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이라는 무대

2024.05.26 19:51

Sonny 조회 수:168

common-11.jpg


common-12.jpg


최근 본 영화들이 제각각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악마와의 토크쇼]와 [챌린저스]는 제게 다른 감흥을 일으켰습니다. 이 두 영화는 영화 안에서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다수의 관객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그 관객을 굉장히 의식하거나, 혹은 관객으로서 주인공을 의식하는 시점이 영화 속에서 계속 반복됩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종종 이 영화 속 무대의 관객으로서 영화를 보게 됩니다. [악마와의 토크쇼]에서는 토크쇼 관객으로서, [챌린저스]는 테니스 경기 관객으로서 종종 어떤 씬들을 목도하게 됩니다.


이것이 극장이라는 사회적 공간의 형태가 영화 속 객석의 형태와 비슷하기 때문에 생기는 우연적 효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감독들이 그걸 모를 리는 없습니다. 일찍이 크로넨버그는 [비디오 드롬]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와 관객의 상호작용을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주인공 맥스가 텔레비전 속에서 자살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걸 그대로 재현하며 영화가 끝납니다. 크로넨버그는 질문했습니다. 맥스가 티비 속 맥스를 보고 그대로 자살을 재현했다면(재현이란 단어가 정확한지는 저도 확신이 없습니다), 이 화면을 보는 당신들 역시 연쇄작용으로 이미 자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적어도 [악마와의 토크쇼]는 그걸 분명히 의도하고 있습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여러분은 지금 악마가 나오는 제 토크쇼를 보러오신 분들 아니냐고요. 


그에 반해 루카 구아다니뇨는 [챌린저스]에서 관객에게 노골적으로 질문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영화는 결국 객석이 아니라, 객석에 앉은 타시의 시선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다만 조금 더 전지적인 시점을 발휘할 때 관객은 타시가 두 남자 사이에서 오가는 장면을 테니스를 관람하는 관객처럼 보게 됩니다. 이번엔 아트의 서브입니다, 이번엔 패트릭의 서브입니다... 물론 이 표현은 부정확한게, 타시가 서브를 누구에게 날리는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한 코트의 한 쪽에는 타시가 있고 다른 한 쪽은 비자발적인 복식으로 공을 주고 받는 것 같기도하고, 타시와 타시가 정한 파트너가 타시가 밀어낸 파트너와 랠리를 주고 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관계는 질척하고 더러운 게 아니라, 테니스 경기처럼 역동적으로 보게 됩니다. (쓰리썸이라는 행위가 '본다'와 '한다'를 동시에 작동시킨다는 점에서 더 긴글을 쓸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다른 용감한 분이 어딘가에 따로  쓰시겠지요)


그러면 반문이 따라옵니다. 여러명이 함께 같은 곳을 응시한다는, 시선의 형태가 같다는 게 의미심장하다면 그럼 혼자서 노트북을 보거나([서치]) 티비를 보는 장면들은 극장에서 보면 안되는 것이냐고요. 영화속에서 무언가를 보는 인물의 상황과 시점이, 스크린 밖에서 유사한 구도로 영화보기를 실천하는 사람과 겹쳐진다면 그건 분명히 그 자체로 의미가 있겠죠. 그러나 과연 이것이 다수의 관객 영화는 극장에서 보고, 1인칭 시점으로 주인공이 노트북을 보는 영화는 자가에서 봐야하는가, 그건 또 아니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기본이되 그 중에서도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관객의 시점이 영화 안 관객과 절묘하게 겹쳐질 때 영화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감흥까지 덤으로 얻게 되는 건 아닌가 하고요. 영화 속의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점을 영화 바깥의 관객이 일치시켜야한다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는 영화 속 객석과 영화 바깥 객석이 겹쳐지는 감흥까지 얻게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http://m.cine21.com/news//view/?mag_id=105176


“이 상을 받는 것이 지난 30년간 나의 목표였기 때문에 남은 생애동안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웃음) 어쨌든 나는 앞으로도 시네마를 위해 싸우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시네마가 계속 살아있게 하기 위해 감독들이 싸워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핸드폰으로 스크롤을 하고 이메일을 체크하면서 반만 집중한 채로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영화를 보는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세상이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영화관에서 다른 사람들과 영화를 보는 것은 훌륭한 공동의 경험 중 하나다. 우리는 친구 혹은 낯선 사람들과 웃음, 슬픔, 분노를 공유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영화의 미래는 영화관에 있다고 말한다. (…)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성 노동자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


이번 깐느에서 션 베이커가 상을 받고 다시 한번 관객들을 극장으로 호출했습니다. 저는 그의 위기감에 너무나 동의하며, 영화는 결국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온전한 감상의 기본 조건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걸 여봐란듯이, 제가 본 영화들은 극장이라는 공간이 필수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앞서 말한 저 두 영화 외에도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매드맥스: 퓨리오사]을 보면서 저는 극장이라는 공간의 낭만을 곱씹게 되더군요. 앞으로도 수많은 고전 영화 기획전들과 시리즈 영화의 경우 전작을 묶어서 내는 기획전들이 계속 줄을 이을 겁니다. 뒤늦게라도 [스턴트맨]과 [혹성탈출]을 극장에서 꼭 보고 싶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33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87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019
126347 하이브의 민희진 해임 의결권 가처분 금지 인용 판결 소감 (2) Sonny 2024.06.01 204
126346 하이브의 민희진 해임 의결권 가처분 금지 인용 판결 소감 (3) [1] Sonny 2024.06.01 260
126345 넷플릭스 신작 고지라 - 마이너스 원 [3] 상수 2024.06.01 243
126344 [애플티비] 착한 사람들만 나오는 영드라니!!! ‘트라잉’ [5] 쏘맥 2024.05.31 214
126343 [KBS1 독립영화관] 홈리스 [5] underground 2024.05.31 216
126342 [왓챠바낭] '이키루'를 다시 봤어요 [10] 로이배티 2024.05.31 250
126341 (바낭)듀게에 들어오면 노출되는 광고, 구독서비스들 [12] Lunagazer 2024.05.31 311
126340 프레임드 #812 [4] Lunagazer 2024.05.31 52
126339 에미넴 신곡 Houdini [Official Music Video] daviddain 2024.05.31 113
126338 크라이테리언 중고 DVD/블루레이 팝니다... [3] 조성용 2024.05.31 163
126337 애플 TV플러스 파친코 시즌 2 공개일 발표 영상 [1] 상수 2024.05.31 165
126336 민희진은 한국의 라킴이죠 [3] catgotmy 2024.05.31 461
126335 The Passenger (1975) catgotmy 2024.05.30 142
126334 조지 클루니 & 브래드 피트 신작 울프스 예고편 상수 2024.05.30 193
126333 [W디펜스] “우크라 다음엔 우리다” 인근 국가들 ‘파병 불사’ / 머니투데이방송 catgotmy 2024.05.30 157
126332 Albert S. Ruddy 1930 - 2024 R.I.P. [1] 조성용 2024.05.30 114
126331 하이브, 민희진 해임안 의결권 행사 안 돼... 법원, 가처분 인용 [6] 상수 2024.05.30 639
126330 디디는 Notorious B.I.G 사후 롤링 스톤 표지에 자신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 [1] daviddain 2024.05.30 105
126329 프레임드 #811 [4] Lunagazer 2024.05.30 59
126328 아주 가끔 듣는 홍콩 가수 노래 한 곡 daviddain 2024.05.30 10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