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산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6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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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보시다시피 영어권 포스터인 모양이구요.)



 - 세계사, 세계지리 문외한인 저는 몰랐죠. 제목의 '몰도바'가 국가 이름이라는 걸요. ㅋㅋ 그래서 배경은 몰도바의 산골 마을입니다. 주인공은 이 마을에 머무는 유일한 경찰 '일리'인데요. 이 양반의 꿈은 과수원 하나를 사서 운영하며 거기에 자기 집도 짓고, 재혼도 하고 애도 키우며 사는 거에요. 그래서 그나마 본인의 재산인, 그나마도 전처와의 공동 소유인 집을 팔아보려 했지만 택도 없이 모자란 액수라 포기. 낙담해서 출근해 보니 귀찮은 수습 경찰 젊은이 하나가 나타나서 쓸 데 없이 열정적으로 활개를 치며 피곤하게 만드네요.

 그러다 마을 주민 한 명이 살해 당합니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 속 경찰들은 최정예 과학 수사대로 보일 정도로 하찮은 이 동네 공권력(=주인공)은 별다른 수사도 없이 뭐 사고 아닐까... 이러면서 어영부영 넘기려는데요. 여기에 꽂혀서 시키지도 않은 탐문을 하고 다니는 수습 경찰 때문에 그 날 밤, 범인들(!)이 조용히 주인공을 찾아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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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이게 원조 포스터인 듯 하구요. 근데 좀 뻥입니다. 이게 웃기는 영화가 아니에요...;)



 - 에... 또 그냥 봤습니다. 듣보 영화 중에서 뭐 괜찮은 거 하나 건져 보겠다는 쓸 데 없는 의지로 이것저것 훑어 보다가 얻어 걸렸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잘 만든 수작입니다. 로튼 토마토 100%에 빛나는!!! (리뷰 수는 고작 네 개!!!! ㅋㅋㅋ) 

 근데 제목을 보고는 당연히 몰도바 영화일 줄 알았는데 감독도 루마니아 사람이고 영화 국적도 루마니아인 것 같고 그렇습니다. 조금 검색해 보니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끼어 있는 인구 수 250만명대의 작은 나라이고 수시로 루마니아와 합칠까 말까... 하는 얘기가 나오는 나라인가 봐요. 원래부터 문화적, 사회적으로 매우 가깝다고. 덧붙여서 나라 경제, 정치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고 하고 이런 부분은 영화에도 살짝 반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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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일리. 뭐랄까... 그냥 이 짤 그대로의 캐릭터입니다. 비주얼부터 표정, 말투 등등 모든 게 딱 캐릭터에 맞게 최적화! 라서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ㅋㅋㅋ)



 - 글 제목에 적은대로 시골 스릴러에요. 근데... 사실은 스릴이 거의 없습니다? ㅋㅋ 영화 내내 우리가 보게 되는 내용들을 대충 정리해 보자면 '난 과수원이 갖고 싶다규!' 라는 시골 경찰 아저씨의 애잔한 사정과 심리가 대략 50%. 주인공이 일하는 몰도바 시골 마을 사람들 묘사가 30%. 나머지 20%는 그 살인 사건 관련이긴 한데 참말로 느리잇느리잇. 별 임팩트 없이 흘러가는데요... 그러니까 막 재밌는 영화라고 하긴 어렵겠습니다.


 하지만 대략 절반에 해당하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꽤 괜찮아요. 캐릭터도 개성 있으면서 현실적으로 잘 잡혔고 그래서 쉽게 주인공의 번뇌를 이해하면서 그 감정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10여분 정도를 남겨 놓고는 드디어 스릴, 드라마틱, 강렬!!! 이런 게 폭발을 해주는데 여기에서 내내 슬로우~ 슬로우~ 로 흘러가며 차곡차곡 쌓아 올린 벽돌들이 제대로 역할을 해 줍니다. 대단할 것은 없는 장면이지만 충분히 몰입 하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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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하고, 심지어 상냥하고 이타적으로 보이는 마을 지도층이 알고 보니 주민들 착취하는 독재자에 살벌한 범죄자였다... 라는 시골 스릴러의 공식을 따라가는 이야깁니다.)



