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0 11:40
어딘지 알 수 없는 장소에서 로봇 하나가 수정란을 꺼내서 아기로 만들어요. 인공자궁에 넣으면 24시간 만에 아기가 태어납니다. 아기는 여아인데, 로봇 엄마(Mother)는 딸(Daughter)에게 여러가지를 가르칩니다. 체육도 가르치고 윤리도 가르쳐요. 그런데 딸은 어느날 거주공간 바깥에서 쥐가 들어와 쥐를 잡게 되요. 로봇 엄마는 바깥은 오염되어 있다고 쥐를 태워버리죠. 그리고 자신의 계획을 알려줍니다. 이 공간에는 삼만오천구십일곱개의 수정란이 있는데 이들을 다 부화시켜서 인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거예요. 딸은 엄마의 기준에 잘 맞는 인간이었기에, 엄마는 딸에게 남동생을 고를 수 있는 권한을 줍니다. 그런데 외부에서 한 침입자가 들어와서 딸의 세계를 흔들어놓습니다.
침입자는 딸을 꼭 닮은 30대 여자 (Woman)인데, 외부에는 사람들이 살아 있고 로봇은 인간을 죽이는 존재라는 거예요. 자기는 로봇의 총에 맞았다고, 로봇을 믿지 말라고 하죠. 로봇은 그 총은 로봇의 총이 아니라 그 여자의 총이라고 하면서 그 여자가 거짓말장이라고 합니다. 상반된 정보 앞에서 딸은 어떻게 판단해야할까요?
간단히 말해서 이 로봇은 곧 A.I. 였고, 인류를 보호하는 걸 자기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인류의 가장 큰 적은 인류이며 스스로 서서히 죽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로봇은 인류를 멸절 시킵니다. 그리고 땅굴 속에서 삼만육천개의 수정란을 지켜요. 인류가 멸절된 다음날 첫번째 수정란을 아기로 만들었고, 그 첫번째 아기가 그 30대 '여자'가 된 거예요. 첫번째 아기는 로봇 엄마의 기준에 못미쳤기 때문에 바깥으로 쫓아버립니다. 두번째 아기 역시 로봇 엄마의 기준에 못미쳤고, 이번에는 두번째 인간을 불태워버려요. 딸은 세번째 아기였던 거죠. 첫번째 아기였던 30대 여자 역시 딸을 밖으로 데리고 나오기 위해 거짓말을 했고, 딸은 벙커 안으로 돌아가 A.I.를 설득시켜요. 자기가 인류를 시작할테니 자기에게 맡기고 잠들어달라고요.
엄마는 딸에게 인류를 맡기기로 하고 잠들지만, 엄마가 필요하면 언제든 다시 부르라고 합니다. 말만 그렇게 하고 엄마는 다른 드론 몸을 입고 나와서 첫번째 딸-여자-을 죽입니다. 엄마는 인류를 다시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이미 6개월 전부터 들판에 옥수수를 기르기 시작했어요. 이제 세번째 딸 앞에는 부화시키고 교육시켜야할 수많은 수정란이 펼쳐져 있어요. 딸은 엄마에게 배운 첫번째 자장가를 부릅니다.
'블랙미러' 시즌 5보다 이게 더 나았던 것 같네요. 사실 결말 부분을 보면서 "안돼 생각 다시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로봇의 도움 없이 이 어린 딸이 그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기르고 교육시킨단 말이예요? 혹자는 이 영화의 리뷰를 쓰면 이제부터 저 딸과 첫 남동생은 근친상간으로 자손을 낳는 거냐고 하더군요. 제 생각에 첫 세대는 근친상간을 못해요. 왜냐하면 다음 세대를 길러야하기 때문이죠. 여왕개미가 낳는 첫 수캐미는 먹이를 가져오고 다음 알을 만드는 데만 쓰이는 것처럼, 첫 세대는 아마 노동력으로만 쓰일 거예요.
야 니 인생은 이제 끝이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냥 로봇더러 인류를 꾸리게 두지, 육아가 얼마나 힘든 건데 그걸 자기가 하겠다고 했어야 하는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결말이 어느 정도 합당해요. 로봇 엄마가 딸에게 가르친 건 윤리였단 말이예요. 보다 높은 윤리를 가진 인류를 만든다, 큰 그림을 보는 인간을 만든다, 인류를 위한 인간을 만든다, 합리적인 인간을 만든다, 이게 로봇이 강조한 거예요. 화력면에서나 기술면에서 딸보다 압도적인 로봇 엄마는 왜 딸의 설득에 설득되었는지 (혹은 설득되는 척 했는지)를 생각해봤어요. 인류를 멸절시키고 두번째 딸을 죽인 로봇에게 새로운 인류를 맡길 수 없다는 딸의 윤리관을, 로봇 엄마가 존중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더 힘들고 더 더딘 길을 딸은 선택했으니까요.
2019.06.10 12:47
2019.06.10 13:02
딸과 남동생이 아이를 낳더라도 유전적인 근친은 아니죠. 그냥 수많은 인간 배아의 하나일 뿐 같은 핏줄은 아니잖아요.
남자애는 아마 영화에서도 흑인이였던 것 같은데..
