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무려 2시간 22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카피가 좀 오골오골하긴 합니다만, 영화 내용을 생각하면 틀린 건 아니기도 하구요. 정말 저런 이야기 맞습니다. ㅋㅋ)



 - 미칠 듯이 뜨거운 일본식 여름(?)의 어느 날, 처참한 살인 사건 현장에 모여든 형사들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범인은 대낮에 피해자 집에 들어와서 먼저 아내를 살해한 후 몇 시간을 기다려서 집에 돌아온 남편까지 죽였어요. 그리고 피해자의 피로 벽에다가 자를 적어 놓고 갔네요. 경찰에선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해서 몽타주를 만들고, 방송에 대대적으로 알리며 지명 수배를 하구요...


 ...근데 다음부터 이야기가 좀 특이하게 돌아갑니다. 전혀 다른 장소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며 서로 아무 연관이 없는 세 부류 사람들이 나오구요. 이들의 인생에 갑자기 낯선 남자 하나가 뛰어드는데... 이 남자가 저 지명 수배 전단 속의 사진과 묘하게 닮은 거죠. 그래서 이 사람들이 낯선 남자를 받아들이고,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다가 점차 '혹시 이 남자가 그...?'라는 의심에 빠져드는. 그런 이야깁니다.


 (이렇게 완전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 수사물... 처럼 시작하지만 훼이크입니다. 그런 이야기 아니에요.)



 - 그래서 정말로 세 가지 이야기를 엮어주는 연결 고리는 저것 뿐입니다. 같은 시기에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흉악 살인범과 닮은 남자와 가까워져 버린 사람들이 억누를 수 없는 의심 속에 번뇌하며 고통 받는다는 것. 마지막에 가서 이들이 하나로 묶이고 그런 전개 전혀 없어요. 

 그리고 영화가 범인 찾기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은 있는데, 그걸 찾아가는 과정 같은 건 거의 안 나와요. 찾아보니 원작 소설에는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도 존재한다는데 영화에선 삭제해 버렸네요. 


 ...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장르물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특히 수사물은 아니에요. 스릴러 성격이 조금 묻어 있는 궁서체 진지 휴먼 드라마라고 생각하심 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오키나와의 인생 피곤한 고딩 둘이 무인도에 홀로 사는 참으로 인상 좋은 아저씨를 만나 친구 먹는 이야기.)



 - 그래서 그럼 대체 뭔 얘길 하는 영화냐... 고 하면 아마도 사람들 사이의 신뢰, 믿음. 그리고 그걸 갉아 먹는 의심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세 팀(?)이 각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기본 패턴은 같아요. 뭔가가 결핍된, 삶에 문제가 있고 특히 정서적으로 힘들어하던 사람들이 제시되고. 이들이 정체불명의 갑툭튀 타지인을 만나 교류하며 조금은 마음이 넉넉해지구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 놈이 설마 그 놈인가!!!' 상황에 처하게 되는 거죠.

 스릴러적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범인은 하나일 테니 최종적으로는 이 중 둘은 무사할 테고 한 팀만 문제겠지만, 문제는 이 의심 자체가 빌런이라는 겁니다. 힘든 삶에 찾아 온 구원... 까진 아니어도 최소한 큰 위안과 도움이 된 존재를 '의심'으로 인해 잃어 버릴 위기에 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범인이 셋 중 누구인가는 사실 그렇게까지 중요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장르물의 탈을 쓴 드라마가 되구요. 


 (두 번째는 겉보기엔 핵인싸 인생 즐기는 도쿄 회사원이 정체불명 과묵 애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 덧붙여서 영화 제목대로 '분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처음에 나오는 살인범의 '분노'가 막판에 인상적인 장면을 남기기도 하고 그것도 중요합니다만, 그보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 내지는 주인공급의 인물들이 모두 다 어느 정도씩 분노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그 분노는 주로 세상을 향한 분노입니다.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을 숨기고 살게 만드는 세상, 주일 미군에 의한 범죄가 빈번하지만 아무 대책도 해결도 없는 세상, 부모의 죄(?)와 자신의 과거 때문에 나를 손가락질하며 경멸하는 세상... 등등 모두가 마음 속에 분노를 품고 있고 이 감정들은 이야기의 클라이막스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폭발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모여서 '이 세상'에 대해 다채로운 메시지를 보내는, 뭐 그런 이야기에요.