 - 이런 식의 시골 배경 스릴러가 다 그렇듯 주인공이 사는 시골 마을은 겉보기만 화목할 뿐 그 이면엔 더럽고 위험한 것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곳입니다. 마을 이장과 신부가 그것을 대표하구요. 겉으로는 마을 사람들을 다 챙기며 도와주는 살뜰한 사람들 같지만 사실은 그냥 이 곳의 지배자인 거죠. 주인공의 시야 바로 바깥에서 불법적인 무언가를 해서 돈을 왕창 벌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고... 뭐 그런 식인데요.


 역시 흔한 설정이지만 이 시골 동네의 풍경과 습속을 느릿하게, 필요 이상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차분하게 훑어 주는 덕분에 사실주의적 질감을 부여 받으면서 이 빌런들의 존재감과 끔찍함이 잘 살아납니다. 그리고 이 평화로운 지옥 속에서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며 갈등하는 주인공의 번뇌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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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본은 대체로 뻔한 장르물에서 양념을 조금씩 빼서 현실성을 부여하는 쪽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 여성분은 헐리웃산 대중 장르물에 나왔다면 주인공과 러브 라인이 맺어졌겠지만...)



 - 이미 한 얘기지만 주인공의 캐릭터와 연기가 참 좋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고 단순한 시골 사람이고, 우유부단하면서 자기 욕망에 휘둘리는 보통 사람이에요. 그래서 눈 앞에 빤히 보이는 범죄와 악의 존재를 애써 눈 감고 부정하며 욕심을 채우려 하는 초중반까지의 모습도. 그러다 결국 자신의 소박한 상식의 선을 넘어 버리는 일을 목격하고 고민하다가, 나중엔 너무 속이 상해서 엉엉 울어버리는 후반의 모습도 모두 설득력이 있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그려집니다. (스포일러는 생략하고) 마지막에 보여주는 모습도 상당히 감정을 울리는 부분이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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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리버리한 주인공의 천진난만 과수원 집착이 처음엔 웃기고, 나중엔 점차 우울해지다가 막판엔 심금을 (조금) 울립니다.)



 - 그래서 뭐... 

 유럽 영화지만 뭔가 좀 옛날 선댄스스럽달까요. 흔한 장르물의 이야기를 구체적인 현실 토핑을 통해 새로운 느낌으로, 그리고 좀 더 절절한 느낌으로 보여주는 식의 장르 소품입니다. 검색을 해 보니 실제 루마니아, 그리고 몰도바의 사회 문제도 많이 반영 된 이야기라고 하는 듯 하구요.

 막 강렬하고 새로운 걸 기대하심 안 되겠지만, 그래도 기대보다 훨씬 '진짜 같은' 감정을 전해주는 이야기였고 그래서 꽤 몰입해서 봤습니다.

 ...하지만 역시 참 느릿해요. ㅋㅋㅋ 마구 재밌는 걸 기대하심 피하는 게 좋겠구요. 평소에 자주 보긴 어려운, 좀 독특한 장르물을 원하신다면 아주 소심하게 추천 드릴만 하겠습니다. 전 재밌게 봤어요.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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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우리 일리 젊은이의 꿈과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만 애초에 별다른 포인트는 없는 이야기라...


 그래서 우리의 주인공은 동네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별 일 아닐 거야'라는 식으로 대충 넘기며 수사도 하지 않고 대충 뭉개며 마을 순찰하다 발견한 아주 아름다운 과수원에 집착합니다. 돈 구할 곳을 알아 보고, 그 과수원에 심을 과일 나무 종류나 가격들 알아 보고 말이죠.

 그러다 이 골치 아픈, 쓸 데 없이 열정적인 견습 경찰 젊은이가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 통에 한밤중에 마을 이장과 신부의 방문을 받는데... 이 양반들이 그게 본인들 짓이라고 자백을 해 버리네요. 당황하는 주인공에게 이들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 놈이 술 먹고 이유 없이 나에게 달려들어 폭력을 휘둘렀고, 난 어쩔 수 없이 어찌저찌 하다가 그만 옆에 있던 도끼로... 하지만 이건 사고였다고!! 내가 마을 사람들에게 얼마나 잘 해주는지 알잖아?? 자넨 나 믿어 안 믿어???


