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01 13:18
원작이 국내에 처음 번역 되자마자 본 사람으로서, 걸작 취급 받는 게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원작 만화에서 설정 따지면 지는 거지만) 설정 자체가 그냥 판타지예요.
열차 따위가 슝슝 잘 다니는데 다른 인류가 생존하지 못했을 이유가 없지요.
추위에 기밀도 잘 안 될 게 뻔한 열차 보다는, 벙커를 만드는 게 훨씬 남는 장사 아닙니까.
영구 엔진을 보일러로 두고, 돌침대나 구들장 하나씩 깔아주면 이불 뒤집어 쓰고 120년간 생존이 가능합니다.
미국에서는 대멸망에 대비해서 이런저런 준비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는데 게 중에 일부는 살아 남았을 듯.
원작 만화에 독특한 점이 있음은 인정하지만 설정도 이상했고 2부는 정말 그저그랬습니다.
이런 때문에 원작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딱히 싫어하진 않았지만.)
차라리 열차 자체가 어떤 초자연적인 것으로 묘사됐으면 어땠을랑가 싶지만... 뭐 그게 제 맘대로 되겠습니까?
시작이 판타지이면 끝까지 판타지인 것이 납득이 됩니다.
판타지가 리얼인 것처럼 이야기가 되면 뭔가 어긋난 느낌이 들어요.
원작에서는 어떤 상징이나 풍자를 시도했던 것 같지만 그게 성공적이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반대로 리얼->판타지 라면 차라리 납득이 갑니다. 그러면 결국 판타지니까요.
하지만 판타지-> 리얼이면 배후에 깔려는 있는 판타지에 대한 강력한 쌩깜이 의식되어서 좋게 볼 수가 없어요.
때문에 감상 후기 중에 "여기에는 어떤 상징이나 풍자가 있을 거시야." 라는 식의 반응이 있다는 것이 이해됩니다.
저는 꼬리층에서 끌려간 애들이 위대한 엔진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재물로 이용되었다... 라는 결말을 기대했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재물이 되긴됐지요. 상상보다 덜 처참해서 충격이 덜 했던 듯도 합니다.
저는 봉준호나 박찬욱이 이 말도 안 되는 설정에 끌렸다는 사실이 납득이 잘 안 됩니다.
그분들은... 좋게 본 부분이 있겠죠.
남자에게 끌리는 남자가 있듯이 그분들도 제가 모르는 원작의 어떤 지점에 끌렸겠지요.
하지만 이성애자인 저는 그게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게이를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결과물이 훌륭하게 잘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원판불변이라고 원작이 맘에 안 들었다면 영화도 맘에 안 들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악평을 했지만 사실은 그럭저럭 볼만했습니다.
좋았던 점을 꼽자면 미술적인 부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혀를 내두를 정도는 아니지만, 충공깽한 사회격차 때문에 대비가 되어서 그런 효과가 납니다.
꼬리층에서는 "이게 뭐야. 완전 저예산 ㅋ" 하는데
앞칸으로 갈수록 "오오, 열차 살만하잖아?" 라고 느끼게끔 구성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돈을 펑펑 써서 고급스럽게 살아야해요.
이런저런 부분들을 짬뽕해서 플러스 마이너스하면 보통은 되었습니다.
봉준호와 박찬욱 이름값을 생각하면 손해보는 느낌도 들지만 설국열차보다 안 좋은 영화들도 수두룩지 않습니까?
결론을 내리면 "너무 기대하지 말긔." 정도가 되겠습니다.
다른 반응들도 대개 이런 식인 것 같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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