 ...다만 깔끔하게 정리되는 답 같은 건 없습니다. 어떤 이야기는 슬픈 결말을 맞고, 어떤 이야기는 그래도 희망을 품으면서 끝나구요. 뭣보다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도 뭔가 깨끗하게 해결되는 건 전혀 없어요. 말하자면 '우리 사는 세상이 이렇다!'고 절규하는, 좀 암울한 쪽의 비전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세 번째는 어촌 마을의 인생 피곤 부녀가 어딘지 모를 곳에서 굴러들어온 훈남 직원을 놓고 벌이는 번뇌의 현장... 되겠습니다.)



 - 앞서 말했듯이 거의 관계 없는 이야기 셋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영화이다 보니 구성이 중요한 것인데요. 성심 성의껏, 센스 있게 잘 되어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어느 인물이 음악을 들으려는 순간에 시끄럽게 음악이 흘러나오는 다른 인물의 장면으로 점프한다든가. 이 이야기에서 인물 하나가 감정을 폭발하려는 순간에 다른 이야기의 인물이 폭발하는 장면으로 연결한다든가... 뭐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뭔가 연결 고리를 만들어가며 이야기를 오가서 통일감도 있고, 몰입감도 있게 잘 이어 붙였구요. 클라이막스에서는 당연히 세 이야기가 모두 위기를 맞으면서, 그리고 세 남자가 모두 격하게 수상해지면서 긴장을 높여가는 연출이 좋았고. 또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에 도입부의 살인 사건을 천천히 보여주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그냥 스릴러 해도 참 잘 하시겠네... 라는 생각을 했네요.



 (이야기 설정을 생각하면 세 남자가 서로 좀 닮았어야 하는데, 둘은 정말로 비슷한 느낌이지만 이 분은...? ㅋㅋㅋㅋ 뭐 수염 탓인 걸로 하죠.)



 - 배우들이 참 좋습니다. 와타나베 켄, 미야자키 아오이, 츠마부키 사토시, 히로세 스즈, 아야노 고, 마츠야마 켄이치 와 같은 화려한 캐스팅이 처음부터 화제였던 모양인데 다들 참 보기 좋은 비주얼의 분들이면서 연기도 잘 하더라구요. 그리고 이게 보통의 일본 영화들(?)에 비하면 좀 험한 장면들이 많은 영화거든요. 이런 이야기의 이런 역할들로 잘도 이런 분들을 캐스팅했구나. 이상일 감독이 일본 배우들에게 꽤 인정 받는 감독인갑다... 라고 생각하면서 봤어요.



 (이 분이 데스노트 실사판에서 L 역할이셨나 그랬죠. 그 영화 아직도 안 봤는데... 삶이 지루할 때 한 번 시도해 볼까 싶습니다. ㅋㅋ)



 - ...와 같이 거의 칭찬만 하고 있습니다만 늘 그렇듯 좀 아쉬운 부분은 있었어요. ㅋㅋ

 개인적으론 미야자키 아오이의 부녀 이야기가 가장 좋았고 츠마부키 사토시의 게이 커플 이야기도 좋았습니다만. 히로세 스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시골 고등학생 이야기는 좀 뭐랄까. 두 권짜리 긴 소설의 이야기를 압축하다가 좀 과하게 축약되어 버린 느낌? 인물들 성격이나 감정선이 머리로는 정리가 되는데 잘 납득은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엔딩에서의 감흥도 가장 적었네요.


 그리고 마지막에 범인을 드러내는 장면이... 음. 영화의 분위기상 좀 더 현실적인 분위기면 좋았을 것 같은데요. 정확히 말해 드러내는 방식과 연출은 참 좋았는데, 정체가 드러낸 범인의 리액션이 살짝 오바가 아니었나.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게 싸이코패스 범인 잡는 스릴러였다면 괜찮았겠지만 매우 현실적이고 우울한 톤의 이야기였다 보니 말입니다.


 


 (이 두 분은 보다가 좀 놀랐습니다. 수위가 높은 장면들이 좀 나오거든요. 이양일 감독이 상당히 신뢰 받는 감독인갑다... 싶었죠.)



 - 대충 정리하자면요.

 그냥 '막 재밌는' 영화는 아닙니다. 느릿느릿~ 하게 출발해서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올려 마지막에 한 방 터뜨리는 식의 이야기구요.

