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헐리우드에서 이 정도로 균형을 잘 맞추는 감독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영화는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고, 심오한 건 아니지만 팔랑 거리지도 않으며, 대작처럼 보이지만 실상 소품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이도 저도 아니라서 밍밍할 것 같은 데 놀란 감독은 이 영화를 악 소리도 안나오게

만드는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영화를 위한 배우냐, 캐릭터, 혹은 연기를 하기 위한 배우냐 에서 몇몇은 찰랑거리는 수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떠 있지만 대부분은 넘지 못하고 가라앉아 있는 상태입니다. 사실 전작인 다크 나이트도
그런 부분에선 비슷한 데가 있는 영화 였는 데 거기선 그 수위를 가볍게 뛰어 올라와 있는
히스 레저가 있는 반면 인셉션 에서는 그런 배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영화가
전작 보다 주제나 소재가 더 강하게 부각 될 수 밖에 없는 그런 영화라는 의미이기도 할겁니다.

 

영화에서 놀란 감독은 캐릭터들 간의 이해 관계 문제는 과감하게 버리고 갑니다. 주인공인 코브를
제외 하고는 과거에 대한 얘기는 물론 이거니와 이들 간의 알력이나 반목,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보여 주지도 않고 극중에서는 그저 그런 부분들에서 다들 문제가 없는 것 처럼 처리 해 버립니다.
이 것은 결과적으로 보면 매우 옳은 결정 이었습니다. 팀원들 간의 관계 문제나, 피셔와 아버지
사이의 과거 문제 같은 것에 영화를 할애 했다면 인셉션은 다른 그냥 그런 심리 스릴러 SF들 같은
영화 같아 졌을 겁니다. 놀란 감독은 이런 부분을 배제 시킴으로서 영화의 순도를 확 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사이토에 이르러서는 좀 이상해 집니다. 분명히 초반에 대립 관계에 있었고
캐릭터 자체도 냉혹한 대기업가 이건만 팀에 합류해서 동료들과 별 다른 갈등도 일으키지 않고
후반에 가서는 미션을 성공 시키기 위해 어느 정도 자신을 희생 시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차피 림보에 빠질 확률이 크니 이판사판..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이판사판 이니까 팀과
일 자체를 전부 다 깨뜨려 버렸다 라는 게 클리셰 같아도 일반적으로 좀더 익숙한 흐름이지요)
영화가 집중력이 높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크게 걸리적 거리지는 않습니다만 저에게는 한번 걸고

넘어지면 계속 어거지로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예상은 했는 데 그렇게 아슬아슬한 데서 딱 끝날 줄이야. 그 연출력이 정말 얄미울 정도였어요.

 

배우들은 그냥 자기 자신을 연기합니다. 디카프리오는 디카프리오처럼 보이고, 엘렌도 엘렌 처럼,
조셉, 와타나베 켄도 다 본인 처럼 보입니다. 그 와중에 톰 하디가 새로이 부각 되 보이는 건 이 배우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배우이기 때문일 겁니다.

 

다시 조금 더 찾아 보니 톰 하디도 살 찌워서 꽃청년이 아저씨 된 케이스 였군요. 그나저나 귀 먹은
넬슨을 데리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던게 이 친구 였다니 나 참.

 

변성기도 안 지난 애늙은이 같은 늙은 소위는 대체 어디로 간거지...

 

마리옹 코띠아르가 나오는 데 에디뜨 피아프의 노래가 나오니까 굉장히 이상했어요.

 

낭비 되는 배우가 있다는 말이 킬리언 머피 얘기하는 거 였다니. 굉장히 슬펐습니다. 참 좋아하는
배우인데 놀란 영화에선 어쩐지 점점 존재감 없이 흘러가는 역할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성격
강한 배우인데 그렇게 까지 임팩트 없게 나오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이 영화를 제가 두번 보게 될까요? 한번 더 보면 디테일 한 부분들을 -연출에서건 스토리에건-
좀더 여유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영화 자체가 두 번 보게 만드는 그런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도 새로 즐기고 싶어, 라던가 이런 부분을 다시 즐기고 싶어. 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큰 의문이나
논란 없이 각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리고 '한번 으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딱 끝나는' 제게는
그런 영화 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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