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다 !! 2015 봉하음악회 후기

2015.08.31 10:09

여름숲 조회 수:1348

작년 이맘 때 난데없이 노통탄생기념 봉하음악회에 대해 그거 구리다며 퉁을 놓던 유저분도 계셨던 그 음악회..

올해도 돌아왔습니다. 매년 생신은 돌아오는 거니...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 봉하열차를 타고 지인들과 초등 5학년 3학년 조카녀석들 둘을 데불고... 간식 사들고 나들이 모드로 떠났습죠..

작년 펑크낸 지인 대신 4학년인  큰 조카녀석을 급 섭외하여 데려갔더니 작은 녀석이 어찌나 샘을 놓던지.. 올해는 거금(ㅜㅜ) 들여 둘다 데려갔습니다..

 

갈때마다 봉하마을은 좋아지더군요..

정말 황량하기가 그지없던 마을에 조금씩 조금씩 뭔가가 세워지고 달라지고 있더군요.. 최소한의 편의시설조차 없던 곳이었는데..

수천명이 몰려드는 이런 행사가 있을 때 수용가능한 화장실 같은 것도 이제 막 지어지는 거 같더군요.. 예상컨데 이번 행사를 목표로 지었던거 같은데 마무리 작업이 안되어 멀쩡해 보이는데 막아둔 곳이 화장실로 추측...

하여튼 공사를 좀 미리미리 할일이지...

 

언제나 그러하듯 봉하마을에서는 참배로 시작하죠..

조카녀석들이 "그런데 노무현대통령님은 왜 돌아가셨어요?" 라고 묻는데

'글쎄 왜 돌아가셨을까..' 되묻게 되며 울컥울컥 합니다..

그렇게 부엉이바위 사자바위 올라 정토원도 둘러보고 내려오게 되죠..

아직은 낮이 더워서 땀범벅...

애들이 "고모 울어요? 그거 땀이예요 눈물이예요?" 라고 물을 때 당당하게 "땀이다!!" 라고 외칠 수 있는 정도?

 

가보니 작년에는 없던 노통 사료관을 임시로 개장해 두었더군요.

어린시절의 사진부터 시작해서 재임시절 그리고 봉하에 내려와 풀썰매 타시는 모습까지...

제가 보는 베스트컷은 많이들 보셔서 아시겠지만 자이툰부대원과 와락 끌어안는 모습과 장례식장에서 그 해맑던 손녀와 자전거 타고 지나는 사진이었는데..

보면 볼수록 맘이 짠해져서 혼났습니다.

 

음식을 파는 봉하장터 근처에는 지역 특산물을 소개하는 부스들도 있고.. 더불어 물풍선 터트리기가 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에 명계남씨가 얼굴을 내밀고 있어 인기 만발이더군요... ㅎㅎㅎ

 

음악회의 시작은 이해찬 이사장의 인삿말이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많이 늙으셨더군요.. 그 꼬장꼬장 대쪽같던 양반의 웅숭그린 어깨가 세월을 느끼게 했습니다.

노통의 음택을 디자인하신 승효상 선생께서 지금 대통령기념관을 설계중이신데 2018년경이면 완공된다는 기대되는 말씀을 하시네요.

 

이날 사회를 배우 윤희석씨가 보셨는데 그분이 가수를 겸하고 계시더군요.. 브로맨스 클럽이라고 밴드도 결성해서 활동중이시라고.

맨날 막장 드라마의 희안한 역할만 보다가 그런 모습을 보니 뭔가 부조화스러움..

 

가수 정훈희씨가 나왔는데..

마나님 운짱해주러 오신 남편분 가수 김태화씨가 널널한 반바지 입으시고 나와 정훈희씨와 즉석 공연도 하시고..

언젯적 여행스케치인가 싶지만 노래만은 레전드...

30분 연습하고 3시간 술마신다는 바보주막 조합원들의 오카리나 연주

무엇보다 색달랐던 공연은 봉하마을서 근무하는 의경들이 '인생은 아름다워'를 부르며 격한 댄스를 하고 비보이팀까지 나와서 현란한 비보잉에 조카들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더라능..(물론 우리 이모팬들 입으로도 모기 몇마리쯤... ㅋㅋ)

 

압권은 이승환옹이셨죠..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쪽팔리게 살지 말자는..

그들의 편에 서지는 않겠다는.. 각오로 노구를 이끌고 무려 다섯곡을 불러제치시며... 관객들 속에 숨어있던 자신의 팬들을 모두 불러내더군요..

믈론 제옆에도 발광하던 한 여인네가 있었고 ㅋ

 

8월말 가을 초입의 봉하는 참 좋아요.

5월의 봉하처럼 깊은 슬픔속에서 참배하는 곳이 아닌 즐길 수 있는 그런 곳...

봉하막걸리잔을 친우들과 높이 부딛혀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그런 시간

 

무박 2일 기분 좋은 피곤함을 가지고 서울로 총총총...

남은 것은 봉하막걸리더라...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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