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7 16:16
얼마 전에 자뎅 원두커피(227g) 3봉지와 하리오 미즈다시 침출식 커피포트(1000ml)를 2만 9천원인가에 팔길래 하나 샀어요.
요렇게 생겼죠.
갈아놓은 원두커피를 밥숟가락으로 두 숟갈 수북하게 퍼서 망 안에 넣고 찬물(상온의 물) 가득 부어놓았는데
1시간 정도 지나니 제법 진하게 우러난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네요.
찬물에 얼마나 맛있게 우러나랴 하고 사실 별로 기대 안 했는데 의외로 커피의 맛과 향이 제대로 살아 있어요.
(아무래도 찬물에 우려내는 거라 약한 맛보다는 Dark Roasting이라고 표시된 진한 맛의 원두커피를 넣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굳이 이런 기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집에 있는 (뚜껑이 있는) 아무 병이나 통에 원두커피 1~2숟갈 넣고
정수/생수 부은 후 1~2시간 두었다가 3천원 정도하는 플라스틱 커피 드리퍼 안에 (혹은 깔대기나 체에 ^^)
커피메이커에 쓰는 종이 필터 깔고 부어서 걸러 먹으면 되겠더라고요. ^^
(천으로 된 거름망을 저렴하게 살 수 있으면 드리퍼나 종이 필터 쓰지 않아도 돼서 좋을 텐데 구하기 힘든 것 같아요.)
위 그림을 보면 아시겠지만 하리오 커피 포트는 찬물을 거름망보다 아랫 부분에 부으면 우려낼 수가 없잖아요. (잠겨야 우러나니)
그래서 항상 1리터 정도 많은 양을 우릴 수밖에 없는데 적은 양을 우리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지?? 하고 생각하다가
저 거름망에 커피를 넣는 게 아니라 그냥 포트 안에 커피와 물을 다같이 넣고 우렸다가 (저 거름망은 분리 가능해요)
나중에 우려낸 커피를 다른 병에 부을 때 저 거름망을 필터로 사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필터만 있으면 굳이 저런 기구 안 사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
이렇게 찬물에 우리는 걸 더치 커피라고 하나 본데 의외로 만들기도 쉽고 뜨거운 커피보다 맛이나 향이 더 좋은 것 같아요.
뜨거운 커피는 식으면 맛이 없는데 이건 처음부터 찬물에 우려내서 맛과 향이 오래 가는 것 같아요.
찬물에는 카페인이 더 적게 우러난다는 말도 있던데 이건 확실히는 모르겠고요.
듀게에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찬물에 우려내는 얘기는 읽어본 기억이 안 나서 한번 적어봤어요. ^^
(다들 아시는데 혼자 뒷북일지도... ^^)
저는 어제 이런 거 처음 해 먹어봐서 제대로 우렸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는데 혹시 더 맛있게 커피를 우리는 방법을 알고 계시면
가르쳐 주세요. ^^
2016.11.17 18:00
2016.11.17 19:03
원두커피를 찬물에 우려서 먹은 게 처음이라 다른 방식의 더치 커피 맛은 잘 모르겠는데
이 정도만 돼도 제 입맛에는 제법 괜찮은 것 같아요. (특히 여름에 냉커피로 마시기 좋을 듯)
좀 전에 light roasting 원두커피로 만들어 봤는데 dark roasting으로 만든 게 더 맛있네요.
소금 넣어 마시는 건 처음 들어봐요. ^^
Bob Dylan - One More Cup of Coffee
찾아보니 미량의 소금이 커피의 쓴 맛을 줄여준다네요!!! 궁금해서 나중에 한 번 넣어봐야겠어요. ^^
2016.11.17 18:21
인스턴트 커피를 찬물에 타먹어봐야겠네요.
2016.11.17 19:11
원두커피 내리기 귀찮아서 인스턴트 아메리카노 몇 종류 먹어봤는데
인스턴트에는 확실히 커피향이 없어서 맛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뜨겁게 내린 원두커피가 식으면 맛이 없어지는 것도 향이 날아가서 그런 것 같고요.
