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30 08:02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하고 있는 일이 잘 안풀리면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이야기를 나눈 끝에 그 친구네 본가에서 식당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알음알음 인기가 있는 집인데 주특기가 곰탕이라고 하더군요. 너는 그거 물려받으면 되겠네?? 라고 했다가 자기는 곰탕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 음식중에 하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맛하나는 끝내주는데 어렸을때부터 하도 먹어서 그렇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주억 거렸습니다.
내친김에 그럼 내가 가서 일배울까?? 라고 하니 깔깔대면서 그러라고 하더군요. 농반 진반의 이야기지만 밑질 것 없는 장사.. 내친김에 음식 맛을 확인해 보러 갔습니다.
답십리의 전주곰탕이라는 곳이예요.
가는 길에 국정화 반대 플랭카드를 봤습니다. 정치에도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플랭카드는 괜한 시간낭비 돈낭비가 아닐까 싶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시선을 잡아 끌지도 뭔가 방향 전환이 되는 이슈를 선점하지도 못하고 그냥 끌려간다는 생각입니다.
모르는 사람은 그냥 지나칠만큼 가게 사이에 묻혀 있는 곳입니다. 답십리 사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소머리 국밥과 설렁탕이 주메뉴인 것 같은 차림새네요. 가격은 국산 한우를 쓴다면 납득이 갈만한 가격입니다.
간판이 협소한 이유는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간판을 지나서도 골목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워낙에 곱창이나 대창같은 내장을 좋아하는 식성이라 내장탕을 시켰습니다. (응??) 곰탕집에 갔으면 소머리 국밥이나 설렁탕을 시켰어야 국물맛을 볼텐데.. 그만 본능에 끌렸다고 할까요?
육개장도 파는 집이라 매콤하면서 달큰한 국물에 파와 토란대가 듬뿍 들어간 얼큰한 스타일의 내장탕이 나왔습니다. 내장탕은 보통 벌집위나 천엽 같은 부위가 많은데 특이하게도 이집은 곱창이 많네요. 야들야들하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오는게 상당히 맘에 듭니다. 잡내도 하나없이 손질을 잘하셨네요. 집에서도 한번 끓여먹어 본적이 있는데 이정도로 끓이려면 손이 참 많이 갑니다.
밥 한그릇 말아서 잘 먹었는데 아무래도 못먹은 도가니탕이며 소머리 국밥이 마음에 밟힙니다. 한그릇 더 시킬까?? 하다가 과욕이다 싶어 다음을 기약하고 일어섰습니다. 노모가 혼자 하신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식당 전반의 청소 상태며 이런저런 모양새는 딱 술맛 나는 오래된 가정식 식당의 그것입니다. 동네 주민들이 그냥 자기집처럼 퍼질러 앉아 수육에 소주, 아니면 삼겹살이나 오리 불고기에 반주를 기울이는 친근한 지역 밀착형 식당이죠.
이런 집은 절대 망할 일이 없습니다. 단골도 있고.. 매출도 안정적으로 잘 나올겁니다. 다만.. 하루 이상 푹 고아낸 사골국물을 쓰신다니 그걸 만들기 위한 노동의 강도와 노고가 힘겨울 뿐인거죠. 그리고 이런 식당을 하면 휴일 며칠 빼고 어디 놀러갈 엄두도 못냅니다. 고단한 노동의 족쇄가 채워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벌이가 시원치않고 미래가 불투명해도 선뜻 물려받겠다는 이야기를 못하는 겁니다. 이해가 되요.
제가 누구 친굽니다..어머님.하는 이야기를 할 것도 아니라 그냥 잘먹었다는 이야기 남기고 돌아섰는데 근처 사는 후배들이랑 저녁에 술 한잔 하러 다시 들러봐야겠습니다. 못먹고 온 음식들이 땡기네요. 날이 추워 그런지.. 요식업에 관심도 있고 이런 음식점에 꽂아주면 진짜 일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고 잘 배울 자신은 있습니다만.. 아직은 하는 일에 좀 더 전념하고 좀 더 고민해봐야 겠어요.
가업 승계, 특히나 요식업에서의 가업 승계라는 것이..한국에서는 참 어렵습니다. 부모들이 그 전승을 꺼리는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구요. 날씨가 무척 차갑네요. 다들 뜨끈한 음식 드시고 마음에 온기를 데우시길 바라며 이만. ^^
2015.10.30 08:13
2015.10.30 14:29
잘되는 집은 대를 이어 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얼마전에 읽은 박찬일씨 책 백년식당에도 나오듯이 백년 넘게 이어가는 집은 그리 많지 않고 그나마도 계속 줄어드는 중이라고 합니다. 음식장사가 힘들기도 하고 명예로운 것도 아니라는 저변에 깔린 인식 탓이겠지요.
