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투표가 얼추 두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화이팅입니다.


1. 머니볼은 야구서적으로도, 경영서적으로도, 빌리빈 단장의 전기로도 다양하게 읽힐 수 있는 책입니다. 저에겐 세이버매트릭스라는 신세계의 입문서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빌 제임스 이야기가 나오던 부분이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보로스 맥크라켄이 도입했던 Defense Independent Pitching Stats의 개념이었어요. 처음에 DIPS를 읽었을때 머리가 멍해지는게 제게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습니다.


2.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여러가지 숫자들이 있습니다. 트리플 크라운을 이루는 다승, 평균자책점(방어율보다 더 정확한 뜻), 탈삼진이 있고, 이닝, 피안타율, 볼넷, WHIP 등등이 잘 알려진 숫자들이죠. 하지만 그 어느것도 투수의 능력을 정확히 판단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운이 엄청난 작용을 하는 승은 제외하고도 가장 대표적인 평균자책점도 수비 실책후 10실점을 반영하지 않는다던지, 구원투수의 분식회계를 그대로 적용받는다던지 불완전한 부분이 있습니다. 시카고의 로펌에 다니던 야구광 보로스 맥크라켄은 위에 있는 지표들을 보다가 어느날 흥미로운 것을 하나 발견하였습니다. 


그렉 매덕스라는 레전드 투수가 있습니다. 16년연속 15승이상, 18년연속 10승이상을 거둔 꾸준함으로 유명한 선수인데 피안타율은 최저 .244에서 최대 .376 까지 큰 폭의 변동을 보인 반면, 탈삼진, 사사구, 피홈런은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겁니다. 보로스 맥크라켄은 연구를 거듭했고 다음의 결론을 내립니다. 


투수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삼진과 사사구, 피홈런일뿐이다. 타자가 친 타구가 페어지역으로 날아간 경우엔 안타나 아웃여부를 결정지을 능력이 없다.


는 겁니다. 즉 삼진, 사사구, 홈런을 제외한 경우에 타자의 타구가 페어지역으로 날아간 경우 이게 안타인지 아웃인지를 결정짓는 것은 운과 수비의 능력에 달렸다고 보는 겁니다. 타자가 정말 잘때린 타구가 아쉽게 야수정면으로 간다던지, 바깥쪽 꽉찬 직구를 커트했을 뿐인데 유격수와 좌익수 사이의 텍사스성 안타가 나온다든지, 평범한 이루수 정면 타구가 더블플레이 포메이션때문에 외야로 굴러간다든지...


투수의 능력을 평가할때 삼진, 사사구, 피홈런으로만 평가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당연하게도 엄청난 비난과 조소를 받게 됩니다. 아마 이 이론을 처음 들으신 분들도 거부감이 드실겁니다. 너무 극단적이다. 야구를 모르는 숫자쟁이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동안 엄청난 검증을 거치면서 이 주장이 상당히 근거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3. 요즘은 보로스 맥크라켄의 DIPS(Defense Independent Pitching Stats) 보다도 톰 탱고의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가 더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투수에게 수비를 제외하고 계산하는 것은 동일합니다. 


{13 * 홈런 + 3 * (볼넷-고의사구+몸에 맞는 공) - 2 * 삼진 / 이닝 + 3.20(혹은 시즌에 따른 특정값) 


이 공식입니다. 아무래도 평균자책점과 비슷한 값을 지니게 되는게 이 지수의 강점입니다.


영화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에 "럭키 게임은 있지만 럭키 커리어는 없다." 는 대사가 있는데요. 야구의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100이닝 200이닝 500이닝 1000이닝을 더해갈수록 (운이 반영된)통산 평균자책점은 (운을 제외한)통산 FIP에 가까워지는 현상을 보입니다. 


작년 콜도라도의 우발도 히메네즈는 11승을 기록할때까지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습니다. 마치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99,00 시즌을 연상시키는 활약이었죠. 하지만 FIP는 페드로의 그것이 훨씬 낮았습니다. 결국 시즌 끝날때쯤엔 평균자책점이 2.88까지 올라가면서 FIP과의 차이가 많이 줄었죠. 1986년 최일언은 평균자책점 1.58을 기록합니다만,  FIP는 2점대 후반이었죠. 결국 최일언 선수가 은퇴했을때의 통산 평균자책점은 통산 FIP는 거의 근접합니다. 한마디로 올라갈 방어율은 올라간다. 내려갈 방어율은 내려간다 입니다.


FIP가 투수를 평가하는 완전한 지표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 그나마 가장 나은 지표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바라보지 못하고 있던 야구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게 된 점에있어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떡밥1) 다음은 올시즌 50이닝 이상 던지면서 평균자책점과 FIP가 1이상 차이가 나는 선수입니다. 앞이 평균자책점 뒤가 FIP에요.


차우찬 3.69-4.89
안승민 5.89-4.77
양현종 6.18-4.96
배영수 5.42-3.84
정우람 1.81-2.83
정인욱 2.25-4.39
송은범 3.43-5.12
페르난도 6.09-4.17
고든 3.81-2.81
정현욱 2.36-3.88
한희 2.27-3.50
매티스 2.52-3.94
유원상 6.29-4.91
노경은 5.17-3.75
송창식 6.34-5.31
김상수 6.49-3.58
정대현 1.48-3.21
박경태 6.63-4.76
김성배 5.88-4.23
권혁 2.79-4.04


차우찬 같은 경우는 운과 수비의 도움을, 안승민 같은 경우는 운과 수비의 버림을 받은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삼성 투수들이 운이 좋던지, 삼성의 팀 수비가 뛰어난걸로 보입니다. 자 그렇다면 내년에 앞의 평균자책점는 뒤의 FIP로 수렴하게 될까요?



떡밥2) 다음은 올해 프로야구에서 각팀의 에이스 역활을 했던 두 투수입니다. 지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빨간 수치가 비교우위입니다. 


출장기록
32경기 187.2이닝(경기당 5.99이닝 ;구원 1경기 제외) 완투 1회 vs. 29경기 187이닝(경기당 6.45이닝) 완투2회(1완봉)
실점 86(75자책) vs. 61(53자책) 

방어율 3.60 vs. 2.55 
FIP 3.05 vs. 3.33
Whip  1.21 vs. 1.14 
결과물 10승 8패 1세이브 vs. 15승 6패
퀄리티 스타트(QS+) 14(9) vs. 19(15)
피안타율 .250 vs. .225
피출루율 .302 vs. .301
피장타율 .348 vs. .302
피OPS  .651 vs. .603
피홈런 9 vs. 8
삼진 볼넷(K/BB) 150 - 53(2.83) vs. 150 - 64(2.34)
K/9 7.19 vs. 7.22
BB/9 2.54 vs. 3.08
이닝당투구수 15.4 vs. 16.7


상대적으로 뒤의 선수가 거의 모든 세부지표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FIP는 앞의 선수가 좋습니다. 이를 운과 각 팀간 수비 실력의 차이로 생각하면 정말 전자가 더 뛰어난 투구를 했다고 볼수도 있는걸까요? 아니면 FIP의 불완전성을 나타내는 예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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