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7 13:11
미카일 레드의 [3층 복도 끝에서]를 넷플릭스에서 보았습니다.
필리핀 영화예요. 시대는 1995년. 꼭 구체적인 과거여야 할 이유는 없고 그냥 휴대폰이 없는 현대입니다.
무대는 산타 루시아라는 여학교고요. 이 학교 건물 3층 화장실에는 자살한 에리카라는
여자아이의 귀신이 삽니다. 귀신을 본 학생이 미쳐서 나가고, 또 다른 학생은 학교 직원에게
살해당해요. 초자연적인 존재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교사인 파트는 학교이 폭압적인 분위기와
맞서 싸우면서 이 미스터리를 풀려고 합니다.
필리핀 버전 [여고괴담]입니다. [여고괴담], 특히 1편을 구성하는 수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아시아 구식 학교
건물의 어둡고 긴 복도, 학교의 귀신,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교사와 같은 것들 말이죠. 네, 그리고 퀴어 캐릭터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필리핀 가톨릭 학교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서 한 번 볼만은 해요.
사실 [여고괴담] 영화라고 생각하면 더 좋게 볼 수 있습니다.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고, 그렇게까지
무섭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초자연현상이 주가 되는 학교 멜로드라마를 기대하는 [여고괴담]
관객들에겐 이게 큰 문제는 아니지요. 귀신을 보는 교사라는 소재 때문에 [식스 센스]와
닮은 구석이 있는데 역시 이 경우에도 드라마의 비중을 늘리는 편이 낫죠. 드라마의 비중이
높을 때 좋아지는 영화입니다. 조금 더 늘려도 되었을 텐데, 호러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늘 관객들이 무서워하지 않을까봐 걱정을 하지요.
앞에서 말했지만 호러 파트는 좀 아쉬운 구석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귀신을 보고도 아주 무서워하지는
않는 캐릭터잖아요. 이 사람은 유령을 보고 달아나는 대신 대화를 시도합니다. 그와 함께 이 캐릭터에
맞게 톤 다운된 고유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이게 나쁘지 않은데,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해요. 무엇보다 에리카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지나치게 단순하게 마무리지어지는 구석이 있지요. 여기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는
건 아닌데, 역시 너무 생각없이 처리해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무서운 귀신 분장과
같은 것. 그래도 마지막 반전 뒤의 결말은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살아있는 아이들의 비중이
조금 더 높았다면 효과가 더 컸겠죠.
(20/08/16)
★★☆
기타등등
검색해보니 [귀신 상담사]라는 제목으로
부천에서 상영된 적이 있는 작품이더군요. [3층 복도 끝에서]가 훨씬 좋은 제목입니다. 원제인 [Eerie]도
좋고요.
감독: Mikhail Red
배우:
Bea Alonzo,
Charo Santos-Concio,
Jake Cuenca,
Maxene Magalona,
Mary Joy Apostol,
Gabby Padilla,
Gillian Vicencio
다른 제목: 귀신 상담사
IMDb https://www.imdb.com/title/tt872321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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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평이면 한 번 볼만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