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대통령이 풍산개를 "입양"한 게 아닙니다. 문재인씨가 개인적으로 이 개를 우리가 키우겠습니다~ 하고 가져간 게 아닙니다. 북한에서 남한이라는 국가에 이 개들을 선물로 준 건데, 이 개를 어떻게 해야하나 하다가 개라는 동물의 특성 상 대통령이 바뀐다고 주인도 막 바뀌고 이러는 게 개한테 좀 몹쓸 짓이니 국가가 전대통령에게 개를 "위탁"하는 형식으로 맡겨놓은 거에요. 그러니까 국가가 받은 선물을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는 관리를 해야하는데, 문재인 전대통령님이 좀 키우던 거니 맡아주실 수 있겠느냐 해서 문재인 전대통령이 맡아놓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건 개인재산이 아니고 국가의 재산인데 이 국가의 재산을 안전하고 멀쩡하게 관리하는데는 당연히 돈이 들겠죠? 그래서 이 국가재산을 내가 "위탁"을 받았는데 왜 나한테 맡겨놓고 거기에 드는 돈은 안줘? 라고 지금 문재인이 항의를 하는 거죠. 


친구가 반려동물을 맡아달라고 해놓고 사료비랑 건강케어비랑 그냥 다 나몰라라 하고 있으면 열받지 않겠어요?


문재인이 저 개를 사비로 키워도 큰일납니다. 국가 재산을 왜 함부로 자기가 키우나요? 하다못해 군대에서 키우는 군견 같은 것도 다 나라의 재산입니다. 그런데 그 군견 키우는 군견관리병한테 사료비랑 다른 케어비용은 다 월급에서 까도록 하면 군견관리병이 항의를 안하겠습니까...


만약 생명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그 책임은 당연히 윤석열 정부한테 먼저 가야하는 거죠. 6개월째 돈 못받고 계속 본인이 덤탱이쓰다가 할 일 하라고 화를 내는 문재인이 아니라.


---


이 논쟁 자체가 너무 유치합니다. 그런데 이런 논쟁을 굳이 일으키는 조중동 언론과 비난하는데 열을 올리는 여당 정치인들을 보니 그냥 황당합니다. 돈은 드릴테니 맡아주십쇼, 해놓고 와 무책임하다 왜 생명존중 안하냐 여태 쇼한거냐 이렇게 비난만 하고 있으니.... 이 건을 본인 페이스북에 올리는 홍준표씨도 자기가 얼마나 한심한 소리를 하는지는 알고 있을 거에요. 나이먹고 저런 거에 열올리면서 전임대통령을 이렇게 흠집내야 살아나는 정권이라는 게 참 비참하게 보입니다. 정치라는 게 너무 별게 없어요. 


한편으로는 이게 "낙태" 논쟁과 대단히 유사하게 흘러간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생명"이라는 점만 강요하고, 그 생명에 대한 책임을 현재 가장 가까이에서 실천하는 사람한테 일방적으로만 묻고 있으니까요. 생명을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 생명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서로 분담하고 있는지 그 부분부터 이야기를 해야되지 않을까요. 왜 생명에 대한 책임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덤터기를 쓰고 있는지, 왜 어느 한 쪽은 계약이행을 하지 않는지 그런 걸 좀 질문해봐야하지 않을까요.


어떤 논란이 "생명"같은 아주 추상적인 명제에만 머물러있을 때 그것이 어떻게 감정으로 사실관계를 은폐하는지 좀 곱씹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의 비난은 항상 책임을 지지 않는 쪽에서 책임을 지는 쪽에게 너무 쉬운 비난거리만 만들고 끝나는 것 같거든요. 


https://news.imaeil.com/page/view/202211081112337686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31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58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011
121791 잉글랜드 졌군요 [6] daviddain 2022.12.11 506
121790 [티빙바낭] 이게 다 고윤하씨 때문입니다. '이벤트 호라이즌' 잡담 [14] 로이배티 2022.12.11 646
121789 재벌집 막내아들 + 환혼 파트2 라인하르트012 2022.12.11 489
121788 Aquarela do Brasil [11] theforce 2022.12.10 264
121787 바티스투타가 메시가 자기 월드컵 골 기록 깨길 바라네요 [4] daviddain 2022.12.10 338
121786 프래임드 #274 [2] Lunagazer 2022.12.10 96
121785 뤼팽 (프랑스 드라마) catgotmy 2022.12.10 196
121784 길예르모 델 토로도 역시 위대한 감독이네요. [11] LadyBird 2022.12.10 922
121783 [티빙바낭] 미국 작가들에겐 정신 교육이 필요합니다 - '프롬' 잡담 [6] 로이배티 2022.12.10 691
121782 다시 보기, 두 작가의 수다 [3] thoma 2022.12.10 349
121781 또? (이건 감사와 자랑의 글) [6] Kaffesaurus 2022.12.10 469
121780 lady chatterley's lover, 브로커 [3] Kaffesaurus 2022.12.10 374
121779 세상에서 가장 좋은 냄새. [6] 가봄 2022.12.09 556
121778 [왓챠바낭] 본격 사회 고발 영화에 액션 같은 걸 끼얹었습니다. '콜드 헬' 잡담 [2] 로이배티 2022.12.09 293
121777 여기, 그 곳 그리고 어디나 Lunagazer 2022.12.09 174
121776 프레임드 #273 [2] Lunagazer 2022.12.09 118
121775 뭐야 너 가끔영화 2022.12.09 154
121774 드라마 스페셜 얼룩, 영화가 딱 이정도 길이면 자주 보겠는데 가끔영화 2022.12.09 227
121773 김광석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8] catgotmy 2022.12.09 467
121772 2022 National Board of Review winners [1] 조성용 2022.12.09 27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