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은 멈추고 믿읍시다.

2012.11.23 23:26

hermit 조회 수:1130

퇴근 좀 늦게 하고 웹툰 미생 보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더니 참 쇼킹한 일이 있었군요. 


저는 지나치게 정당정치의 존재의의와 힘을 무시하는 듯한 안후보의 견해를 비난하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또 당선될 경우 최초로 여당 없는 대통령이 될 그의 수권능력에 의문을 가졌으며(특히 최근 유일한 의회내 우호세력으로 볼 수 있는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며)


또 최근 그의 캠프가 벌이는 이해할 수 없는 언행에서 안철수의 상식과 진심에 대해서조차 살짝 의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제가 틀렸습니다. 비상식이 아닌 상식의 시대를 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정말로 진심이었고,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약속 역시 진심이었습니다. 


오늘 그에게 참으로 미안하고 또 고맙습니다. 


단일화 미적되다 왜 이제서야 단일화가 아닌 사퇴냐고 물어뜯는 일은 그만둡시다. 


이미 양쪽 감정 모두 상할대로 상할 지금의 상황에서 여론조사니 적합도니 결과가 어찌 나오든 반대쪽에서 공정성 시비걸며 선뜻 받아들이지 못할 것임은 자명합니다. 


설령 후보간 담판이 있다손 쳐도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가 이루어지긴 불가능했습니다.(특히 문재인은 개인이 아닌 제1야당의 후보로서 책임이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그의 사퇴는 오히려 묘수였는지도 모릅니다. 


왜 하필 이런 모습으로 사퇴하냐는 비난도 집어치웁시다. 


그는 분명 이제 야권의 단일후보는 문재인이며 그를 성원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더이상 무엇이 필요한가요?


문재인은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된 시점부터 독단적으로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었지만, 안철수 역시 캠프가 꾸려진 이상 챙겨야할 식구들이 있는 가장이 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오늘 안철수는 그걸 내려놓았습니다. 우리 대부분이 '안철수도 대통령병이구나...'라고 의심했을 때, 그는 기어이 그걸 극복했습니다. 


그의 진심만 봅시다. 끝까지 버티면 욕은 먹을지언정 상수를 움켜질 기회도 있었고, 자기 캠프 식구들을 챙겨야 하는 책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는 정권교체라는 더 큰 열망을 위해 그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기어이 그는 해냈습니다. 


물론 최근 1~2주간 아쉬웠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지난일을 아쉬워하기보다 그가 마지막으로 열어준 새로운 가능성을 살펴볼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많은 일들에도 정치인 안철수가 아닌 인간 안철수에 대한 믿음만큼은 마음 한켠에 남아있었는데 그게 옳았습니다. 그리고 작은 희망을 봤습니다. 


안철수가 이대로 물러나 이미지관리나 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되고픈 꿈까지 포기했을 때는 그보다도 더 큰 정권교체에 대한 바람이 있었을 겁니다. 


오늘은 감정적으로 많이 격해져있었지만, 추스르는대로 조만간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지지자들을 달래 문재인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의 호소가 정권교체의 소중한 밀알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몇분 남지 않은 오늘 하루라도 잠시 비난은 멈추고 서로를 보듬어줍시다. 그리고 그가 무엇을 위해 사퇴했는지 곱씹으며 함께 걸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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