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09 11:35
아들이 곧 세 돌이 돼요. 많이 컸어요.
전 결혼 전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었고,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생활 패턴도 제멋대로였기 때문에
결혼 후 아이가 생겼을 때 걱정이 많았어요.
그리고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도 양수가 터진다던가 지독한 진통을 겪는다던가 하는 과정이 없이(이슬도 안비쳤어요) 제왕절개를 했기 때문에
수술 후 아이를 만나지 못하고 누워 있는데, 배가 홀쭉해진 것만 실감이 날 뿐 진짜 내가 엄마가 된 것인가 의아했더랬죠.
하지만 이틀 후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여기 계란과자 아드님요" 하면서 조그만 물주머니같은 아이를 안겨주는데 뿅...!
저도 별수없이 팔불출이 되더군요.
아들은 굉장히 순하고, 별로 손이 가지 않을 정도로 수더분한 아이입니다.
입이 짧긴 하지만 먹는 것도 주는대로 잘 받아먹고요. 기저귀도 26개월때 한번에 뗐고
그 후로 이불에 실례하거나 한 적도 손에 꼽을 정도로 배변훈련을 잘 마쳤어요.
또 지금껏 심하게 아픈 적 없어서 감기 같은 것 외엔 병원에 가본 일이 없고, 밤낮 뒤바뀐 적도 없고 기타등등...
저는 일하는 엄마지만 친정과 시댁이 모두 멀어서 도움받을 곳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애가 그걸 알고 엄마 편하게 해주려고 그런다고 하셨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악다구니 쓰면서 울지도 않고 조금 삐졌다가도 달래 주면 금방 헤헤 웃는 아이거든요.
지금껏 부모님을 비롯한 친구들, 남자친구들, 남편 등등 많은 사람들을 사랑해 왔지만,
아들은 좀 달라요.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또다른 나 같아요. 둘이 함께 퍼즐 맞추면서 대화를 하고 있다 보면 또 다른 나 자신과 이야기하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아들은 이제 말도 조리있게 잘 하고 32피스짜리 퍼즐도 혼자 잘 맞추고 하는데, 겁이 많고 굉장히 감성적이예요.
'아빠 어디가'에 나오는 안정환 아들 리환이만큼 겁이 많아요. 그래서 저도 안정환이랑 똑같은 말을 해요. 그렇게 겁이 많아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고...
오늘 아침에 함께 출근하는데 아들이 옆자리에 앉은 제 손을 살포시 잡더군요.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에 나오는 그 구절하고 똑같이 생각했어요. 모두가 나에게 객관적인 이 세상에서, 너를 끝없이 예뻐해 주는 한 사람을 네가 가질 수 있다면.
2014.07.09 11:46
2014.07.09 11:52
감성까진 모르겠지만 제 아들도 겁이 많아요. 고작 200일이지만. ^^;
모자 관계가 아주 예쁘고 따뜻해 보여서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졌네요. 잘 읽었습니다.
2014.07.09 11:58
2014.07.09 12:14
우왕. 우리집 어린이는 그 두배는 살았으나 저렇게 말 못하는것 같은데...^^
2014.07.09 11:58
저도 굉장히 이기적이고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좋네요. :)
2014.07.09 12:00
2014.07.09 12:05
2014.07.09 12:09
어떤 아기 어머니가 하는 말이,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 한 일이, 아이를 낳은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2014.07.09 12:21
이제 갓 50일 지난 아기 엄마인데.. 제가 딱 그 생각을 해요. 임신때도 상상못했던 일인데.. 낳고나서 매일 아기를 보면서 내가 어떻게 이렇게 장한일을 했을까, 이런건줄 알았으면 진작 할걸 그런답니다 히히
2014.07.09 13:30
남편과의 불화, 별거때문에 힘들어도 아이 낳은 것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2014.07.09 12:22
태그 보고 웃었네요. 아주 귀여운 아이일 것 같아요.
저도 아이를 안 좋아하고, 무서워하는 쪽이었는데 제 애가 생기다보니 조금 나아지긴 하더라구요. 아직 완전히 극복은 못했지만요.(2인 이상의 어린이가 있으면 반쯤 패닉상태에 빠져요...)
세상이 험하다보니 내 아이건 남의 아이건 모두 건강하게 자라주면 좋겠습니다.
2014.07.09 12:38
2014.07.09 13:16
너무 따뜻한 글이에요..저도 지금 8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지금껏 누구도 이렇게 예뻐하고 사랑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제 엄마, 아빠를 얘기하고 (뜻을 알고 하는 것 같진 않지만요...) 온 집안을 돌아다니고 감기도 걸리고(?)하는 걸 보면서 이제 사람이 되어가는구나...싶은 생각이 들어요. 한 사람을 키워내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신기하기도 하구요.
2014.07.09 13:26
아들 양육기라는 제목을 보고 동지~!를 외치면서 누질렀는데 내용은 기대와 달리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둘째가 드디어 거실 타일을 깨부수었다거나, 첫째가 수업시간에 말도 안되는 초딩 말장난 개그를 치고 아이들이 웃으면 정말 재미있어서 그런 줄 아는 것 같다는 선생님의 걱정스러운 전화를 받았다거나 하는 동지애 넘치는 내용을 기대했는데 아쉽습니다. 곧 세살이라니 뭐 한 2년 정도만 있으면 훈훈한 이야기가 올라오겠..
2014.07.09 16:41
와 마지막 문구가 감동적이네요..
2014.07.09 17:28
2014.07.10 01:53
눈물이 났어요. ㅜ ㅜ
2014.07.10 02:14
저도 마지막 문장에 눈물 났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2014.07.10 07:47
2014.07.10 12:15
감동과 공감의 눈물 주룩 ㅜ
글이 따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