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31 10:09
작년 이맘 때 난데없이 노통탄생기념 봉하음악회에 대해 그거 구리다며 퉁을 놓던 유저분도 계셨던 그 음악회..
올해도 돌아왔습니다. 매년 생신은 돌아오는 거니...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 봉하열차를 타고 지인들과 초등 5학년 3학년 조카녀석들 둘을 데불고... 간식 사들고 나들이 모드로 떠났습죠..
작년 펑크낸 지인 대신 4학년인 큰 조카녀석을 급 섭외하여 데려갔더니 작은 녀석이 어찌나 샘을 놓던지.. 올해는 거금(ㅜㅜ) 들여 둘다 데려갔습니다..
갈때마다 봉하마을은 좋아지더군요..
정말 황량하기가 그지없던 마을에 조금씩 조금씩 뭔가가 세워지고 달라지고 있더군요.. 최소한의 편의시설조차 없던 곳이었는데..
수천명이 몰려드는 이런 행사가 있을 때 수용가능한 화장실 같은 것도 이제 막 지어지는 거 같더군요.. 예상컨데 이번 행사를 목표로 지었던거 같은데 마무리 작업이 안되어 멀쩡해 보이는데 막아둔 곳이 화장실로 추측...
하여튼 공사를 좀 미리미리 할일이지...
언제나 그러하듯 봉하마을에서는 참배로 시작하죠..
조카녀석들이 "그런데 노무현대통령님은 왜 돌아가셨어요?" 라고 묻는데
'글쎄 왜 돌아가셨을까..' 되묻게 되며 울컥울컥 합니다..
그렇게 부엉이바위 사자바위 올라 정토원도 둘러보고 내려오게 되죠..
아직은 낮이 더워서 땀범벅...
애들이 "고모 울어요? 그거 땀이예요 눈물이예요?" 라고 물을 때 당당하게 "땀이다!!" 라고 외칠 수 있는 정도?
가보니 작년에는 없던 노통 사료관을 임시로 개장해 두었더군요.
어린시절의 사진부터 시작해서 재임시절 그리고 봉하에 내려와 풀썰매 타시는 모습까지...
제가 보는 베스트컷은 많이들 보셔서 아시겠지만 자이툰부대원과 와락 끌어안는 모습과 장례식장에서 그 해맑던 손녀와 자전거 타고 지나는 사진이었는데..
보면 볼수록 맘이 짠해져서 혼났습니다.
음식을 파는 봉하장터 근처에는 지역 특산물을 소개하는 부스들도 있고.. 더불어 물풍선 터트리기가 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에 명계남씨가 얼굴을 내밀고 있어 인기 만발이더군요... ㅎㅎㅎ
음악회의 시작은 이해찬 이사장의 인삿말이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많이 늙으셨더군요.. 그 꼬장꼬장 대쪽같던 양반의 웅숭그린 어깨가 세월을 느끼게 했습니다.
노통의 음택을 디자인하신 승효상 선생께서 지금 대통령기념관을 설계중이신데 2018년경이면 완공된다는 기대되는 말씀을 하시네요.
이날 사회를 배우 윤희석씨가 보셨는데 그분이 가수를 겸하고 계시더군요.. 브로맨스 클럽이라고 밴드도 결성해서 활동중이시라고.
맨날 막장 드라마의 희안한 역할만 보다가 그런 모습을 보니 뭔가 부조화스러움..
가수 정훈희씨가 나왔는데..
마나님 운짱해주러 오신 남편분 가수 김태화씨가 널널한 반바지 입으시고 나와 정훈희씨와 즉석 공연도 하시고..
언젯적 여행스케치인가 싶지만 노래만은 레전드...
30분 연습하고 3시간 술마신다는 바보주막 조합원들의 오카리나 연주
무엇보다 색달랐던 공연은 봉하마을서 근무하는 의경들이 '인생은 아름다워'를 부르며 격한 댄스를 하고 비보이팀까지 나와서 현란한 비보잉에 조카들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더라능..(물론 우리 이모팬들 입으로도 모기 몇마리쯤... ㅋㅋ)
압권은 이승환옹이셨죠..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쪽팔리게 살지 말자는..
그들의 편에 서지는 않겠다는.. 각오로 노구를 이끌고 무려 다섯곡을 불러제치시며... 관객들 속에 숨어있던 자신의 팬들을 모두 불러내더군요..
믈론 제옆에도 발광하던 한 여인네가 있었고 ㅋ
8월말 가을 초입의 봉하는 참 좋아요.
5월의 봉하처럼 깊은 슬픔속에서 참배하는 곳이 아닌 즐길 수 있는 그런 곳...
봉하막걸리잔을 친우들과 높이 부딛혀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그런 시간
무박 2일 기분 좋은 피곤함을 가지고 서울로 총총총...
남은 것은 봉하막걸리더라... 캬~~~
2015.08.31 10:19
2015.08.31 10:23
2015.08.31 10:29
저도 감사합니다
2015.08.31 10:50
2015.08.31 10:53
2015.08.31 11:01
즐거운 글인데 중간에 급 울컥... (눈물 슥)
2015.08.31 12:38
로절린 샌저의 <세일럼의 마녀들>을 번역한 김영진 선생(동국대 사학과)은 역서 후기에, 한 때 온 나라가 ~은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우스개 소리를 즐기는 걸 보고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을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 사실 저 책 자체가 1603년에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마녀사냥 사건을 다룬 것이지만)
그의 지적에 새삼 깨달았네요. 이 나라는 대통령도 마녀사냥을 하는 나라였던 겁니다! >.<
김대중 대통령도 일생을 빨갱이라는 소리 들으며 살았으니… 두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공과는 분명히 해야겠지만, 한국 사회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매카시즘에 - 빨갱이 공포증 - 쩔어 있는 사회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2015.08.31 18:28
2015.08.31 18:41
칼리토/ 맨날 슬퍼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거죠.. 1년에 한번 신명나게 놀아보자는 거.. 좋은거 같습니다.
Bigcat/ 네 기차여행이 엄청 쾌적해요.
채찬/별말씀을요.. 작년에도 쓸까하다가 구리다 운운이 있어 맘이 안내켜서 못썼었는데요..
gatoaureo/네 느므느므 멉니다.. 그나마 봉하열차는 집에서 가까운 영등포역까지만 가면 기차에 식사에 연계버스까지 해줘서 가볼 용기가 생깁니다.. 더불어 점심도시락의 퀄이 예상보다 좋아서 깜놀..
보들이/글게요 승환옹이 승환옹이... 아~~~~
러브퍼레이드/갈때마다 울컥울컥합니다..
왜냐하면/고냥이 머리에 뿔날 때로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2015.08.31 19:15
어째서 그런일이 날 수 있었을까,마음 아픈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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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따라가본듯한 생생한 후기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꼭..이라고 다짐해 봅니다. 한번 가 참배하겠다는 다짐을 몇년째 지키지 못하고 있네요. 거짓말쟁이가 멀리 있지 않습니다. 5월보다 분위기가 좋았을 것 같고.. 혹시 내세라는 게 있다면 노통께서도 이번 행사를 더 기꺼워 하셨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