그나마 요즘에는 백종원씨처럼 성공한 요식업 종사자가 지형을 바꾸고 있는것 같아요. 가업을 이으려는 2세 3세가 늘어나는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15.10.30 08:16
아 먹고싶네요 내장탕 ㅠㅠ
좀 일찍 퇴근해서 오후즈음에 저런 가게에서 수육에 소주한잔 하면 캬...
2015.10.30 14:30
저도 수육에 소주 한잔..하고 싶은 쌀쌀한 날이네요.
2015.10.30 08:41
2015.10.30 14:30
분위기가 술을 부르는 그런 곳이죠.
2015.10.30 08:42
본 게시물에는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글 좋아요~~~
그런데 제 생활반경과 너무 멀어서 일부러 가기 전엔 못먹을거 같아서 슬픕니다.
2015.10.30 11:31
2015.10.30 14:30
돈 한푼 안받고 광고를 해드리는 착한 사람입니다. 제가. ㅎㅎㅎ
2015.10.30 10:29
지인도 부모님이 그동네에서 유명한 식당을 하는데 식당일은 안하고 부모님한테 자금 타내서 이것저것 자기 사업 하더군요. 식당 이어 받는 것은 최후의 보루라고..
자세한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이어 받고 싶지는 않는 것 같다요. 식당 건물도 자기네껀데..
2015.10.30 14:31
식당 일이 고되고 힘들고 그런 일인가 봐요. 어디 나가 놀지도 못하고.. 갇혀 있어야 하니.
2015.10.30 12:39
아, 돈을 주고도 못사먹는 곳에 사는 입장에선 이런 글 정말 싫어요 엉엉
2015.10.30 14:31
휴가내서 한번.. ^^;;
2015.10.30 12:49
2015.10.30 14:31
순댓국 좋죠.
2015.10.30 12:58
북한이야 그렇다쳐도 다른 나라들은, 음, 이민와서 사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굳이 저런 표현을 써야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플래카드 placard요.
2015.10.30 13:10
정말 무신경한 문구네요. 후진국이란 말 자체를 후발개도국, 최빈국 등으로 세분-대체하면서 공식적으로 안 쓴 지 꽤 되지 않았나요.
2015.10.30 14:33
어쩌면 타겟들의 수준에 맞추자..고 일부러 그러는건지도 모르죠. 피씨함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걸로 밀고나가야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람들도 많으니..
2015.10.30 14:32
아.. 플래카드군요. 감사합니다. 저도 저 문구가 마음에 걸렸어요.
2015.10.30 14:36
전 천엽과 양이 많이 든 내장탕도 좋아합니다만 암튼 먹어보고 싶네요.
요식업의 2세 3세 승계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을 수도 있지만, 멀쩡하게 장사 잘 되던 식당 2세가 멋대로 프렌차이즈화 하거나 무리하게 확장해서 망한다거나 이런 일도 흔하게 있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오십년 이상 된 노포들은 자식 승계가 아니라 일 하던 사람 중에 괜찮은 사람에게 넘어가는 방식이 더 믿음직한 것 같습디다. 어찌 됐든 식당의 그 맛이 유지만 되면 만족.
2015.10.30 15:40
어허... 배고파지게 만드는 글이군요. 답십리라 좀 멀지만 잘 기억해둬야 겠습니다.
2015.10.30 16:46
2015.10.31 12:51
이모님이 한옥에서 맛집으로 꽤 소문난 추어탕집을 하시는데 일년에 며칠도 못 쉬시는 고단함을 "가게에 불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불을 내면 방화범으로 잡혀 들어갈 테니 그럼 쉴 수 있겠다는 뜻이었죠. 맛의 비법을 쉽사리 남에게 전수해 줄 수 없으니 결국 본인이 끝까지 가게를 지킬 수 밖에 없고, 그러자니 하루도 못쉬고 새벽부터 불 앞에서 추어탕을 끓여야 하니 너무 힘들다는 말씀이었죠. 자기 사업으로 회사다니던 시절 월급만큼을 벌려면 월급쟁이 노력의 세 배를 일해야 한다고 하시기도 했었어요. 어느 정도 가게가 안정이 되니 이제는 믿을만한 매니저를 두시고 여행도 다니시고 하는 모양이긴 합니다만.. 말씀하신 의미를 이해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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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만 틀면 나오는게 "제가 어머니 뒤를 이어서 2대째 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은 3대째에요." 이 소리라서 우리나라에서 요식업 가업 승계가 어렵다는 말씀은 글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