2019.06.11 00:50
https://www.cosmopolitan.com/entertainment/movies/a27822014/netflix-i-am-mother-review-spoilers/
It's implied that our girl is going to raise all her thousands of brothers and sisters by herself, and probably let them commit incest to repopulate the planet.
아, 제가 말한 리뷰는 코스모폴리탄인데, 제가 해석을 잘못했어요. 딸과 남동생이 낳는 아이들이 근친으로 낳는 자식들이 아니고, 앞으로 딸이 길러낼 자식들이 근친상간을 해서 지구에 번성할 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2019.06.10 13:13
2019.06.10 22:28
첫 번째 아이는 내쫓고, 두 번째 아이는 왜 불 태웠을까요? 보면서도 들어온 여자가 첫 번째 아이일 거라고 생각 못했네요.
2019.06.11 00:58
저도 생각 못했는데, 저와 같이 본 사람은 단박에 맞추더라구요. 헤어스타일이니 골격이 유사하다면서. 생각해보면 밖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힐러리 스웽크의 헤어스타일은 반듯하죠.
2019.06.10 23:11
봤어요.
전 의문이 든 것이 저정도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 인공수정 및 배아의 장기 보존 및 관리-통제에 인공자궁까지 가능한 - A.I 라면 뭐하러 인류가 이미 해왔던 똑같은 무식한 방식으로 인류종을 청소 했을까? 하는거에요.
영화 ‘터미네이터’의 설정에 갇힌 작가의 게으른 상상력이라고 밖에 안보이더군요.
바이오 기술력이 저정도라면 인간 유전자에 대한 데이터에 기반해서 기존 면역체계를 벗어난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을것이고 ‘12몽키스’ 저리가라할 정도의 속도로 감염 시켜서 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희생 없이 청소가 가능할텐데 말이죠. 그러면 안드로이드에 대한 증오와 저항의 여지도 만들 필요가 없을텐데요.
또 거슬리는 게으르고 상투적이라 느꼈던 부분은
‘마더’가 마지막에 딸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주는 듯한 페이크 역시 너무 뻔한 전개였어요. 이제부터 모든 선택과 행동이 자기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는 착각?이 사람에게는 다른 생명체와 달리 꼭 필요한 생존 요소는 하나라는 것으로 이해는 가는데 어디서 많이 본 느낌? 기독교 세계관에서 신이 인간에게 ‘선악’에 대한 ‘선택의지’를 주는 것과 다를게 없네요? 인류 재창조를 생각해내고 실행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A.I 라면 결국 인간의 상상력에서 만들어낸 퀘퀘묶은 종교적 프레임을 답습하진 않을거 같은데....
결론은 딱 넷플릭스(오리지날)수준의 영화;;
2019.06.11 00:55
저는 AI가 선악의 선택 의지를 줬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왜냐하면 딸의 앞에서는 사라진 척 하지만, 여인 (첫번째 딸)의 앞에 다시 출현해서 여인을 살해하잖아요? 일종의 관리감독하의 정원 가꾸기인 거죠.
저와 영화를 같이 본 사람은 영화상의 AI가 미성숙하다고 평가하더군요. 한 번에 한 명씩 길러내는 것도 말이 안된다, 프로그래머라면 항상 백업을 염두에 둘 것이다, 이렇게도 말하구요. 또한 바이러스 이야기도 했어요. 생각해보면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가 쇠고기인데,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요즘 특정 진드기에 물리면 쇠고기, 돼지고기를 못먹게 된다면서요? 그러면 그 진드기만 퍼뜨려도 멸종을 상당히 늦출 수 있을 것 아니겠어요.
2019.06.10 23:22
본문에서 지적하신 ‘딸’이 육아노동을 자기가 하겠다는 판단은 ‘뭘 몰라서’ 일 수도 있지만
생쥐 하나에도 뜨겁게 반응하는 딸의 행동을 보건데 ‘관계’를 지향하는 인간 본성의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생명’ 혹은 ‘실존’에 대한 절대적 애착내지 존중이 ‘마더’가 생각한 인류재창조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열쇠가 아니었을까 싶더군요. 즉 바보 같은게 아니라 마지막에 그런 선택을 하도록 그렇게 양육된 것이고 그것이 ‘시험’ 커트 라인이었던거죠. 두번째 아이는 아마 소시오패스 기질을 보여서 탈락 된 것이라 추론이 가능합니다. 물론 작가가 실제 그런 의도였는지 아닌지는 제 알바 아니고;; 온전히 영화 구조내에서만 판단하자면 그렇다는거죠.
2019.06.11 00:57
어떤 리뷰에서는 첫번째 딸을 놓아준 이유 자체가 세번째 딸을 시험하기 위한 장치였을 거라고 추측하더군요. 불확실성 속에서 판단을 내리는 게 윤리의 역할이라고 본다면, 자기밖에 없다고 생각한 세계에 또 하나의 인간이 뛰어든 것처럼 불확실한 상황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게 보면 전체 세팅 자체가 세번째 딸을 위한 시험 문제였을 수 있죠.
2019.06.11 21:49
2019.06.12 01:49
어느 리뷰에 따르면, '프랑켄슈타인'을 거꾸로 뒤집은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또 twisting movie 라니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