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0 21:04
- 2018년작입니다. 이런 인디 호러들은 영화 내용으로 제작 연대 추정하기가 힘들어요. 훨씬 묵은 영화인 줄. ㅋㅋ 암튼 런닝타임은 90분. 스포일러 없구요.
(포스터가 좀 틴에이저 섹스 코미디 영화 같은 느낌이랄까요.)
- '에반'이라는 젊은이가 황량하게 사막스러운 미국 시골로 가요. 대학생인데 방학을 맞아 형을 만나러 갔군요. 트레일러에서 혼자 사는 형은 참 상냥하지만 돌봐주는 게 좀 지나쳐서 귀찮아 보여요. 둘이 이리저리 바람 쐬러 다니다가 역시 방학을 맞아 놀러 온 한 무리의 젊은이들을 만나구요. 그 중 어여쁜 젊은이 하나랑 눈이 맞은 에반은 형을 혼자 돌려 보내고 갸들이 빌려서 묵고 있는 별장을 향해요. 그리고 밤 늦게 술 마시며 이상한 괴담 사이트 이야기들을 번갈아 낭독(?)하는 놀이를 하다가 '히스지'라는 듣보 악령 소환술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데, 이놈의 악령은 소환 방법이 너무 심플하지 뭡니까. 이름 다섯 번만 부르면 되는데 이미 글 제목이 그거였고. 당연히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요 방에서 방금 술에 꼴아 있더 놈이 조 방에서 멀쩡히 놀고 있다든가. 한밤중에 갑자기 누가 문을 막 두드리는데 나가보니 아무도 없다든가. 벼랑 위에서 경치 구경하던 친구가 갑자기 훅 뛰어 내려 버린다든가...
(형 말 좀 잘 듣지 그랬어...)
- 이미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 '히스지'라는 악령은 따라쟁이, 임포스터입니다. 자길 불러낸 사람에게 달라 붙는데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 모습으로 변신을 해요. 원래는 걍 이래저래 놀래키는 장난 정도만 치는 녀석이지만 어떤 조건이 갖춰지면 힘이 강력해져서 사람을 해치죠. 그리고 그 조건이란 사람 숫자가 딱 다섯이 되는 겁니다. 이것이 이 영화의 원제인 'Head Count'의 참된 의미... ㅋㅋㅋ 당연히 원래 존재하는 캐릭터는 아니구요. 보아하니 '캔디맨' 이야기를 갖고 살짝 튜닝해서 만들어낸 듯 하네요.
(암튼 이게 주인공이고.)
(이게 앞으로 함께 죽어 나갈 사람들이죠. 숫자 5를 갖고 장난치기 위해 인원을 좀 많게 잡았습니다. 당연히 캐릭터의 깊이 같은 건 기대하지 마시고.)
- 사실 별 거 없는 설정입니다. 얼핏 보면 재밌어 보이지만 사실 이걸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더군다나 주인공들이 이 룰을 눈치 채 버리면 거의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핸디를 가지는 악령인데요. 그래서 영화는 주어진 런닝타임을 최대한 머리를 굴려 써먹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니까 '악령이 있다!'는 걸 눈치채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요. 90분 중에 60분 정도 되어서야 주인공이 먼저 눈치를 채고, 당연히 친구놈들은 그 말을 바로 안 믿죠. 악령이 본격적으로 행동을 개시해서 사람 머릿수를 줄여나가기 시작하는 것도 클라이막스에서 벌어지구요. 그 전까진 그냥 불길한 분위기, 가벼운 장난(?)을 통한 악령의 존재감 어필 같은 식으로만 전개가 되구요. 또 이 그룹의 외부자인 주인공이 그룹 중 일부와 갈등을 빚게 해서 드라마를 채웁니다. 별 거 없지만, 애초에 별 거 없는 인디 호러라 이 정도로도 그냥 충분했다는 느낌. ㅋㅋㅋ 그러다 클라이막스에서 잠시 긴박감있게 우당탕쿠당! 하고 바로 마무리 해 버리는 거죠.
