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1 23:16
저는 아직도 이 제목을 한 번에 쓰질 못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 또다시 검색해서 붙여넣었어요. 저는 같은 감독들의 [스위스 아미 맨]에서 해리 포터가 여러모로 망가져서 등장한다고 하길래, 끝내주는 이상한 영화를 볼 수 있겠다 싶어 극장에 갔고 '음, 대중성을 위해 힘을 아꼈군.'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나름대로 즐겁게 보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깔끔하게 정리하는건 제 성향이 아닌듯 해서 아무렇게나 늘어놓도록 할께요.
몇 년 사이에 다중우주가 대중성을 얻게되는 이 시류의 근원을 뭘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로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릭 앤 모티]... 쓰고 나니 거의 대부분 마블 영화군요. 이 영화도 시나리오는 2010년부터 쓰기 시작해서 고쳐나갔는데, [릭 앤 모티]를 보고 매우 괴로웠다고 합니다. 잠시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좀 더 분열증적이 되어가는데 익숙해진다는 생각을 펼쳐볼까 했는데 (그렇잖아요? 부캐 열풍도 그렇고) 그저 마블의 술수에 놀아난 기분이 드는군요. DC도 이 게임에 뛰어드려나 보지만. (이 영화에도 루소 형제가 참여했다고 하니 마블의 그림자가 조금 느껴지는군요.)
저는 보면서 참 비유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다중우주의 갈래가 인간의 선택같은 거시적인 문제로 분화되지도 않을 것이고, 그 분화의 방향도 더 좋은 것과 더 나쁜 것으로 가치판단하지 않을 겁니다. 즉 가장 최악의 분화 위치에 있다고 해서 다른 방향으로의 점프가 더 쉽게 될리 없고, 모든 위치는 상대적이라 어떤 시작점에서 다른 위치로 가는건 동일하게 어려울 뿐이었겠죠. 인간의 관점에서 최악(?)의 위치인들 우주의 관점에서는 원자의 배열 차이였을 겁니다.
요즘 다중우주의 클리셰를 하나 골라보자면, '갈 수 있는 우주들이 다들 비슷비슷한 이유는 외부의 누군가가 조작 중이며, 어쩌면 그걸 파괴하는 결말일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에에올의 우주간 점프를 떠올려보면, 점프 요건 자체에 비슷한 자신이 거기에 있어야 된다고 하면 말이 안 맞지는 않겠죠. 에에올 세계는 절대시간축을 기준으로 모두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이고요. 중요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이쯤 떠들고...
저는 이 영화를 일부, 이블린이 자신들 중 한 명에게서 퀴어 정체성을 깨닿고 딸을 이해하게 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고백이었던 첫 점프의 요건도 의외로 의미심장한게 아니었나 싶고요. 조이 속(?)에 있는 어떤 것(?) 때문에 조이의 모든게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장면도 재미있었는데요, 그런 것도 그냥 조이 자신이란걸 왜 부모님들은 이해하기 그렇게 힘들어하시는지. 자식을 분열시켜 일부분을 악으로 절제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익숙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의 결말이 좀 의문스러워요. 인생은 충분히 허무하다, 라는 질문에 가족주의로 답한건 아니죠?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라는 그 말로 해결된 것도 아니구요. 제 기억에 가족주의스럽게 조이를 이블린이 잡고, 이블린을 웨이먼드가 잡고, 웨이먼드를 할아버지가.. 잡아 끌어 베이글에서 건져내었다가 다시 '너 하고 싶은대로 해라'하고 놓아줬던 것 같거든요. 조이가 자의로 다시 빠져 나오는거죠. (다른 우주들에서도 이중의 반전으로 구성되었죠. 역시 한 번 봐서는 안 될 영화일까요.)
여튼 자식 사교육은 적당히 시켜야지 너무 심하게 시키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인과응보를 받게 된다, 는 교훈이었습니다. 다른 것보다 어떤 면에서 중구난방인게 정말 즐거웠는데, 그 중 알파 웨이먼드가 이블린이 대처를 잘 못하자 휙 떠났다가 꽤 잘하니까 다시 돌아와서 영웅이다고 말하는 부분 같은게 재미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루할 것 같은 국세청에서 이야기 절반이 진행된다는 것도.
P.S. 장난감 눈알은 대체 뭘까요?
P.S.2 아, 시나리오가 남자 주인공이었는데 여자 주인공으로 고쳐썼다고 합니다. 남주였으면 어휴, 제 입장에선 꽤 지루해졌을 거고 보러 안 갔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성룡을 캐스팅하려다가 못 했다는 이야기를 봤는데 저는 남편 역을 못 했다는 이야기인줄 알고, 못한 게 더 낫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성룡을 주인공으로 하려고 했다고 하더군요? 음...
2022.10.22 10:20
2022.10.22 11:24
2022.10.22 22:50
어어 이름이 스테파니가 조이고 조이라고 쓰신 건 웨이몬드..겠죠? 스테파니는 전 금시초문이라 뭐지 했는데 조이 역을 맡은 배우 이름이네요.
그나저나 워낙 모든 게 뒤죽박죽 엉망이라 새삼스럽게 디테일이 궁금할 것도 없지만 단 하나 조부 투바키라는 네이밍은 어떻게 된 건지 궁금했습니다.
2022.10.22 23:11
아아.. 세상에... 잘못 쓴 겁니다. 사람 이름을 못 외워서 검색 후에 썼는데 잘못 연결했네요. 얼굴이 화끈해지고 땀이 다 나는군요. 모두 수정했습니다.
평소처럼 엄마, 아빠, 딸, 할아버지 정도로 쓸 걸 그랬어요.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부 투바키는 타밀어로 작은 총을 의미한다고 하는군요. 투바키துப்பாக்கி는 확실히 총이 맞는데, 조부는 뭔지 모르겠네요.
이 영화 자체가 여러 만화, 영화들의 오마쥬 모음이라 주인공 이블린이 시공을 관통하는 존재로 각성한 후 이 능력을 개방하였음을 나타내는 것이 장난감 눈알을 붙여 제3의 눈을 뜬 걸로 표현했다고 봅니다.
3x3 eyes 만화에서 삼지안인 여주인공 파이가 3번째 눈을 뜨지 않은 상태에선 순진하고 능력없는 먹보...인 어린애처럼 굴다가 3번째 눈을 뜨는 순간 요력 넘치고 옛지식을 다 갖고 있는 성인 인격으로 대체되는 것과 같은 듯 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