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2 08:52
뭐 봉준호 감독의 과거 발언 문제 뭐가 이슈가 된다길래 약간 편승해서 백만년만에 처음 글을 올리는데요.
뭐 같은 맥락으로(봉준호 감독이 같은 수위의 문제가 있다는 얘긴 절대로 아니고요) 예를 들면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감독으로서 훌륭한 작품을 만들고 감독으로서의 자질에 대해서 문제 제기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의 성품이나 과거 행동에 문제가 많다는데는 동의하신다는 전제하에.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상관없다든지, 제품이 좋으면 그걸 만든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에 상관없이 구매해도 된다든지 하는 것에 대해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알고 싶네요. 갠적으로 저는 삼성 제품을 되도록 안 쓰고 싶지만 제품 구매란 것이 혼자만의 결정으로 쉽게 되는 것도
아닌 부분도 있고 여러가지 요소가 있어서 한결같이 밀고 나가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자동차는 저는 미국에 살면서 지금 현대 차 2대와 기아 차 1대를 몰고 있고 그 이유도 일본차가 더 좋다는 걸 알면서도 같은 이유로 그랬던 거구요. 암튼 뭐든지 개인의 소신과 제품, 회사에 대한 생각 등에 따라
다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결정 기준 같은 게 있는지 궁금하네요.
2019.06.02 11:09
2019.06.02 23:21
네, 수정했습니다.^^;
2019.06.03 01:33
김영하 작가가 그랬죠. "작가와 작품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니 작가들은 똑바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충 기억에 의존해서 옮긴 것이라 부정확하지만 대강의 뜻은 맞을 겁니다. 영화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기업의 경우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소비자 운동 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시작된지 얼마 안되지만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운동이죠.
대표적인 것이 남양 불매운동.
저 역시 삼성의 ㅅ 자마 들어가도 1원 한푼 안쓴지 10년 가까이 됩니다. 문제는 제가 해마다 바꾸는 아이폰에도 삼성 부품이 들어간다는거;
그런데 애플이 친환경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기준치에 다다르지 못한 밴더들은 퇴출 시키겠다고 하자 부랴 부랴 삼성이나 하이닉스나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수급을 한다 난리가 아니네요. '정치적 올바른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모두 애플같은 슈퍼갑의 처지였으면 좋겠어요.
'기준'은 저마다 다 같지 않겠죠.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기준이 꽤 구체적이고 명확한거 같지만 페미니즘진영과 성적소수자진영간에 가끔씩 치고 받는 분쟁이 생기는걸 보면 말입니다.
그리고 꼭 단일한 기준일 필요는 없죠. 환경, 계급, 페미니즘, 안티포비아, 평화 등등 상황에 따라 소비의 분야,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그 다름들이 서로 모순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그믈이 촘촘하게 만들어 지는걸 수도 있겠죠
2019.06.03 09:08
무엇이든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행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조건 하에서 최선을 다 하는 수 밖에 없죠. 저 같은 경우 그 때 그 때 혹은 제품 별로 타협도 하고 절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삼성도 싫고 현기 자동차도 싫고 일본 차 회사들 중에서 전범에 가담한 회사들도 싫고 하지만 그렇다고 100% 그들의 제품을 거부하진 못해요. 덜 싫은 혹은 덜 나쁘면서 품질 면에서 취향 면에서 큰 차이 안 나는 제품 쪽을 소비하는 편이죠. 이러면서도 나의 이런 개인적인 정치적으로 올바른 소비 행태가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할 때도 있고요. 그래도 알면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제품이 좋다고 소비할 수도 없는 거고요. 그런데 문화 상품에 있어서는 더욱 힘든 거 같아요. 가득이나 직접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소비할 수 있는 영화, 만화 등은 심하죠. 어떤 명확한 기준이 있었으면 혹은 그런 기준으로 생활하시는 분들이 계신가 궁금해서 올린 글인데 별로 관심들이 없으신 모양이네요. 암튼 댓글 달아주신 soboo님 감사하고요. 평소에 눈팅만 하면서 님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2019.06.03 11:23
봉감독은 약간 뭐라고 해야하나 담장 너머로 보면서 혼자 저사람 작품에서 드러나는 작자의 속내를 상상하는 게 재미있지 당사자의 진짜 이야기는 전혀 궁금하지 않고 몰라도 상관없는 타입 같다. 근데 원래 예술가의 속마음 같은 건 모르는 게 더 낫긴 함.
아무리 위대한 명작이라도 작자가 그걸 만들고 있을 당시의 생각이나 상황은 알아서 나쁠 거 없고 이해에 약간 도움도 주겠지만 예술이란 뒷배경과 상관없이 감상자의 시점이나 해석으로 또 달리 받아들여지는 거 아닌가. 대부분의 예술작품에 깃든 창작자의 심리는 알아봐야
더 복잡하고 추하고 비도덕적일 확률이 훨씬 크며 사람은 원래 그런 존재인데 부정적인 에너지와 긍정적인 에너지 모두 쏟아부어 예술이 탄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예술가의 도덕성과 예술작품은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https://twitter.com/windsisle/status/1135053536142606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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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트윗에 공감하는 입장입니다. 봉준호 감독 인터뷰 굳이 들춰내서 한남이니 뭐니 잣대 긋고 배제하는 건 웃기는 일이죠. 그럼에도... 봉준호 감독이 김혜자 배우에게 강요한 도둑촬영은 잘못된 행동이었으며 그 부분은 사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2019.06.03 12:05
저 원글입니다. 아이디를 바꿨어요. 저도 그런 입장과 비슷합니다. 제가 예를 든 물건을 만드는 회사와 그 제품에 대한 비교하고 창작자와 그 창작물을 대하는 소비자의 태도는 물론 같게 접근할 수는 없는 거 같고요. 창작자가 아무리 나쁜 짓을 했어도 그의 창작물에 대한 평가와 창작자의 행동이나 그에 대한 평가는 별개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