이 원래는 제 5원소 찍으려다가 브루스 윌리스 스케쥴 때문에 촬영이 밀리면서 남는 시간에 후다닥 쓰고 찍은 작품이라는 것도 놀랍죠.
2022.10.27 18:13
전 정말 격하게 실망했는데 사람들이 꽤 좋아하는 걸 보고 당황해서 입을 다물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친구들이랑 극장 몰려가서 봤거든요. ㅋㅋ
아 그런 사연이 있다는 건 몰랐네요. 브루스 윌리스 스케줄을 칭찬해줘야겠어요. 하하.
2022.10.27 07:54
2022.10.27 08:26
전 이 댓글로 뒤늦게 그걸 처음 알고 껄껄 웃고 있습니다. ㅋㅋㅋ 어쩐지 영문으로 검색하면 뭐가 안 나오고 자꾸 한국에 있는 카페나 회사 이름만 나온다 했더니... 그런 거였군요!!
2022.10.27 09:14
홍콩 느와르는 일본에서 먼저 쓰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땐 일본 문화계에서 쓰는 용어는 생각없이 다 따라했죠.
2022.10.27 09:14
2022.10.27 10:42
맞아요. ㅋㅋ 니키타에선 굉장히 살벌하게 나왔죠. 확장판에서 레옹이 본인 과거 얘기하는 걸 보면 같은 인물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그 캐릭터를 가져다가 확장 시켜서 만든 게 레옹인 건 맞을 듯.
총 맞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서 그렇게 처리한 게 센스 있다고 생각했어요. 뒤에서 귀신처럼 스르륵 나타나는 스탠 반장 모습도... ㄷㄷㄷ
2022.10.27 09:29
저는 이 영화가 '번지점프를 하다'를 봤을때와 비슷한 이유로 불편했습니다. 영화 말미에 레옹이 신나게 쏴죽이는 사람들이 악당들도 아니고 아무 잘못도 없는 경찰들이죠. 어느 누구도 그사람들이 죽어가는 거에는 관심조차 안두더라고요. 그리고 그 쏴죽이는 주인공은 사회통념상 악인이고요. 전 이게 서양사람들이 홍콩 느와르를 잘못 이해해서 나오게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뤽 베송은 '니키타'에서부터도 홍콩 총싸움 영화에서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는 걸 드러내고 있었는데 그 기반에 깔린 싸나이들의 의리라거나 중국식 영웅관 같은 게 서양사람들 의식구조에는 이해하기 힘든 거였을 거라고 생각해요.(사실 저도 잘 이해를 못했었어요ㅎㅎ) 그래서 외적인 스타일만을 흉내내면서 나온게 킬러 주인공이 무고한 사람들을 쏴죽이는 영화였을거라고...
뤽 베송하면... 뤽 베송이 스필버그를 존경한다는 말을 했다고 배신자 취급을 하던 영화잡지 코멘트가 기억나요. 그당시 스필버그는 영화에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적이었고 스필버그를 까기만 하면 시네필이 될수있다고 믿고있던 시절인데 차대세 프랑스 영화예술을 이끌어갈거라 믿었던 기대주가 스필버그를 추종한다는 말을 하니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ㅎㅎ
영화속에서 주인공 이름을 리온, 아니면 레오네라고 하는것 같더군요. 미국 배경이고 이탈리아계 인물이니까... 그래서 영화제목이 레옹인게 맞는걸까...? 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뭐 주연배우 이름도 들어보면 죵 레노라고 하는것 같던데 장 르노라고 하고있으니까...
2022.10.27 10:53
아. 그러고보니 그 생각을 한 번도 못해봤군요. 스탠 부하들이야 마틸다 가족을 죽인 죄가 있다지만 막판의 경찰들은 무고한 사람들인데... ㅠㅜ 그러고보면 감독이 영악한 것 같아요. 그 경찰들을 은근슬쩍 악당처럼 묘사해놨거든요. 게다가 그 뒤에 스탠이 있으니 별 이유 없이 악당 이미지가! ㅋㅋ
홍콩 느와르 정서는 그냥 근본적으로 서양이랑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겉보기엔 되게 닮아 보이던 '히트' 같은 영화도 그렇고 뭐랄까... 서양 쪽이 선악 구분이 훨씬 상식적(?)이고 심플(?)한 느낌이더라구요. 어쨌든 악인은 악인!! 나쁜 짓 하면 나쁜 놈인데 뭔 경찰이랑 우정이야!!! 이런 느낌으로. 하하.
맞아요 정말 스필버그는 공적이었죠. 인디아나 존스는 미국의 문화 제국 주의를 정당화하는 나아쁜 영화이며 언제나 보수적인 가치관을 깔아 놓은 영화를 만들어 '이티' 같은 영화로 싱글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등등의 글들을 엄청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래서 그 시절엔 저도 뭔가 스필버그를 좋아하면 안 될 것 같은 맘에 번뇌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ㅋㅋㅋ
프랑스 회사에서 프랑스 감독이랑 프랑스 배우로 만든 영환데 왜 굳이 이탈리아 사람으로 했을까. 가 이상하더라구요. 뉴욕에 리틀 이탈리아는 있어도 리틀 프렌치는 없나보다... 하고 말았습니다만.