찬물에 담가놓으면 향이 살아 있어서 맛이 좋게 느껴지는 것 같은데 한번 시험해 보세요. ^^
(이것도 밀봉하지 않으면 대여섯 시간 지나면 향이 날아가서 맛이 덜해지는 듯)
Dave Dudley - Coffee Coffee Coffee
2016.11.18 00:23
커피를 찬물에 우려내는 방법에 대해 좀 알아보니까 물병을 밀봉시키는 게 중요한 것 같은데
저 하리오 커피 포트는 주전자 입구처럼 공기가 들어가는 부분이 있어서 오래 우려내는 데
적합한 것 같지는 않아요. (1~2시간 우려서 마실 때는 괜찮을 것 같지만)
3시간 이상 오랫동안 우려내려면 그냥 유리병에 커피+물 넣고 뚜껑 닫아 놓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냉장고에 넣고 차게 우리면 더 맛있다는 말도 있고, 빨리 우려내려면 믹서에 넣고 돌리라는 얘기도 있네요. ^^
(소금이나 설탕을 물에 넣고 휘저으면 더 빨리 녹는 것과 같은 원리로)
Yuna - Coffee (한국 가수인가 했는데 아닌가 봐요.)
2016.11.18 01:18
말레이시아
2016.11.18 02:46
2016.11.18 17:12
어제부터 어떻게 하면 커피를 과학적으로 맛있게 우려낼까 연구 중이에요. ^^
https://scienceandfooducla.wordpress.com/2014/08/19/coffee-brewing-chemistry-hot-brew-and-cold-brew/
http://coffee-brewing-methods.com/cold-brew/quick-cold-brew-coffee/
집에 오자마자 원두커피 가루 + 물을 믹서에 넣고 돌려봤는데 그냥 우려낼 때보다 색깔이 뿌옇게 탁해져서
시각적으로는 영 별로인데 맛은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하네요. ^^ (좀 더 원두커피를 많이 넣고
오래 돌려보면 확실하게 알 것 같은데...) 믹서로 돌리면 그냥 물에 담가둘 때 우러나지 않는 오일 성분이 나와
향이 더 풍부해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처음엔 이상한 맛이 나올까봐 안 하려고 했는데 궁금해서
해보니 색깔은 희끄무레한 것이 영 아니올시다인데 맛은 또 좀... (둔한 제가 맛을 감별하려니 힘들군요. ^^)
Dethklok - Duncan Hills Coffee Jingle
2016.11.18 09:30
말씀하신대로 밀폐용기에 물이랑 담아 하룻밤 정도 아예 냉장고에 넣어 우린 후 걸러내거나 아니면 윗물만 살살 따라 마셔도 됩니다. 커피에 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려 침출하는 더치커피란 건 거의 일본-한국에서만 유행한 방식이고 서양에서 말하는 콜드브루라고 하면 보통 이런 식이죠.
2016.11.18 17:27
구글에서 cold brew로 찾아보니 외국에선 다들 그냥 유리병에 커피+물 담아서 12~24시간 뒀다가
필터에 걸러서 먹는 것 같긴 해요. 저는 그렇게 오래 우려서 먹는 건 생각도 못 했는데 궁금해져서
좀 전에 빈 유리병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놨죠. 내일 열어보면 어떤 맛이 날지.... ^^
찬물에 우려낸 커피에는 산이 적어서 마셔도 위가 쓰리지 않다는 말이 있던데 요즘 우려낸 커피를
벌컥벌컥 마셨는데 속이 별로 안 쓰린 걸 보면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요. ^^
Black Coffee (일본어를 몰라서 연주자 이름은 모르겠네요. ^^)
2016.11.18 18:09
네 맞아요 말씀하신 방법대로 12시간정도 찬물에 푹 담가서 저녁에 냉장고에 넣어두고 내일 아침에 마시면 적당해요.
원두가루를 좀 가늘게 갈고 중간에 여유가 있다면 6시간될 무렵에 솓가락으로 휘휘 저어주는 것도 좋아요.