 고민하던 주인공은 그동안 이 사람들이 자기에게 보여준 좋은 모습들을 생각하며 애써 '네 맞아요. 사고였네요 그럼' 이라며 역시 이 사건을 묻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순찰을 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마주치는 과정에서 자꾸 이장과 신부의 수상쩍은 모습들을 목격하고. 이들과 만났던 마을 사람들이 겁에 질려하는 상황들을 보면서 마음 속에 의심을 키워갑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걸 애써 외면하는데...


 견습 경찰이 강가에서 무참히 폭행 당하고 혀가 잘린 채로 위독한 모습으로 발견이 돼요. 역시나 자신에게 허락도 안 받고 마을 탐문 중이었다고 하고. 이 젊은이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주인공은 격한 번뇌에 사로잡힙니다만. 그 날 밤에 또 곧바로 출동한 이장은 '그건 정말로 내가 한 게 아니야. 아마 나를 너무 믿고 따르는 누구네 집 아들놈들이 술 먹고 홧김에 그런 거겠지' 라는 설명을 하고. 난데 없이 주인공이 홀딱 반했던 과수원의 땅문서를 건넵니다. 이게 다 내가 자네를 내 아들처럼 생각해서 그런 거야. 허허 받아 넣으라고 우리 과수원 주인님!!


 그걸 받아 들고 나온 주인공은... 아무리 순박해도 이쯤 되면 눈치를 못 챌 수가 없잖아요. 하지만 손에 들어온 과수원을 포기하지 못하고 병나발을 불며 과수원을 바라보며 궁상을 떱니다만.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요. 니들 뭐냐! 경찰이다!! 라고 달려가 보니 한 가족이 어익후 죄송합니다!! 라며 원래 여기 살던 사람들이었다고, 짐만 좀 빼가겠다며 후다닥 도망을 쳐요. 그러고 집에 들어와 티비를 켜니 방금 이장이 말했던 용의자(?)가 자수를 해서 사건이 해결됐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걸 보며 주인공은 오열을 하구요.


 다음 날, 주인공은 도입부에서 공동 소유의 집 처분 문제로 만났던 동생을 다시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이장과 관련된 정보가 담긴 서류를 받아요. 알고 보니 아주 위험한, 고위층의 비호를 받는 범죄자들인 모양입니다. 이런 게 왜 필요하냐며 걱정하는 동생에게 아무 걱정 말라고, 별 일 아니라고 다독거린 주인공은 '그 집은 안 팔 거니까 걱정 말렴'이라 말하고 헤어져 마을로 오구요. 그러다 이장에게 살해당한 남자의 아내와 아들을 만나 자기가 준비한 선물을 건네주려 하지만 이들은 주인공을 벌레 보듯 하며 차를 타고 떠나 버립니다.


 경찰서로 돌아온 주인공은 불쌍한 견습 경찰의 짐을 싸서 상자에 넣은 후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경찰 제복을 단정하게 입고서 무기고에서 권총을 꺼내 들고 이장과 신부를 만나러 갑니다. 마침 매우 위험해 보이는 외국인들과 아주 수상해 보이는 거래를 하고 있는 이장에게 권총을 겨누며 '당신을 체포하겠다!'고 외치는 주인공... 이지만 당연히 그 위험한 외국인들과 이장 패거리는 무기를 꺼내들고 덤벼들구요. 참으로 안 멋있고 안 폼나지만 처절하고 진지한 싸움 끝에 이장과 신부를 비롯한 마을 악당 패거리를 처치했지만, 본인도 치명상을 입은 주인공은 그 옆을 흐르는 개울로 걸어들어가 물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걸." 이라 중얼거린 주인공은 그대로 물에 쓰러지고. 세상을 떠납니다. 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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