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일까. 유시민은.

2011.04.26 00:10

마르세리안 조회 수:2278

뜬금없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손학규 지지를 호소하는 장문의 글을 읽은 뒤 가진 반응이다.  당연하다. 왜?를 풀 수 없다.  왜 지금인가. 왜 손학규인가.  두가지 질문을 풀 수가 없다. 그러니 뜬금없고, 의아하다.

 

질문을 풀 수 없는 이유는 이상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유 대표가 손 대표 지지를 할 필요는 없다. 물론 할 수는 있다. 그건 개인의 자유다.  근데 유 대표는 정치인이다. 그것도 한 공당의 대표다. 그의 발언 하나 하나는 정치적 함의를 담고,  계산의 그림자를 덧 씌운다.

 

근데 없다. 아무리 찾아 봐도 유대표의 지지에는 '정치적 효력'이 없다. 단적으로 말하자. 그가 지금 손 대표를 지지한다고 해서 판세가 요동칠까? 분당 을에서 손학규는 싫어하는데 유시민을 지지하는 지지층이 폭 넓을까? 그래서 그들이 유 대표의 발언 하나에 투표장으로 달려갈까?

 

그럴리는 만무하다. 이미 유 대표는 공식 선거 초반 손 대표와 함께 분당 을 지역을 누비겠다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으로 부터 정중한 거절 제의를 받았다. 당시 박지원 원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 지역 정서에 안맞는 다면 전략적으로 사양할 수 있다."

 

박 원내대표의 말은 분당 을에서 유 대표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설명해 준다. 물론 민주당의 전략적 결정에 의해 유 대표를 '거절' 하는 것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당의 대표가 직접 출마하는 선거에서 그것도 처음부터 불리하다고 자인하고 시작한 선거다.  유 대표에게 정치적 힘이 있었다면 적어도 저렇게 사양하지는 못한다.

 

더군다나 참여당 이종웅 후보는 이미 손 대표를 위해 사퇴했다. 이후 참여당 후보는 손 대표의 당선을 위해 뛰어 다니고 있다,  참여당 당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언론 어느 한 켠에도 그들이 불만을 가졌다던지. 손 대표의 유세에 사보타주를 놓는다던지 하는 기사는 없다.

 

결국 유 대표의 '지지 선언'은 '식언'이다. 자신의 발언이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곳에서, 그것도 이미 이뤄지고 있는 일을 재 확인한다. 정치적 효력이 없다고 말하는 건 이 때문이다.

 

참여당 공보실은 유 대표의 '선언'을 '야권 연대를 선거 후에도 이어가고자 하는 충심에서 나온 발언' 이라고 했다. '진정성'이라는 뜻이다. 맞을 것이다. 그의 발언이 장기적인 상황을 내다보고 있다면 저 의미가 맞다.

 

하지만 어떠한가. 과연 한 정치인의 발언에는 멀리 내다보기 위한 뜻만 숨어져 있는가?  더구나 유시민이다. 말 잘하고 글 잘쓰는 유시민이다. 그가 '식언'이라고 불릴 정도의 별 효력없는 발언을 단지 장기적 의미만을 위해 썼을까? 그것도  재보궐 선거를 불과 이틀 남겨둔 시점에.

 

초점을 바꿔야 한다. 그의 발언을 '뜬금없다'고 여기지 않으려면, 그의 글이 향하는 곳이 '분당 을' 이 아니고 '손학규'가 아니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거다.

 

 지금 유시민이 가장 전력 투구하고 있는 선거구는 김해 을이다.  친노의 성지에서 전직 경남 도지사와 참여당 후보가 맞붙고 있다.  참여당 후보는 야권연대 후보다. 

 

그리고 재보궐 선거다. 김해 을은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였다. 당연히 민주당 지역 조직이 살아남아 있다.  그것도 현역의원을 배출 한 적이 있었던 조직이다. 강력할 것이다.

 

재보궐 선거는 흔히 '조직'의 선거라고 부른다. 투표율이 낮고,  바람이 쉽게 불지 않는다. 당연히 조직을 잘 동원하는 쪽이 이긴다.  유 대표로서는 '조직'이 절실하다.  참여당은 원내 의석 하나 없는 정당이다. 작년에 만들어졌고, 조직 기반은 이제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건 노무현의 고향인 김해 을에서도 마찬가지다. 

 

유 대표로서는 민주당의 '지원'이 절실할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민주당 김해 을 도당의 '조직' 일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골이 깊게 패어 있음은 누구나 안다. 그 중에서도 유 대표에 대한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분명하다. 유 대표는 작년 6,2 지방 선거에서 이미 겪었다.  특별히 억울할 것도 없는 문제다.

 

하지만 이대로 둔다면 민주당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선거 초반 오차 범위 이외에서 여유롭게 앞서가던 참여당 후보는 오차 범위 이내에서 공식 여론조사를 끝마쳤다. 상대당 후보의 추격은 매섭고, 탄력이 붙었다. 여야 모두 김해 을 선거구를 '박빙'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이틀 남은 오늘, 유 대표는 손학규 대표에 대해 지지를 호소했다. 방점은 '야권연대'에 찍혀있다. 하지만 야권연대 후보는 손 대표뿐만이 아니다. 강원도지사 최문순 후보도 있고, 순천 후보 김성동 민노당 후보도 있다. 유 대표가 야권연대를 강조했으려면 최 후보나 김 후보도 거론했었어야 했다. 더구나 최 후보는 지금 상대편 후보와 접전 중이다.

 

그럼에도 손 대표을 '딱 집어' 야권연대 후보라는 이름과 함께. 지지를 호소했다.

 

유 대표는 분명 '참여당 지지자'만을 위해 펜을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오늘 노린 목표는 분당 을에서 거주하는 참여당 지지자+  김해 을의 민주당 조직이다.

 

 

ps) 정치적 추리입니다. 팩트는 없지요. 그냥 읽어주시길.  불펌 등은 단호히 뭐랄까. 그냥 오늘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 조합해 보니까 나름 그럴싸 해지내요.. 저도 이제 정치병 환자로 진입? ㅎㅎ

 

ps2) 그렇다고 해서 유시민 대표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 모든 정치인은 이 정도 계략은 다들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나쁜 건도 아니죠. 상대방에게 이익을 제시함으로써 본인의 이익을 얻으려는 건데요. 지극히 당연한 기브 앤 테이크 입니다. ㅎㅎ

 

ps3) 시간이 난다면, 한나라당 쪽도 한번 분석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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