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맞서 싸워보기

2012.10.26 10:30

러브귤 조회 수:3412

출근했는데 함께 일하는 동료가 얼굴이 벌개져서

계속 한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도 별 대답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나지막히 말씀하셨습니다.

일은 이랬어요.

 

함께 일하는 동료A는 여자이고 저와 직급이 같습니다.

근면 성실한 편이라 회사에서도 인정 받으시죠.

동료A는 직급이 높지만, 회사에 제일 먼저 출근해서 탕비실에 쌓인 컵들을 설거지 하기도 하고

동료들에게 커피를 돌리기도 하십니다.

 

그런데 얼마 전 회사에 신입사원이 한명 들어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저와 동료A는 그 신입사원이 사장님의 친조카라는 사실을 알고'만' 있습니다.

아들도 아니고 조카인데, 뭘 특별히 신경쓸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대우하고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신입사원이 일찍 출근했고, 비슷한 시간에 출근한 동료A는 그 신입사원이

이것 저것 정리하면서 탕비실의 컵들을 발견하고 씻는 것을 보았답니다.

동료 A는 '아. 기특하다. 추울텐데, 뜨거운 물 틀어놓고 씻으라고 말해줘야겠다' 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관리팀 부장이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고 합니다.

 

"야!!!!! 니가 그걸 왜 씻어!!!!! 너 컵 씻는 일 하려고 회사 나왔어?!"

 

동료 A는 잠시 멈칫 했고, 이내 분노가 일었다고 합니다.

그럼 나는, 컵 씻으러 출근했니.

여직원들은 손님이 오시면 커피나 차를 내 드리고 컵 씻는 일이 당연하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데, 그 부장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는 책상위 물건들을 턱턱 던져가면서 신경질 부리는 것을 목격하고

더욱 화가 났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제게 말하길 '이제 앞으로 여직원들이 컵 씻는일은 아예 하지 못하게 할꺼에요!' 라고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남자가 특별히 힘쓸 일은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이제 이런 사무실 잡일 중에 남녀를 구분하는 일은 없어지고 있고 없어져야 하는게 당연하지 않나요?

 

그러던 와중에 저보다 한직급 낮지만 나이는 한살 많은 남자동료B도 어이 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전 날 저녁 간식으로 (모두 다 함께) 먹던 도너츠를 냉장고에 넣고 퇴근하는 걸 잊은 부하직원이

회사에 전화했는데,  동료B가 그 전화를 받았답니다.

부하직원은 '죄송하지만..' 으로 시작해서 '도너츠를 냉장고에 좀 넣어주십사' 부탁드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동료B 가 하는 말이, '니가 나한테 그런거 부탁하는게 옳다고 생각하냐. 그런거는 다른 여자분들이나

이번에 들어온 신입직원 바꿔달라고 해서 부탁하는게 맞는거다' 라고 하는 겁니다.

 

...

 

관리부장과 동료B가 어제 저녁에 뭘 잘못 쳐 드셨나..

하고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그리고 저는 곧, 한 마디 할 예정이고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08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09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407
130 전 이번주는 나가수 무대보다도 이 무대가 더 좋았어요. [4] 자본주의의돼지 2011.05.24 3135
129 듀나인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들. [16] S.S.S. 2010.12.19 3139
128 히카리는 결국 하루카를 당해낼 수 없는 것일까요? [11] 쥬디 2011.07.04 3147
127 ebook 가격이 어느정도면 적정하다고 보세요? [14] 스위트블랙 2010.06.30 3162
126 정명훈 논란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 [47] 타락씨 2014.12.14 3176
125 정봉주 유죄 확정 부메랑 효과 [1] 에이왁스 2011.12.22 3205
124 지나간 유행, 보드게임 [12] 1706 2010.09.14 3229
123 듀나인-부산 해운대 숙박(노보텔VS파크하이얏트) [14] 부산여행가고싶어 2013.07.11 3229
122 요새 바바 예투가 화제던데... [17] 염맨 2010.10.11 3259
121 문신을 했어요. [11] Cocoon 2011.03.15 3263
120 개콘 비상대책위원회 너무 재미있어요. [14] 자두맛사탕 2011.10.12 3265
119 밑의 개가 사기치는 이야기 읽으니까 미칠것 같아요 [8] turtlebig 2012.12.10 3302
118 문재인 새정치연합 당대표 출마 선언 [13] 왜냐하면 2014.12.29 3332
117 문재인 정부는 이제부터야 꽃길만 걸을듯 [13] soboo 2017.10.31 3350
116 말로만 듣던 개사기. [5] 아비게일 2010.07.08 3351
115 오늘의 조선일보 [11] beer inside 2012.01.07 3381
114 듀나게시판 성소수자 모임 '듀게비사이드'가 올해 퀴어 퍼레이드에서 부스를 운영합니다. [12] lgbtaiq 2016.06.08 3392
113 이제는 '국민화합'을 강조하시는 40대말 대구아저씨 박용모 씨 [16] 라곱순 2011.05.19 3398
» 편견에 맞서 싸워보기 [24] 러브귤 2012.10.26 3412
111 혹시..쇼크업소버 입으시는 분 계세요? [12] 노루잠 2012.04.20 341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