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들은 귀신을 무서워 합니다. 하지만 귀신놀이는 무서워하면서도 재미를 느낍니다.

귀신놀이를 통해 강력한 존재로서의 귀신이 되어볼 기회를 갖고,

그 과정에서 귀신이라는 강한 존재를 자신과 동일시하여 자신의 약함을 부정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열등한 점을 인정하지 않고 타인의 우월한 가치를 내 것으로 동일시 함으로서 심리적으로 부정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열등한 점 혹은 부정적인 점을 알고 있으나 인정하기 싫은 경우에 같은 성향을 가진 다른 사람을 과장되게 비난하는 행동은

투사의 부정적 방어기제라고 하는가봅니다. 자신의 바람직하지 못한 특성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면서

자신에게도 그러한 속성이 있음을 인식하지 않을 수 있게 막아주는 것 이랍니다.

 

2.

 

귀신놀이로 설명된 동일시 방어기제의 경우에는 사회적 발달 단계의 놀이로서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면도 있겠습니다만

보통 그러한 발달이 종료되었다고 여겨지는 성인의 경우에는 경우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자신이 열등하다고 생각할 때, 과연 어떤 부분에서 그러한지는 물론 그러한 평가의 기준이 합리적인지, 

자신이 욕망하는 가치인지, 타인이 욕망하는 가치인지도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신체적인 강함과 약함인지, 금전적인 면에서인지, 사회적 지위의 문제인지, 성격적으로 보다 선호되는 특질 보유의 문제인지 등등.

내가 몸이 약하다고 해서 효도르나 박지성과 나를 동일시하지는 않습니다. 이나이에 어디가서 박지성 놀이를 하자고 한들 누구도 돌아보지 않겠지요.

그러나 종종 귀신 대신에 어떤 강력한 집단 또는 지위를 빌어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게 봅니다.

귀신 역할을 맡은 아이처럼 센 척 하지만 사실은 방어기제인 경우도 많은 것 같아, 심지어 제대로 코스프레하는 것마저 힘겨워 보이는 때가 간혹 있습니다.

 

또 전혀 다른 얘기로, 누군가 '나는 상처받지 않았다'고 강변하는 목소리를 들으면

그(녀)의 마음 속에서 때때로 가치의 우선순위가 강제 조정된 흔적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근거없는 느낌이고 짐작일 뿐 설령 내가 그(녀)를 오래 알았다고 해도 절대로 단정할 수는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빠르고 저항 없는 패배의 인정 또한 자기 방어 기제의 하나이기도 합니다만 반드시 그 케이스인지는 모르는 것이죠.

 

하지만  이상하게 몇몇의 사람들은 그(녀)에게 '그것은 자기기만이야'하고 굳이 얘기하는 것을 봅니다.

다른 한 편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스스로 그 결과를 가져오는 것과, 

모범답안이 있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자신의 욕망을 왜곡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그(녀)가 정말 부자 되길 원하는 지, 스타급 지위를 갖고자 하는지, 그것이 그의 욕망인지 타인의 욕망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어린 아이가 아닌 성인의 경우, 그런 것을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타인이 아프게 찔러 깨우쳐 준 후에

큰 깨달음을 얻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 혹은 마음의 감로수 같은 것이 되는 경우가 많은가요.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에 나오는 삼각형 욕망에 따르면

욕망의 주체와 욕망의 대상 외에 중개자의 존재가 하나의 꼭지점으로 등장합니다.

욕망의 주체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할 때 그 타자, 내가 무엇을 욕망할 것인지 자신의 욕망으로 지시해 주는 중개자.

 

타인의 인정 또는 허영심은 타인의 욕망을 나의 욕망-성공적인 실현으로 보여 줄 때 획득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 중개자는 나의 욕망을 만들어 낸 이 이자 나의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이 입니다.

욕망의 주체는 나를 높여주는 중개자로 인해 기분이 좋을 수 있지만 결국 타인의 욕망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자존감에 상처를 입습니다.

타인의 인정 또는 허영심이 굳이 종류를 가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돈이나 명예같은 쉽게 예상가능한 것들도 있겠지만 지식이나 취향같은 분야에서도 똑같이 해당되는 것 같아요.

이 경우에도 누군가 '너 그거 타인의 욕망이야 사실은' 이라고 굳이 말하는 것을 봅니다. 본인이 궁금해하거나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님에도요.

 

3.

 

체감하기로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사람들이 점점 더 타인의 심리적인 약함에 대해서

불편해하는 정도를 넘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는 온라인에서 그 특성상 이러한 반응이 더 심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는데 의외로 오프라인에서 적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그것이 그(녀)의 모습이라고 보여주는대로 믿거나, 내면의 약한 모습을 짐작해 오지랖넓게 안쓰러워하거나, 무관심하거나,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거나...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습니다만 어느 것을 선택하든 '덜 피곤할 것' 같은데 굳이 효과도 없을 것을 쿡쿡 찌르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정서적인 의존이 심한 일부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심리적 약함에 대해 조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로 말하자면 일단은 대체로 무관심하고, 보통은 보여주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아닌 데 싶더라도 그건 그 사람의 사정이라고 생각해 놔 두고,

아끼는 사람이라면 조금 안쓰러워 하면서도 이해하는 편이어서 신선했습니다. 그런데 당하는 당사자가 되면 신선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 제가 본 이러한 케이스에 대해서는 1의 두번째 문단이 해당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타인의 경우에도 더 쉽게 캐치해내고, 더 과하게 비난 혹은 비판하는 경우.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이 역시 투사의 부정적 방어기제-즉 그(녀)의 약함에 기인한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도돌이표가 되어버렸어요.

 

아뿔싸.. 퇴근해야 되는데, 12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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