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몇 번째야?"

2010.08.28 12:10

은밀한 생 조회 수:3688

 

아래 게시물을 보면서 든 생각을 적어 봅니다.

 

지금의 남자 친구가 저를 만나기 전에, 6년을 사귄 첫 여자 친구가 있었어요. 6년 연애 말미에 6개월 정도 직장 상사와 교제하며 이른바 양다리라는 걸 걸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리고 그 상사와 결혼했죠. 전 상처받은 남자 친구의 그 시절에 관한 얘기가 뭔가 성역 같은 것으로 곱게 간직되는 것이 편치가 않았어요.

연애의 추억이란 게 결국 자기 편리에 의해서 미화되기 마련인데, 그걸 꺼내서 희석하고 편안하게 농담까지 할 수 있는 지경이 전 좋다고 생각해요.

바로 옆에 있는 애인에게 집중하고 충실히 하는 사랑을 하려면 첫사랑이나 지나간 사랑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과거 연애사가 무슨 애정의 전리품을 전시하듯이 꺼내지는 건 지나간 연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건 맞죠. 하지만 지나간 연인들에 대한 얘기를 너무 깊숙이 숨겨놓은 채 자신만의 감성으로 잔뜩 덧칠하는 상태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내가 몇 번째야? 라고 묻는 여자를 위한 가장 달콤한 대답은 "그동안 몇 번의 연애를 해봤지만 당신 같은 감정을 주는 여잔 처음이야" 겠죠 아마도.

이제 좀 제발  '이 여자 저 여자 마음 못 붙이고 헤매다가 드디어 사랑을 찾았노라 외치며 달라지는 남자' 캐릭터는...... 작가들이 그만 썼으면 해요.

어릴 때부터 그런 책이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혹은 주변 여자 친구들의 체험담 (자기 편리에 의한 착각)을 들으면서. 무의식적으로 그 특별한 마지막 여자가 바로 자신이기를 바라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가 몇 번째야? 라는 질문도 하게 되는 거고요. 예컨대 그 질문은 오로지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라 듣고 싶은 대답이 따로 있는 질문이란 거죠.

남잔 여자 하기 나름이란 말에 오히려 여자들이 더 지배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됨됨이가 훌륭한 남자를 운이 좋아서 그 여자가 만났을 뿐이에요. 혹은 좋은 남자를 알아보는 시선을 지닌 여자였거나 말예요.

 

상대 남자가 지닌 연애의 커다란 상처에 관한 거라면, 꺼내서 그 상처가 좀 지워지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고 "너는 세 번째 여자지만 내겐 첫 번째고 마지막이야" 식의 대답을 원하는 거라면, 물어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다 보면 꼭 그렇게 서로가 특별하다고 고백하며 요란 떨지 않아도 이 사람이 마지막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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