2022.10.27 11:02
매트릭스 경찰서 씬에서 네오의 총알세례를 받는 경찰들도 사실 무고한 사람들이긴 하죠. 생각해보면 레옹이 그동안 죽어 마땅한 악당들만 골라 죽였다고도 생각하진 않아요. 건물내에서 그레네이드 런쳐같은걸 쓰는 SWAT들도 딱히 제대로 된 놈들인것 같지 않구요.
2022.10.27 12:29
그렇죠. 당연히 나쁜 놈인 건데 그냥 영화 속에서 어떻게 보여주느냐... 인데. 그냥 스탠 패거리만 상대하는 건 갸들이 워낙 나빠서 그럴 수 있는데 듣고 보니 마지막은 확실히 좀. ㅋㅋ 그래서 뤽 베송도 일부러 인상 험악한 배우들 골라 뽑아다가 마치 악당처럼 행동하게 한 것 같네요.
2022.10.27 12:33
가끔 뭐하러 굳이 스탠을 경찰로 설정했을까 싶기도 해요 ㅋㅋ 사실 처음에 데리고 등장하는 패거리들만 보면 진짜 전형적인 갱스터인데 말이죠.
2022.10.27 12:36
그게 갱스터가 그러는 것보다 경찰이 그런다는 게 더 임팩트가 더 크다고 생각했겠죠. 하는 짓들 보면 도저히 말이 안 되지만 말이 안 되니까 더 임팩트는 있던. ㅋㅋㅋ 근데 그러는 바람에 클라이막스에 경찰이 떼죽음을 당하게 됐네요. 레스트 인 피스...
2022.10.27 13:07
2022.10.27 18:16
20세기 차가운 도시 남자들의 로망 같은 거 아니었으려나요. ㅋㅋ 사실 그래서 20세기에 나온 이런 이야기들엔 별 거부감이 없습니다. 저도 그 시대의 일부였으니.
만약 만화책 같은 이야기죠. 그냥 그러려니 믿어주고 즐깁시다!!! 라는 게 잘 안 되면 그렇게 좋아하기 힘든... ㅋㅋ
2022.10.27 16:20
2022.10.27 18:17
중년 남자 예술가들 환타지 같기도 하구요. 특히 20세기... ㅋㅋ
들국화의 전설 때문에 전인권씨에게 갖고 있던 좋은 감정이 파사삭 파사삭했던 사건이었죠. 오랜만에 다시 기억을 떠올려보니 또 기분이... =ㅅ=
2022.10.27 18:28
2022.10.27 21:20
네. 한 번 지른 것까진 그러려니 했어도 그 다음엔 좀 침묵하는 게 좋았을 텐데. 끝까지 '맞다고! 우린 그런 사이였다고!!' 라고 외치는 걸 보니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안 차리는 것 같고 이래저래 실망이었습니다. 아주 많이.
저도 한 때는 진짜 질리도록 봤는데도 전혀 질리지 않는 그런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비디오로도 많이 빌려다봤고 채널 돌리다가 나오면 항상 끝까지 보게되고 한 2010년대쯤? 들어와서부터는 뜸해진 것 같습니다. 지금의 렌즈로 들여다볼때 심히 걸리는 언급해주신 그런 부분들이 있기는 한데 오락영화로서의 완벽한 재미에 마지막 "He deals a card~"와 함께 온몸이 찌릿한 전율과 여운을 오래 남겼던 그시절 어지간해서는 다들 열광할법한 그런 명작이었어요.
액션씬의 양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아도 말씀대로 굉장히 다 나름 참신하고 알짜게 짜여졌죠. 스탠이 그 유명한 마약흡입으로 시작해서 마틸다 가족을 무참히 살육하는 장면의 동선과 카메라무빙이 참 아름답게(?) 짜여졌었고 밖에서 망보던 부하가 바짝 긴장해서 동료에게 쏠뻔하던 그런 연출도 대단한 감각이라 생각해요. 마지막에 완벽하게 탈출 성공!한줄 알았던 레옹의 시점에서 탈출구를 향하다가 화면이 붉게 변하면서 쓰러지는 것을 표현한 연출도 천재적이고 하여간 이시절에 뤽 베송이 영화 만들던 솜씨는 인정해줄만한 것 같습니다.
"12살 꼬맹이랑 뭐하는 짓이냐!" 부분은 한동안은 뭐 그시절 아재 작가 겸 감독들이 다 그런 감성과 판타지(?)로 이야기 만들고 그랬었지하고 대충 신경쓰지 않았었는데 당시 실제로 미성년자 애인을 오랫동안 사귀었는데 그루밍 굉장히 의심되는 상황이고 미투 때 걸렸던 것들 보면 이젠 정말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그래서 최근엔 더 재감상할 마음이 안생기는 것도 같아요.
+ 하여간 나탈리 포트먼은 사랑입니다. 아역스타 출신으로 그렇게 큰 부침없이 성인이 되서도 스타, 배우 양쪽 모두 안정적으로 안착한 가장 모범적인 예 같아요. 기껏해야 2000년대 초중반 쯤이었나 작품별로 연기 기복 심하다 이런 소리 좀 들었던 정도로 기억하는데 오스카 수상 이후로는 거의 없어진 것 같고... 그런데 위에 미투 언급 때문에 생각났는데 이 작품 출연 후 처음으로 팬레터 받아보고 두근두근 하면서 열어봤더니 널 강간하겠다 뭐 이런 내용이 쓰여있었다고 하죠;;;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