 울적한 사람들이 우루루 나와서 조금 괜찮아지다가 금방 최악의 위기를 맞는 이야기 세 개를 번갈아가며 봐야 하는 데다가 보기 불편한 장면도 몇 있어서 멘탈이 좀 피곤해지는 면도 있어요. 특히나 시작부터 도저히 마지막에 다 같이 하하호호 웃으며 끝날 리가 없다는 걸 못박아두고 시작하는 셈이라 더 그렇더라구요. 셋 중 누군가 하나는 결국 꽝을 뽑을 테니 말입니다. ㅋㅋㅋ


 하지만 이야기들이 다 괜찮은 편이고 연출도 좋으며 배우들 연기도 좋아요. 보다가 조금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누구나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세련되게 잘 다듬어서 전달해주는 잘 만든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특히 저보단 뭔가 진지하고, 세상에 대해 발언하는 류의 영화를 즐기는 분들이 더 잘 감상하실만한 작품이란 생각도 들었구요. 어쨌든 저도 잘 봤어요. ㅋㅋ




 - 바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러니까 살인 사건이 났구요. 범인 몽타주가 전국에 방송으로 퍼져나가고 있구요. 세 가지 이야기는 대략 이러합니다.


 첫 번째는 오키나와 시골로 이사 온 고등학생 이즈미 이야기에요. 히로세 스즈의 형상을 한 아리따운 이 학생은 금방 바닷 마을 토박이 남학생 타츠야의 마음을 빼앗구요. 이 녀석이 몰아주는 보트를 타고 마을 인근의 무인도에 종종 놀러갑니다. 그러다가 그 곳에 혼자 짱박혀서 통조림을 잔뜩 쌓아놓고 칩거 중인 매우 수상한 남자 타나카를 만나죠. 밝고 낙천적인 타나카에게 끌렸는지 이즈미는 타나카를 열심히 챙겨주며 금새 가까운 사이가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셋이 어울려 시내에서 놀고, 술에 취해 어딘가로 사라진 타츠야를 찾아 밤거리를 헤매던 이즈미는 미군 두 명에게 성폭행을 당합니다. 타츠야는 현장 바로 옆에 있었지만 공포에 질려서 도와주지 못 했구요. 이즈미는 타츠야에게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어차피 말해봤자 손가락질만 당할 뿐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거라며.


 타츠야는 자신의 부모님 가게에 취직해서 너무너무 일 잘 하며 어울리는 타나카에게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절대 비밀이라며 이즈미의 일을 얘기합니다만, 타나카는 뜻밖의 사실을 털어 놓습니다. 사실 그 때 자기도 지나가다 우연히 현장을 목격했지만 역시 도와줄 수 없어서 그저 경찰이다!! 라고 외쳐서 쫓아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너무 고통스러워하지 말라고. 난 언제나 네 편이 되어 주겠다고.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르니 타나카는 점점 이상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가게 손님들의 짐을 아무 데나 막 거칠게 집어 던지며 혼자 영문을 알 수 없는 화풀이를 한다든가. 가게 물건들을 막 내팽개치고 부수거나요. 그러다 어느 날엔 아예 가게를 거의 박살을 내버리더니 한밤중에 밖으로 뛰쳐 나가 사라지고, 타나카가 걱정 된 타츠야는 다음 날 타나카가 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처음 그를 만난 무인도를 향하는데...


 두 번째는 도쿄에 사는 핵인싸 회사원 유마의 이야기입니다. 늘 밝고 즐겁기 짝이 없는 미남 청년이지만 사실은 살 날이 많지 않은 어머니를 챙기면서 게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남들에게 들킬까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게이바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과묵한 한량 청년 나오토와 사랑에 빠지고 동거에 들어가는데요.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참으로 선량해 보이고 자기 엄마까지 극진하게 챙겨주는 그에게 점점 깊은 감정을 느끼며 '우리 가족 묘에 함께 묻힐래?' 같은 말까지 꺼내게 되죠.


 그러던 어느 날 유마는 대낮에 집 근처를 지나다가 동네 카페에서 왠 젊은 미녀와 다정하게 대화 중인 나오토를 발견하고, 하필 또 그 날 자기 주변 사람들이 연달아 집을 털려 도둑을 맞고 있다는 얘길 들어요. 그래서 혹시 이 놈이 바이섹슈얼이고, 자기에게 접근해서 자기 지인들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게 아닌가... 라고 의심을 하다가 결국 못 참고 그 얘길 나오토에게 꺼내며 신경질을 부리고 맙니다.


 다음 날 나오토는 사라졌고. 티비에서 살인범 뉴스를 본 유마는 혹시 이 놈이 그 놈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겁에 질리죠. 자기 목숨도 걱정이 되고, 자기가 살인범이랑 한참을 동거했다는 게 알려지면 자기 성정체성도 들통날 테니까요. 그래서 집에 남아 있던 나오토의 옷이랑 짐들을 다 밖에다 내다 버리고 부들부들하다가 경찰에서 걸려 온 '혹시 나오토라는 놈이랑 아는 사이니?'라는 전화에 모른다고 잡아 떼요. 그것도 여러 차례 잡아 떼고... 결국 더 이상 전화는 안 오게 되겠죠. 그러고 며칠이 지난 후, 유마는 전에 나오토를 목격했던 그 카페에서 그때 그 젊은 여자가 홀로 앉아 있는 걸 목격하고는 다가가서 말을 거는데...


