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08 19:15
오랫만의 끄적임이네요. 남에게 보이기 위해 쓰는 것이 글이라는 인식이 있으니 살짝
긴장되기도 하고..
몇페이지 뒤로 넘어가보니 예원이 우결을 하차해야 한다는 기사까지 나왔었단 사실에
좀 놀랬습니다. 그 글에 달려있는 댓글을 보고 좀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네요.
1. 흠. 일단, 예원이 그렇게까지 잘못한건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커뮤니티가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이유인 '거짓말은 나쁘다!'는 그다지 제게 와닿지
않습니다. 예원이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내 삶이 바뀌는 부분은 없거든요.
그녀의 거짓말로 인해서 제가 사는 집의 월세가 올라갔다면야 충분히 분노하고 욕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건 아니니까요.
워터게이트를 언급하신 분도 있었습니다만, 그 사건과 이건 경중이 다르죠.
사람을 하나 매장시킬 정도의 거짓말이니 충분히 나쁘다?
제 기억속엔 문제가 되었던 프로그램 이외에 이전에 촬영했던 프로그램까지 거론하며
'이런 일이 있었다 카더라.'는 구설을 안주삼아 한 사람을 씹어대기 바빴던 네티즌들 밖엔
없습니다. 예원의 해명기사 따윈 보지도 않았죠. 해명이라는게 있었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거라면 나생문 같은 영화는 제작되지도 않았겠죠.
2. 얼마 전부터 사람들이 어딘가 화가 나있단 느낌입니다. 물론, 저도 포함될겁니다.
무엇에 대한 분노일까요?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제 입장에서 꼽아보자면 '무력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단 허무함이 분노로 전환된거죠.
우리 손으로 변화를 일으킬수 있다던 선거때부터 시작된 무력감-그래도 그 당시에는 생명
과는 지장이 없었던-은, 작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이 시작되면서 분노가 된 것이 아닐까
싶은거죠.
문제가 많다는 대기업, 사학계, 정부. 어느 것 하나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게 있었나요?
3. 예원을, 태임을 비난하던 사람들이 그 행위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게 뭐였을까요?
가끔 궁금합니다. 뭐 방송중에 욕을 한 행위와 언플을 통해 한 사람의 이미지를 크게
망가뜨린 행위는 물론 잘못이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 잘못은 충분히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만..
뭐랄까, 당시 나눈 이야기 한마디 한마디가 사회현상까지 불러일으킬 정도가 되자니
이젠 뭘 이루고 싶은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잘못된 행위를 저지른 사람을 자신의 시야 밖으로 내몰아 버리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비난하던 사람들에겐 무엇이 돌아갈까요?
꼴보기 싫은 사람이 TV에 출현하지 않아 생기는 시각적 평온?
잘못을 이룬 사람에게 죄의 댓가를 치루게 했다는 정의감?
타인을 비난함으로 생기는 카타르시스?
.....역시 전 모르겠습니다.
4. 예원과 태임 사건이 너무 크게 키워지는게 제 스스로도 좀 이상하고 납득이 안되서
주절거려봤습니다. 사실 이 사건이 제일 처음 터진 순간부터 가장 큰 범인은 언론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뭐 그들도 뭔가 어떤 성향을 보고 이후의 움직임을 보인게 아닌
가 싶어서 이런 저런 생각 좀 해봤습니다.
2015.04.08 19:31
2015.04.08 19:45
가십은 이해를 하지만 이번껀 극심한 사생활 침해 같아요.
2015.04.08 19:46
별것도 아닌 일인데...판이 커졌죠
2015.04.08 20:05
예원이 거짓말을 해서 이태임을 훅 보냈다는 건데..... 거기서 반말을 하고 안하고가 그렇게 대단한 차이인지 도무지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그 정도면 반말 한거 아니라고 해도 크게 꼬투리 잡힐건 아니라고 보는데.
2015.04.08 20:06
일 자체는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닌걸 대단한것처럼 기사화한건 언론이고, 언론과 맞장구친게 다수의 사람들이죠. 올해들어 이슈중에 거의 샤를리 엡도 테러 다음정도로 컸던것 같은데요.
맥락을 모른채로 열심이 이태임을 욕하던 사람들이, 맥락이 처음과 다르다는 영상이 뜨자 자신들의 맥락을 갖다붙여서 예원을 욕했어요. 전 음모론 같은 거 좋아하긴 하지만 별로 정색하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데 이번건은 바람잡이같은 사람들이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이상한 열기와 반응이었습니다.
정작 태임 예원에서 욕먹어야할건 기자와 대중이에요. 가장 저질이고 문제있던건 태원 예임이 아니라 기자와 대중이죠.
