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 주절...

2010.06.07 23:03

셜록 조회 수:3651

1.

늘 그렇듯, 커피숖입니다. 아홉시부터 열한시까지 이곳에서 빈둥대다 집에 가는 게 요즘 제 낙이죠. 오늘 옆에는 깜장 모자를 쓰고 넷북을 하는 된장남이 있네요. 하지만 제가 더 된장남입니다. 저 사람은 아이폰이 아니거든요. 질 수야 없죠. 음... 혹시 갤럭시 뭔가 하는 폰인가?;

 

 

2.

국가는 너희를 굶지 않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란다, 라는 교육보다 더 의미 있는 교육이 있는가 모르겠습니다. 예산? 없다고 땡깡부리면 다 쳐내야죠. 별 의미없는 연수는 싹 줄여버리고,  각종 시험을 줄이거나 없애고... 등. 무상급식 때문에 학력평가를 포함한 '시험'도 없어진다면... 어머... 그거야 말로 킹왕짱인데!?!?!?!

 

만약 그렇게 되면... 이명박 왈, 나는 무상급식을 실현한 복지 대통령이예연. 

 

 

3.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잔돈을 거슬러 받자마자 옆에서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하는 겁니다. 와 빠르네. 잔을 보니 크레마 비슷한 것도 없어요. 좀 섭섭해서 이거 미리 준비해 둔 샷을 넣은 건가요? 라고 물었어요. 아니랩니다. 그래도 영 개운치 않아서... 어쩔 수 없죠. 조사해도 안 나올 텐데.

 

 

4.

아까 여덟시가 넘었는데도 창밖은 밝더군요. 이 무슨 백야인가 싶었는데, 아홉시 쯤 되니까 아주 까매지지더라고요. 정말 여름이네요.

 

 

5.

문득, 어릴 때 놀던 길이 생각납니다. 땅강아지도 잡고, 곤충채집망 가지고 매미 잡으러 쏘다니던 무렵. 천사가 한 마리(음... 천사를 세는 단위는 뭔가요?) 그 동네에 살았죠. 한 살 위인 그 형은 초딩 2학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생일이었죠. 뭐 아무리 매미 잡고 땅강아지 잡았다지만, 그걸 생일선물로 해줄 수는 없었죠. 그래서 엄마한테 낑낑대니까 연필 세 자루를 주시데요. 에이 이게 뭐야. 했죠. 그러나 가진 거라곤 팽이 하나, 구슬 한 되 뿐이고, 팽이는 나의 자가용이며, 구슬은 나의 현금인지라, 둘 다 선물로 하기도 무흣한 것이었죠. 그래서 그 형의 생일상 앞에 앉아 어쩔 수 없이 잔뜩 부끄러워 하며, 연필 세 자루를 내밀었습니다. 그 형 앞에는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이런 저런 선물들이 놓여져 있었고, 제가 마지막에 내었나 그랬을 겁니다. 제 선물을 받은 형이 말하더군요. 네 선물이 제일 좋아. 마치 내 마음 속을 훤히 꿰뚫는 눈으로, 그리고 인자하신 통통한 몸에 어울리는 웃음과 함께... 

 

어쩌다 가끔 위 기억이 떠오르는데, 꼴사납게 눈물겹고 그래요. 초딩 2짜리 주제에 형이랍시고.

 

비슷한 경험은 초6때 이어집니다. 이번엔 스승의날이고, 제 손엔 참으로 하얀 양말 세 켤레가 들려져 있었죠. 이제는 나도 컸겠다, 오래전의 그런 기억도 있겠다, 해서, 집에 가는 길 학교 담벼락에 던져버려버렸습니다. 하여 유일하게 좋아하던 선생님께 선물 한 번 해드리지 못하게 되었죠. 저는 다른 여자 애들 두어명과 함께 선생님 책상에 앉아서 선생님과 함께 도시락을 먹곤 했는데요. 어느 날 선생님이 노래를 가르쳐 주시더군요.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옥도끼로 찍어내고 금도끼로 다듬어서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지고... 지금 흥얼거려보니 참 슬픈 노래네요. 졸업을 하고 중딩 적 어느 가슴통 터질 것 같았던 밤은,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막 울어댔죠. 그럴 일 없을 거야. 응, 그럴 일 없을 거야. 그 공중전화 부스가 떠오르네요.

 

선생님은 나 같은 망나니를 어떻게 견뎠을꼬...

 

 

6.

하여, 찾아본 이태백의 시.

 

 

산중문답(山中問答) 산중답속인(山中答俗人)

문여하사서벽산(問余何事棲碧山) 왜 푸른 산중에 사느냐고 물어봐도
소이부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 대답없이 빙그레 웃으니 마음이 한가롭다.
도화유수묘연거(桃花流水杳然去) 복숭아꽃 흐르는 물따라 묘연히 떠나가니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인간세상이 아닌 별천지에 있다네.

 

 

대체 얼마나 더 가야 마음 한가로워질라나요. 내 똥보다 남의 비듬이 더 신경 쓰이고 눈에 잘 들어와서 니조랄이나 사라고 떠들어대며 살고 있으니, 안 될 거야 난 아마... 그러니 어쩌다 제가 쓸데없이 떠들 때는, 니조랄이나 사라고 해주시면 퍼뜩 알아차리겠습니다

 

 

7.

나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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