아침에 종이 필터에 걸러서 뜨거운물을 추가해서 마시거나 여름엔 얼음이나 찬우유 넣어 마시면 맛있어요.
저는 원두를 샀는데 맛이 별로거나 좀 기간이 지난 커피들 처리용으로 여름에 이렇게 해서 아이스커피로 마셔요.
2016.11.18 19:20
저는 귀찮아서 원두커피 잘 안 마시는데 찬물에 우려내는 건 신기하고 재밌어서 자꾸 해보게 되네요. ^^
커피 맛을 잘 구별 못하는 둔한 입맛인데도 찬물에 우려낸 건 뭔가 향이 더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쓴 맛도 덜하고 해서 진한 커피 잘 못 마시는 저에겐 참 좋은 방식인 것 같아요.
찬장에 처박혀 있던 dark roasting 커피를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네요. ^^
Eydie Gorme - They've Got an Awful Lot of Coffee in Brazil
2016.11.18 21:07
찬물에 우려내면 오랫동안 원두가 물과 접촉하기 때문에 카페인이 훨씬 많이 우러나온다고 합니다.
2016.11.18 23:09
1시간 정도 우려낸 커피는 카페인이 별로 없는 것 같긴 해요.
(커피 한 대접 마시고 영화 보러 갔는데 졸았네요. ^^)
내일 12시간 동안 우려낸 걸 한번 마셔보고 밤에 잠이 잘 오는지 안 오는지 시험해 봐야겠어요.
Roy Castle - A Lonesome Cup of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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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시간 우려낸 커피를 빈 속에 벌컥벌컥 마시고 1~2 시간 지나니
위장도 뭔가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고 머리도 좀 띵~하고 그러네요. ^^
쓴 맛이 별로 없어서 술술 넘어가는 바람에 진하다는 느낌도 별로 못 받고
많이 마시게 돼서 카페인 과다 섭취가 될 수도 있겠어요. ^^
2016.11.19 11:43
어제 저녁 자몽차(2kg) 유리병에 원두커피 밥숟가락 완전 수북이 3술 + 정수된 물을 넣고 흔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놨던 것을 오늘 오전에 종이 필터로 걸러서 마셔봤어요. (16시간 정도 담가둔 듯)
생각보다 그렇게 진하게 우러나진 않았는데 제 입맛엔 이 정도 진한 게 적당하네요.
찬물에 우려낸 커피는 확실히 쓴 맛이 별로 없어서 술술 넘어가요. (벌써 반 통 마셨음 ^^)
(2kg 용량의 유리병이지만 물을 부으니 1500ml 정도 들어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믹서로 휘젓는 건 제 취향은 아니고 그냥 커피+물을 유리병에 반나절 담가 놨다가
드리퍼 + 종이 필터에 걸러 먹는 게 편하고 좋은 것 같아요. (차가운 게 싫으면 냉장고에 안 넣어놔도 되고요.)
그런데 이렇게 먹으니 원두커피가 쑥쑥 줄어드네요. ^^
찬장 여기 저기 박혀 있는 오래된 원두커피로도 한번 만들어 봐야겠어요.
The Fleetwoods - Lonely Cup of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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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정용 보급형 더치 기구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이건 훨씬 간편한 방식이네요. 보통의 더치 기구는 원두를 그대로 두고 물을 아주 조금씩 떨어지게 해서 내리는 방식인데, 아예 찬물에 원두를 오래 담궈두면 잡맛이 같이 우려질 것 같은 생각이 얼핏 드는데 괜찮나보군요.
말씀하신 대로 종이필터에 원두를 넣고 끈으로 묶어서 오래 담궈두는 방식으로 해먹는 사람도 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뭐든 도구가 문제겠어요. 다만 이렇게 한꺼번에 파는 것을 사면 사용과 관리가 간편하다는 게 장점이겠죠.
참 콜드 브루잉을 할 때 원두에 소금을 미량 넣으면 맛이 더 좋습니다. 단골 원두가게 사장님이 알려주신 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