2015.04.08 20:30
2015.04.09 02:45
그냥 선과 악을 나누는게 좋은거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봤습니다.
언론이 악이라 규정하고 손가락질하면, 그걸 보던 사람들은 얼씨구나 하며 손가락 끝을 향해 욕을 하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스트레스도 풀며 일종의 '갑질'을 할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2015.04.08 20:39
그냥 대중들은 언젠가부터 인터넷 뉴스를 보고 굳이 한마디 적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의견이 많이 모여서 악플이 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 듯 참 둔감한 것 같습니다.
2015.04.08 20:44
공중파 방송을 통해서는 볼수 없는 수위 높은 리얼리티 쇼를 인터넷 공간에서 방영하는 느낌이었어요.
예전같으면 언급을 자제하거나했을 방송매체에서도 태연하게 보도나 패러디등 재생산하고 대중들도 마치 리얼한 쇼를 즐기듯 쿨하게 소비했어요.
예전같은 눈물의 기자회견도 없고 매체들의 하나마나한 틀에 박힌 자성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지요.
맘에 들지 않지만 예전보다 '쿨해졌다' 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어 보여요.
이왕 쿨해진거 이태임도 몇달 쉬다 아무 일 없던듯 컴백하고, 예원도 하던 방송 계속하고, 대중들도 '얘네 전에 한판 붙었지 ㅋㅋ'하고 넘어갔음 좋겠어요.
2015.04.08 21:16
잘못이 있는 건 이걸 처음 보라고 쳐 올린 인간들과 사태를 키운 기자놈들과 대중이라는 이름의 미친놈들. 이 미친놈들은 이태임을 훅 보낸건 거짓말을 한 예원이 아니라 자신들 이면서 갑자기 이번엔 정의의 투사인양 행세하면서도 그 누구도 자신들의 잘못을 고백한 놈들은 없어요. 참 값어치 없는 "정의" 구현처럼 정의롭지 못한 놈이 대중을 선동할 때 정의구현을 내세웠던 게 훌륭한 전략이었음이 이로서 증명되는 듯 합니다.
http://www.huffingtonpost.kr/dongseon-chang/story_b_7003282.html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이 위험한 이유)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591 ('디스패치'와 '대중', '소설'을 '팩트'로 유통하고 소비하다)
2015.04.08 21:36
이 댓글에 좋아요 +100 누르고 싶습니다.
2015.04.09 02:49
디스패치는 연예인 사생활이나 들춰대면서 왜 그리도 자기들이 정의로운 척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들이 말하는 '시민의 알 권리' 따위 개나 줘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저는 디스패치에게 그런 의무는 주지 않은걸로 기억하니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입장이고..
자극적인 정보를 원하는 소비자들과, 그를 다루는 언론의 힘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는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아..
2015.04.08 21:42
네티즌은 이런 경우에는 별로 실체가 없는 존재죠.
가쉽, 소문, 뒷담화 이런거에 대중이 관심을 갖고 말 한마디씩 보태는거야 인류 역사상 변함 없이 이어져 오는 오랜 풍습 아니겠습니까?
그런 대중에게 인터넷이라는 말을 하고 말을 전할 공간이 생겼으니 부각될 뿐
문제는 기레기들이 이따위 연예계 가쉽거리를 기사화하고 (아니 왜 두 여자의 감정싸움을 내가 알아야 하냐고?)
그 와중에 여론이랍시고 네티즌을 선택적으로 이용해먹고
반면, 듀게를 포함하여(그러니까 저도 포함된다는 소리) 넷에서 이 사안이 인구에 회자가 되는 이유는
이 사건을 핑게로 나이가 벼슬인가 아닌가, 나이 어린 사람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의란 무엇인가 등등 뭐 그런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2015.04.09 02:36
얼마전, 주작일듯 여겨지는-그렇게 믿고싶은- 상담글을 본적이 있었습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대학 후배로 들어왔는데, 나에게 반말을 한다. 이거 좀 아니지 않냐?'
최소한의 예의는 당연히 지켜야하고 요구해야 함이 맞지만, 상식이 사라진 상태에서 요구하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오묘한 경우였지요.
데뷔도 안한 러블리즈 걸그룹 멤버를 모함하려고 합성사진까지 동원한 악플러가 경찰에 잡혀가도 걸그룹 멤버가 잘 못한 무언가가 있다고 욕하는 사람들, 타블로가 스탠포드 졸업장 디밀어도 가짜라는 사람들도 넘쳐나는데요
이번 사건에서 웃긴거는 대학교 꼰대 군기 문화 까던 사람들이 '언니(선배)"인 이태임의 반말 욕설 옹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