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탕웨이가 아닌 탕슉이라고 스스로를 비하하며 자학개그 쳤는가는 서문이고...

 

영화 '만추' 보고 눈물을 흘린 나는 해태눈을 가진 관객인가? 대세인 듯한 혹평(?) 일색 속에서 슬그머니 궁시렁거려 봅니다.(감독의 전작은 보지 못했어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엇비슷한 규모의 영화들 중 딱히 보고싶은 건 없고, 날씨도 풀렸는데 그래도 신작영화 한 편은 보고 싶고, 주말 황금시간대인데도 무려 cgv에 표가 남은 것을 별 기대없이 편견도 없이 예매하고 관람한 저로서는, 이 영화 무척 좋았습니다. 영화보고 눈물 흘려본 게 무척 오랜만인데... 저는 사실 이렇게 오다가다 만난 사회부적응형 뜨내기남녀가 연정을 느끼고 엮이지만 끝내 다시 만날 수 없는 영화에 너무 약하다는 것을, 어렸을 때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를 보고서는 며칠을 가슴 아파 눈이 붓도록 울던 기억을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만약 이 영화를 가을에 개봉해서 봤더라면 진짜 힘들었을 것 같아요. 뭐 눈물을 흘려야만 좋은 영화라는 건 아니지만,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런가 이 정도면 범작 이상 아닌가 해서요.  

 

씨크릿 가든에서는 현빈에 대한 호감이 별로 없었는데, 이 영화에서 저는 현빈이 딱 좋았어요. 탕웨이가 너무 탁월한 건 맞지만 못지 않은 존재감이었다고 생각해요. 껄렁껄렁 건들건들 뺀질뺀질 3종세트로 무장한 섹시한 순정남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요.  씨크릿 가든에서는 이상하게 촌스럽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는데, 영화에선 제대로 매력있고 섹시해주시더군요. 허무한 섹시함이라고나 할까요. 탕웨이와는 또 다르게 빛이 났어요. 혹자들 말대로 이게 시애틀 홍보영상 수준이든 화보 수준이건 간에, 제가 보기엔 영화화하기 좋을 만큼의 톤과 무게로 잘 뽑아낸 것 같아요.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애틀 풍경못지 않게 두 사람이 시각적으로도 너무 잘 어울린다는 게 매혹적이었구요. 탕웨이도 장신으로 알고 있는데 힐을 신고도 현빈보다 작은 걸 보니, 현빈 키가 정말 183정도 되는 게 맞나봐요.

 

아, 그리고 저는 현빈보다 사실은 왕징으로 분한 배우 김준성이 훨씬 더 제 타입입니다...(그래서?) 사랑니에서 김정은 첫사랑으로 잠깐 나왔을 때부터 호감이었는데(딱 5~6kg만 덜 나갔더라면 아쉬워 하면서) 이 영화에서 긴가민가 했는데 맞더군요. 저렇게 어딘가 이기적이고 속좁아 보이는 딱딱하고 차가운 무표정한 얼굴에 매력을 느끼는 저는 뭘까요. 몇몇 지인들에게 만추 보라고 권장했어요. 무슨 그런 걸 보냐? 고 반문하던 지인에게 보고 나면 좋을 거라고 말해줬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89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94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351
110 ‘노태우 회고록’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도 집필중 [5] chobo 2011.08.11 1786
109 (설문!) 반복해서 가장 많이 본 케이블영화는? [20] 이요 2012.04.20 1785
108 나는 보수다 - 조우석[책] [4] catgotmy 2011.11.05 1783
107 응답하라, 1987? 1987 VS 2012? [5] chobo 2012.10.17 1782
106 박근혜 펀드 모집 예고, 문재인 펀드 2차 예약, [5] 가라 2012.11.16 1779
105 [단일화] 어제 이털남(안철수는 왜 중단했나) + 오늘 시선집중(민주당 입장) [1] 가라 2012.11.16 1774
104 [라디오] 홍은희의 음악동네에 문근영 나올 예정입니다 [9] 반짝반짝 2011.02.17 1753
103 2004년에 문인들이 뽑은 소설 100선이 있었군요 가끔영화 2011.12.31 1738
102 등산, 청계산, 패셔너블한 등산 [6] 칼리토 2015.08.31 1723
101 우주형제와 'It's a piece of cake'. [4] 자본주의의돼지 2012.03.14 1717
100 잊혀지지 않는 문장들. 아비게일 2011.03.07 1715
99 지진 사진 [2] 가끔영화 2011.03.17 1709
98 제버릇 개못주는 [1] 가끔영화 2011.06.25 1708
97 아래 발벌려뛰기를 하신다는 분이 계시길래, 반면교사를 보여드립니다. [3] JKewell 2013.06.28 1705
96 (도박이든, 게임이든, 인생 그 무엇이든) 운의 흐름이란 과연 있는가 [5] 국사무쌍13면팅 2013.08.03 1705
95 사극의 무술 고증에 대해 [5] 白首狂夫 2011.07.05 1703
94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공간이 끝나면 그너머엔 [1] 가끔영화 2010.08.25 1702
93 애프터스쿨과 작업한 두리차. [1] 타보 2011.02.10 1699
92 <파수꾼>을 이을 양정호 감독의 <밀월도 가는 길>! 단관 개봉 1000명 돌파! 연장 상영! crumley 2012.03.23 1697
91 [바낭] 재건축 이야기 [4] beer inside 2012.01.03 167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