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1 21:14
5년? 6년 넘게 얻어 타는 차가 있습니다.
그냥 얻어 타는 게 아니라 같이 세차도 하고 멀리 여행도 가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런데 지난 주말에 어디 갈 일이 있어 그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흰색 차가 앞에 와서 서는 겁니다. 그저 멀뚱멀뚱 쳐다만 봤지요.
내가 기다리는 차는 은회색이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상해요
창문을 통해 보이는 차 안 모습은 내가 아는 그 차에요.
빵빵 거리는 소리를 듣고 얼떨떨한 기분에 올라탔는데 당연히 기다리던 차가 맞아요
운전자는 이상하다는 듯 나를 쳐다봤습니다. "왜???"
머릿속이 뭐랄까 멍해지면서 순간 이게 무슨 몰카인가 했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를 속이려고 차 색을 다시 칠했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머리 속에 떠오르는 건 은회색 차밖에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그냥 웃어넘겼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려니 넘기면서 마음을 편히 먹어야 하는 건지...
2024.07.12 10:06
2024.07.12 10:53
마우스를 딸깍거리다가 내가 뭘 검색하려 했지? 이럴 때는 웃어넘겼는데 ㅎㅎ 이번에는 정말 황당해서 웃음도 잘 안나오던요 좀 살펴보고 병원에 가봐야겠습니다
2024.07.12 13:23
저도 이런 거 알아요. 늘 보는 방 벽지 색깔이 뭐냐고 누가 물으면 잘 모른다거나, 엄마한테 빌린 돈을 갚았다고 생각했는데 안 갚았다거나, 이제 남의 기억이 맞겠지라고 생각합니다. ...예가 많은데 역시 기억이 안 나네요.ㅋ 요즘은 강아지한테 하루 다섯 번 약을 주는데 같은 약을 두 번 준 거 아닌가 부들부들 떨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경험하신 일이 더 충격이긴 합니다. 차라면 그간 식별할 일이 많았을 것 같아서요.
2024.07.12 13:45
어머니에게는 쪽지에 적는 습관을 들여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라 큰 소리 쳐놓고 막상 이렇게 되니 당혹스럽네요 ㅎㅎ
2024.07.12 17:02
아주 흔한 일은 아니지만 심각한 질병? 까지 걱정할만한 그런 일은 또 아닐 수 있습니다.
기억을 불러 오는 계통이 오작동을 일으킨거죠.
그 전까지는 은회색으로 기억하고 있었거나 별로 각별하게 인지하고 있지 않다가 갑자기 그날 그 순간에 흰색차라고 착각하는 뭐 그런...류의 고장은 다양하게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뇌란게 좀 그렇더라구요. 나이 먹을 수록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느냐?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해요. 원인이야 그거 말고도 약물, 스트레스, 외상 등등 셀 수 없이 많으니까요. 지금 주제넘게 위로를 드리려고 횡설수설중인거 맞습니다 ㅎㅎ
이거와는 좀 다른 케이스지만 저는 어렸을때부터 꽤 자주 이른바 데자뷰라고 부르는 현상을 끊임없이 겪어요.
실생활에서도 겪지만 꿈속에서도 겪습니다. 적으면 한해에 두어번 많으면 두어달에 한번꼴로 겪습니다.
이것도 뇌 기능의 오작동이죠. 그런 오작동을 지속적으로 일생에 거처 겪다 보니 이 뇌라는 것에 대한 신뢰도가 엄청 떨어집니다.
그래서 메모와 사진찍기를 엄청 해요.
20년전에 쓴 글을 어쩌다 찾아 읽게 되면 정말 놀라워요. 전혀 기억나지 않은 글들이 1/3이 넘어요; 기억 나는 글도 기억과 상당히 다른 내용인 경우도 많고....
아무튼 저는 나의 뇌를 전적으로 믿지 못하게 됐어요.
그런데 웃긴게 같이 사는 측근이나 가끔 만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오래전 일들을 같이 떠 올리면 대부분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정말 재미 있는건 내 자신의 뇌를 의심해서 메모와 사진 찍기를 많이 하는 나의 기억이 맞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는거
2024.07.12 19:48
긴 글 감사합니다. 요즘 사람들과 그 말을 했지 안했지 다투는 일이 많아, 만나면 무조건 다 대화 녹음해, 이런 농담도 자주 합니다. 네, 데자뷰도 자주 겪어요. 사진 찍기는 생각해볼 만한 방법이네요 디지틀로 쉽게 저장할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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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기억력 관련 웃픈 일들을 일상에서 종종 겪으며 산지 좀 되긴 했습니다만. 이건 정말 걱정을 하실만 해 보이는데요. ㅠㅜ
그냥 해프닝이길, 괜찮으시길 빌어 봅니다. 마음은 편히 먹으시되 이런 일이 자꾸 생긴다면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도... 왜 딱히 크게 나쁜 데 없어도 1~2년에 한 번 암 검사를 받아보면 기분이 편해지는 것도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