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2세를 만나보신 적 있나요?

2011.01.24 14:41

점점 조회 수:10952

저는 재벌가 사람을 직접 본 경험이 두 번 있습니다.

한 번은 사회 초년병 시절, 그룹 교육 후 뒤풀이 장소에서 건배를 하는 장소에서 봤습니다.

국내 최대 기업의 2세 였기에 수많은 보좌진들을 이끌고 바람처럼 나타나서는 '연출된'상황에서

아주 나이스한 '연출된'모습을 선보이고는 바람처럼 가버렸던 기억입니다.

 

근 10년이 지나 중소 규모의 회사로 이직을 하고

대기업을 고객사로 '모시면서' 업무를 보고 있던 차...

제 인생에 잊을 수 없는 두번째 경험을 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맡아서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고객이

국내 굴지의 그룹 회장님의 2세 였던 것이지요.

아버지의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그 분께서는

업무적으로는 유능하나, 매너가 아주 XXX 이기로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직 30대가 채 되지 않은 그(녀)는 40~50 대 임원들에게도 빡빡 악을 쓰고

쌍욕의 직전 단계까지 분노를 쏟아내는 걸로 아주 정평이 나 있었습니다.

하청업체를 대하는 방식은 안봐도 비디오 겠지요.

 

그 와중에 제 밑에 담당자가 작은 실수로 사고를 치게되고..

그(녀)의 호출을 받아 야단 맞으러 들어가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경험자가 주의를 주더군요.

 

"맘 단단히 먹고 가세요.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세요."

 

그분을 만났습니다.

약 30분간의 '초현실적'인 시간이 지나고 넋이 나가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함께간 일행의 첫 마디가 

"드라마 작가들이 거짓말하는게 아니구나...쟤들 정말 저러고 사네.."였습니다.

더불어 "웃음 참느라 혼났네.." 였습니다. 저 역시 웃을을 찾느라 혼났어요.

 

어린 티가 팍팍 나는 20대의 그분이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

바락바락 분노를 터뜨리며 저주를 쏟아내고,

주변의 모든 실무자들은 쥐죽은 듯 자기 일을 하는 와중에

함께 끌려간 40대 후반의 간부는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만 숙입니다.

무언가 악담을 퍼부어 대는데 감정적으로 데미지는 없습니다.

현실감이 없어서요.

 

마치 허접한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에 

화도 안나더군요. 그저 새어 나오는 실없는 웃음을 참는게 힘들었지요.

 

분노를 쏟아내던 와중에 전화가 옵니다. 수화기 너머 나이든 여성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침에 안 미끄러웠어? 조심히 일찍 들어와 우리 똥강아지~~"

아주 얌전하게 "네~"라고 대답한 그 분은 전화를 끊자마자 이어 분노를 쏟아냅니다. 

 

한국의 수준 낮은 교육을 받은 우리들의 허접함으로 인해

미국에서 학교 다닌 잘난 자신의 회사 이미지에 먹칠을 하게 생겼다며,

니들의 허접함 때문에 한국이 망신 당하는 거라며 악을 쓰던 그녀에게

한국의 국격을 위해 사회 지도층으로써 "인간 대 인간의 예의"를 좀 배우시면 좋을 것 같다

는 말을 차마 하지는 못 하고 그냥 나왔네요. 뒷 감당이 두려웠어요.ㅎㅎ

 

저는 평소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싸가지 없는 재벌 2세에 대한 이미지는 일종의 세뇌라고 믿었답니다.

재벌 2세들이 인간성까지 훌륭해버리면 우리같은 보통 인생들은 살맛이 안날테니...

아랫 것들의 삶의 동기 부여를 위한 위안으로 재벌2세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저의 믿음이 산산히 부서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아스트랄한 경험을 기록에 남기고 몇분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맘에

이 바쁜 와중에 바낭질을 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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