 세 번째는 또 바닷가입니다. 어딘진 모르겠는데요, 도시의 유흥 업소에서 일하다 위험한 일을 당하고 후다닥 달려온 아빠에게 이끌려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 아이코가 주인공입니다. 이미 동네방네 소문이 다 나 버려서 마을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지만 겉으로는 굉장히 씩씩하게 잘 살아가네요. 맨날 아빠 도시락도 챙겨주고 등등. 근데 이때쯤 홀연히 나타난 과묵 청년 타시로와 아이코가 가까워져요. 둘 다 뭐랄까, '니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라도 상관 없다. 지금 나에게 좋은 사람이라면' 모드네요. 그걸 지켜보는 아빠는 과연 저 놈이 멀쩡한 놈이긴 할까? 라는 생각에 안절부절 못하는데, 둘은 순식간에 동거를 허락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근데 집도 절도 없고 정체도 모르겠는 남자놈인지라 아빠는 타시로가 이력서에 적어 낸 전 직장에 찾아가 보는데, 아예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뭔가 좀 앞뒤가 안 맞아요. 그래서 아이코에게 정말 되겠니? 얘가 이런 거짓말을 했는데 괜찮겠어? 라고 묻고요.


 그러자 아이코는 난 이미 들을 것 다 들었다며 아빠에게 설명을 합니다. 사실 타시로는 부모님이 야쿠자에게 빚으로 쫓겨다니다 두 분 다 돌아가셨다. 그리고 남은 빚을 법도 무시하고 타시로에게 요구하는 야쿠자에게 쫓겨 본명도 숨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중이다. 그래서 그런 거다. 하지만 난 다 괜찮다! 나를 사랑해주기만 하면 된다!! 뭐 이러구요. 그래서 아빠는 결국 못 이기고 동거를 허락 하죠.


 그런데 둘이 짐 빼가지고 이사를 가는 날, 뉴스에서 본 살인범의 최신 몽타주... 라는 것이 넘나 타시로랑 똑같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된 아빠는 아이코를 다시 불러다가 그 얘길 하고. 아이코는 대체 왜 그러냐며 화를 내고, 아빠는 내가 정상적인 남자에게 사랑 받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냐며 슬퍼하고 돌아갑니다만... 다음 날 타시로가 사라집니다. 사연인 즉, 사실 아이코도 타시로의 정체가 신경 쓰였고. 혹시라도 살인범이라면 내일 출근하고 돌아오지 말라. 라고 얘길 했다는 거에요. 그래도 그 와중에 옛정(?)을 생각해서 타시로의 가방에 자기가 모은 돈을 현찰로 몽땅 넣어뒀군요.


 그래서 타시로가 사라진 김에 부녀는 경찰에 신고도 하구요. 타시로와 아이코의 집에 도착해 지문 채취를 해 간 경찰이 결과를 들고 부녀를 찾아오는데...


 마무리 파트입니다. 위의 세 가지 이야기가 이 순간엔 동시 진행 비슷하게 흘러가요.


 경찰은 결정적인 증인을 찾아냅니다. 뭔가 죄를 지어 붙들려 온 놈인데 자기가 살인범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며 너스레를 떠네요. 그래서 일단 이야기나 들어보자는데. 노가다판에서 우연히 만난 놈이 자기 살인 얘기를 태연히 떠들더랍니다. 굉장히 비틀린 성격에 오만하고 누가 자길 무시하는 걸 절대 용납 못하는 성격의 인간이었다는데. 살인을 저지른 그 날은 도시 주택가에서 일하러 가다가 엄청난 무더위에 지쳐 있는데, 걸어도 걸어도 목적지가 나오질 않아서 직업 소개소에 전화를 해 보니 담당자가 '아하 지난 주 일이었나 보네? 이런 ㅋㅋㅋㅋ' 이러면서 그 남자를 조롱하는 투로 얘길 하고 끊어 버렸다는 거죠. 그래서 빡침과 지침 때문에 근처 집 대문 앞에 앉아 멍때리고 있었는데, 그 순간 집에 돌아온 집 주연 여성이 그러고 있는 범인을 보고 그만... 딱한 맘에 시원한 음료수를 내다 줘 버린 거죠. 그러자 '지금 나를 불쌍히 여기는겨? 감히?' 라는 생각으로 집주인을 살해해 버린 범인은, (자세한 설명은 안 나오지만) 자기가 죽인 여자를 살려 보겠다(?)는 맘으로 그 장소에서 한 시간여를 허비하다가 마침 집에 돌아온 남편까지 죽여 버렸다는 거죠.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가 영상으로 재현되는 가운데 범인의 얼굴은 계속해서 절묘하게 가려집니다. 그러다 마지막 순간에 드디어 드러나는 범인의 얼굴은... 제가 적은 순으로 첫 번째 이야기의 성격 좋은 무인도 남자, 타나카였습니다.


