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인씨의 "엿 먹어라"

2014.05.01 18:06

soboo 조회 수:5232


 전 별로 욕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요.


 모종의 회유나 협박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설령 그런 협박이나 회유에 넘어갔다 하더라도 그를 욕할 수가 없어요.


 그런게 없이 그냥 이 양반이 변덕이 죽을 끊는 타입이라 엿먹어라 하고 철수한 것이라 해도 별 감정이 없어요.


 결정적으로 그는 아무런 잘못을 한게 없거든요.


 

 이종인씨는


 그 배가 사고가 날만한데도 감독을 허술히 한 책임자도 아니에요.


 그 배가 복원력을 상실해서 기울어지는데도 빠르게 승객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선장 이하 선원도 아니었구요.


 사고가 나고 승객들은 내 팽개치고 먼저 줄행랑을 친 선장도 아니었고


 사고가 난뒤 개판 오분전이 되어 희생자를 늘인 해경도 아니었고


 전체 재난의 상황을 초기에 구조보다는 인양, 수습으로 판을 짜버린 정부 책임자도 아니었죠.


 

 사실 이종인씨가 사업적 이득을 장기적으로 취할 목적으로 현장에 왔을 것이라 전 생각을 했어요.


 그냥 순수한 선의?로 왔다면 더 의심스러웠을거에요. 


 전 그런 선의를.... 매우 불안해하고 경계하거든요. 왜? 책임을 지울 수 없으니까.

 


 김어준이 오늘 폭로한 내용중에


 해당 해역에서 해경이 수난사고를 통제한다고 하더라도


 딱 한개의 업체만 독점 지정하여 작업을 해야 한다는 규정은 그 어디에도 없으며


 도리어 해경총장은 민관군의 어떤 물적 인적 자원을 동원할 수 있다고 해요


 

 특정 업체 위주로 현장 수색작업이 진행되도록 판을 짜버린 해경이 문제입니다.


 특정업체 위주로 진행하는데 군 특수부대까지 배제하고....소방헬기까지 배제할 정도였고


 그런 독점과 배제의 과정에서 살릴 수도 있었던 많은 목숨이 사라져버렸어요.



 이종인씨는 다이빙벨이 된다는 것과 그 효용성을 보여줬지만 결국 그걸 사용할(동원가능한 잠수사들 다수를 확보하고 장악한)

 해경이나 언딘이라는 사고를 낸 청해진의 용역업체인 언딘이 그 다이빙벨을 활용하지 않으면 이종인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입니다. 

 그에게 희생과 봉사를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요.


 민간잠수사들에게 인명구조의 시기를 이미 놓치고 시신수습단계에서까지 자원봉사?를 요구한다는건 전 불합리하다고 봐요.


 제 입장에서는 이종인씨가 영웅이 되기를 바랬던 분들의 실망(특히 실종자 가족분들....ㅠ.ㅜ)이 크실테지만

 

 정부와 해경의 초기대처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다시 한번 재확인해준 이종인씨의 행동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해난사고에서 발생되는 여러가지 정부부처, 해경, 구난업체, 잠수사들.... 등등의 역학관계? 등을 알수 있었네요.


 

 김어준의 말처럼.... 


 어떤 시급한  인명구조의 절박한 명분과 구난에 참여하는 민간업체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런 시스템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종인씨의 행동들은 그 중요한 문제의식을 일깨우는데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로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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