(왜 다 다섯개씩 있는 거야!! 무서워!!!!!)
(문 밖에 저거 뭐야! 무서워!!!!! ...와 같은 식인데. 슴슴하니 괜찮았습니다. ㅋㅋ)
- 뭐 길게 말할 건 없는 영화인 것인데요. 그냥 '괜찮습니다'.
다 보고 나서 생각해 보면 나름 시나리오가 세심하게 잘 만들어졌어요. 초반의 시간 때우기 전개 파트에서 사람들간의 갈등을 악령 출몰과 엮어서 분량 만들어내는 것도 적절했고. 또 '그냥 다 같이 집에 가 버리면 되지 않음?'이라는 생각이 안 들게 상황을 잘 컨트롤한 부분도 훌륭했구요. 악령의 능력도 딱 주어진 룰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애초에 되게 인상적인 무언가가 되려는 큰 야심이 없는 대신에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한 영화인 거죠. 이런 영화를 보고 나면 괜히 기분이 좋아서 더 후하게 평해주고 싶은 기분이. ㅋㅋㅋ
암튼 그러합니다. 사실 좀 썰렁한 느낌도 있어요. 사건도 많지 않고 크게 임팩트 있는 장면도 없고. 어찌보면 그냥 싱거울 수 있는데 제 취향에 맞아서 더 좋게 적고 있는 중이라는 거 기억하시구요. 크게 재밌진 않지만 소소하게 깔끔한 인디 호러 좋아하는 분들께만 살짝 소심하게 추천해봐요.
(그러니까 형아 말 좀 잘 듣지 그랬......)
+ 번역제가 나름 맘에 드는 흔치 않은 경우네요. 원제가 더 상냥하긴 하지만 이 제목도 괜찮아요. 적어도 제목 지은 사람이 영화를 보긴 했구나... 싶어서 말이죠. ㅋㅋ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정말로 차용한 이야긴 아니지만 살짝 그 작품 느낌이 들긴 하더라구요.
++ 당연히 출연진 거의 전부가 무명 배우들인데요. 검색을 해 보면 싹 다 대표작이 이 영화로 나옵니다. 4년이 흘렀건만... 힘내시오 젊은이들!!! ㅋㅋㅋ
+++ '임포스터'라는 특성상 악령 본체의 모습은 거의 나오지 않... 다가 딱 한 번 짧게 나오는데요. 그냥 안 나와도 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 피식 하고 웃어 버렸어요.
++++ 역시 제목 때문에 '아무 일도 없었다' 생각이 나네요. 그건 아주 상당히 매우 잘 만든 스릴러였죠. 이 영화가 그 정도는 절대 아닙니다. 그냥 제목만!!
2022.10.11 19:13
2022.10.12 02:00
그게 사실 좀 심심한 영홥니다. ㅋㅋ 앞부분에서 그냥 분위기만 풍기는 분량이 꽤 많고 임포스터 놀이는 드물게 슬쩍슬쩍 보여주다가 막판에 몰아치는 식이거든요. 근데 그 앞부분에서 분위기만 풍기는 게 제겐 뭐 좀 심심하면서도 괜찮게 느껴졌네요. 오랜만에(?) 이런 본격 B급 호러를 봐서 좀 관대했던 것 같기도 하구요.
2022.10.11 23:47
2022.10.12 02:02
그게 그 특정 조건을 영화 내내 써먹는 게 아니라 좀 막판에 몰아서 짧게 치고 빠지거든요. 그래서 사실 좀 심심한 영화지만 덕택에 무리수는 적었달까... 그렇습니다. ㅋㅋ
괴물 & 악령 디자인이라는 게 옛날옛적에 이미 거의 다 뽕을 뽑아 버려서 뭐 참신한 거 보여주기 힘들긴 하죠. 어찌보면 걍 B급 테이스트로 '웃기게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구요. 하지만 정말로 웃음이 나와버렸으니 실패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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