 다시 첫 번째 이야기로 돌아가면, 타나카를 찾아 홀로 무인도로 향한 타츠야는 비실비실 헤헤거리며 이상한 언행을 하는 타나카를 마주치고. 그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니들 뭐 ㅄ이냐? 나를 언제부터 알았다고 그렇게 믿고 좋아해? ㅋㅋㅋㅋ 나 사실 이즈미가 성폭행 당할 때 다 보고 있었어. 알지도 못하는 나랑 놀다가 이런 꼴을 당하다니 웃기지 않아? 그때 넌 옆에서 벌벌 떨고만 있었지? 꺄하하하하. 그러면서 흉기를 들고 마치 타츠야를 죽일 듯이 위협하던 타나카는 그러다 말고 혼자 벽에서 물구나무 서기를 하고 계속 실실거리구요. 타츠야는 믿었던 타나카의 충격적인 언행에 놀라고 겁에 질려서 벌벌 떨다가... 이번엔 이렇게 넘어갈 수 없다는 듯, 안간힘을 쓰고 일어나 타나카가 내려 놓은 흉기로 타나카를 깊이 찔러요. 당황하고 놀란 타나카는 우워어어 소리를 지르며 은신처를 뛰쳐 나가고. 타츠야는 엉엉 울며 은신처 벽에 타나카가 새겨 놓은 낙서, '이즈미란 x이 시내에서 미군들에게 강간당했다~ ㅋㅋㅋ 웃겨웃겨' 비슷한 문장을 박박 문질러 지웁니다.


 두 번째 이야기의 마무리로, 유마가 그 젊은 여성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나는 나오토와 어린 시절 고아 시설에서 함께 자란 사이다. 계속 연락하며 가끔 만나 얘기 나누고 서로 위로하곤 했다. 사실 나오토에겐 불치의 심장병이 있었고, 이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신을 만나 나오토는 진심으로 행복해했다. 당신이랑 싸운 이야기도 이미 다 들었는데, 당신 집에서 나온 다음 날 나오토는 당신 집 근처 공원을 걷다가 심장 문제로 쓰러져 죽었고. 며칠 후 경찰에게서 연락이 와서 알게 되었다.

 ...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유마는 오열합니다.


 세 번째 이야기의 마무리는 이렇습니다. 이미 당연한 얘기지만 타시로는 살인범이 아니죠. ㅋㅋ 그리고 애초에 아이코에게 털어 놓은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었습니다. 부모의 빚 때문에 쫓기고 있었던 것. 그 와중에 아이코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타시로는 '역시 나 같은 게 정착은 무슨, 행복은 개뿔' 같은 마음으로 집을 떠났고. 때늦은 후회에 부녀는 통곡을 합니다.... 만. 그때 타시로에게 전화가 옵니다. 마지막 인사를 건네려고 걸었던 전화지만 부녀가 한 마음으로 야 이놈아 우리가 잘못했다 제발 돌아와 제발 미안해 우리가 잘못했어 엉엉엉... 이라고 나오자 타시로 역시 오열하며 말을 잇지 못하구요. 결국 이야기가 잘 되어서 아이코는 타시로와 함께 타지로 가서 살겠다며 고향을, 그리고 아빠 곁을 떠나요. 미소 지으며 함께 기차를 타고 떠나는 둘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입니다.


 ...인데 에필로그격 장면이 있어요. 뉴스에서는 어촌 마을 고등학생 소년이 무인도에 숨어 있던 흉악 살인범을 죽인 사건이 화제입니다. 소년은 자기는 갸가 살인범인 줄도 모르고 죽였다고 하구요. 경찰 조사에선 계속해서 "믿었는데 배신 당했다"는 말만 반복한다 하네요. 그리고 홀로 무인도를 향하는 이즈미의 모습이 보입니다. 타나카의 은신처에서 자신이 당한 일을 조롱하는 낙서와, 그것을 필사적으로 지우려고 한 흔적을 발견한 이즈미는 상황을 이해하고는 바다로 달려나가, 물 속으로 걸어들어가며 처음으로 세상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절규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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