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6 13:43
Bullitt, 1968
피터 예이츠 감독, 스티브 맥퀸, 재클린 비셋, 로버트 본
어제 underground 님이 알려 주셔서 정말 오랜만에 방송국 송출 영화를 보았습니다. 보며 시작 전에 놀란 것은 ebs의 광고량이었고 더우기 정말 놀란 건 영화 중간을 끊고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었어요. 언제부터 이랬는지 모르지만 영화 중간에 광고를 넣는 걸 보니 심란했어요. 그것도 ebs인데요. 시청료 받아서 다 뭐하는지 모르것네요.
그리고 잦은 블러처리. 담배에 그러는 건 예전에도 봤지만 파이프 물고 있는 것까지 블러...ㅎㅎ 웃겼습니다. 제가 방송 통해 영화를 안 본 기간이 길긴 길었나 봅니다.
이 영화는 오래 전에 한 번 봤는데(매체는 기억이 안 나네요) 어제는 화질이 어떨까 궁금해 시작했다가 끝까지 봤어요. 화질 깨끗했고 이전보다 더 영화가 좋게 느껴졌습니다.
검색해 보니 애플티비에 있는 거 같은데 이용 중이시면 추천드려 보아요.
형사 1인이 주인공인 영화죠. 이상적인 형사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 해리'처럼 과격함을 과시해서 너 폭력? 좋다, 나는 더 폭력이다,라는 식으로 막나가며 능력발휘하는 형사 영화와는 많이 다릅니다. '더티 해리'가 1971년 작이라네요. 몇 년 사이에 세상이 그만큼 더 험악해졌나 봅니다. '더티 해리'도 재미있지만요. 블리트가 총을 손에 드는 건 영화의 마지막 공항 장면에서 딱 한 번 나옵니다. 그 이전에도 암살자를 쫓아 달리고 암살자의 산탄총 위협을 받기도 하는데 총을 꺼내지 않아요. 형사로서 실무에 능숙하고 조근조근 일 잘 하면서 타협없이 끝까지 밀고 나가서 마무리하는 사람입니다. 그 과정에 체력과 능력이 필요할 때는 여지없이 내보여서 관객을 감동시키는 것이지요.
엄청나게 폼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혀 폼을 잡지 않으면서 폼이 난다는 것입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영화의 줄거리도 원작 소설을 잘 각색했는지 중요한 뼈대를 잘 세우면서 사소한 디테일도 살려가며 끝까지 재미를 유지했습니다. 블리트가 퇴근길에 집앞 슈퍼에서 채소가 싱싱한지 냄새를 맡고 냉동 식품을 잔뜩 사는 장면, 이런 거 재미있지 않습니까. 재클린 비셋과 나오는 장면들은 서비스 장면인 거 같기도 하고 요즘 시각으로 봤을 때 좀 아쉽습니다. 전체적으로 주인공이 너무 멋지지 않나 생각이 들긴해요. 어쩔 수 없죠 뭐. 스티브 맥퀸의 외모를 한 형사가 올바른 가치관에다 능력이 있는데, 게다가 말수도 적은데, 이야기에 큰 하자가 있지 않은 한, 어떻게 안 멋질 수 있단 말입니까!
많이 회자되는 자동차 추격신은 다시 봐도 감동적이었어요. 생생한 실감면에서 요즘 영화와는 달랐습니다. 스티브 맥퀸이 직접 운전했다고 합니다. 아주 위험한 장면이 하나 있는데 제 생각에 그것 제외 대부분을 운전했을 것 같습니다. 스티브 맥퀸은 본인이 자동차 경주에 관심이 많아 실제로 유럽의 레이스 '르망24'에 출전했고 영화도 만들었었지요. 이 영화의 감독님도 다른 영화의 자동차 추격 장면이 인상적이라 맥퀸의 추천으로 맡게 되었다는 걸 읽었어요. 그러니 이 영화의 즐거움 중에 10분 정도 진행되는 자동차 추격장면은 소문난 잔치에 확실히 먹을 게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 공항의 추격 장면도 좋은 볼거리이고요.
중요한 감상 포인트로 또 짚고 싶은 것은 샌프란시스코의 경관입니다. 거리와 주택가와 건물들, 그리고 지나 다니는 사람들과 군중들. 60년대 후반의 샌프란시스코입니다. 볼거리로 충분했습니다. 추천 두 번 날리면서 이만.
2022.10.16 14:11
2022.10.16 14:47
맥퀸의 얼굴은 이상합니다. 별로 표정 변화가 없는데도 상황 따라 극적으로 느껴져요. '겟어웨이'도 다시 보고 싶네요.
자동차 추격씬은 보는 사람이 차에 타고 달리는 듯한 물리적인 느낌이 있었어요. 관객들 정말 좋았겠죠.
2022.10.16 14:31
평을 보니 저도 재밌게 볼 것 같은 영화로군요. 어디 볼 수 있는 곳이 있나 찾아봐야...
담배, 칼 검열은 정말 언제까지 변경 없이 이대로 가려나 흥미롭습니다. 대체 말이 안 되지 않나요. 차라리 걍 담배 나오는 영화들 싹 다 틀지를 말든가. 한 밤중에 등급 매겨 놓고 틀면서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어요. ㅋㅋ
2022.10.16 14:49
기회되시면 보시길 바랄게요.
어제 모처럼 블러 화면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아주 이상했어요. 요즘 청소년이 저런 영화 보면서 담배 피는 장면에 영향을 받는다고 진짜로 생각하는 걸까요.
거의 유일하게 본 맥퀸 출연작인데 왜 당대 대체불가한 무비스타였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 장보는 씬 참 재밌었어요. 집에서 TV 디너 먹는 그런 디테일들... 위험천만한 일들을 겪는 경관이지만 어쨌든 평범한 직장인이다 뭐 그런 걸 보여주는 씬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자동차 추격씬은 초대형 블록버스터에 눈높이가 올라간 지금봐도 정말 대단합니다. 당시에 극장에서 본 관객들은 얼마나 황홀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