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6 22:41
또 미국이야기라서 좀 죄송합니다만....어제 한국에서 카톡받고 동기부여가 되어서 또 끄적거립니다.
워낙 다인종에 거대한 나라인데다 직종마다 다 차이가 있다는 건 감안해 주시구요... ^^;
1. 개인연락처와 단톡
제 사무실에는 1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저 다음으로 한 사람이 들어왔으니 대부분 저보다 오래 일한 분들이에요.
여기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급하게 사무실에 없는 누군가에게 연락을 해야할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전화번호를 물어봤더니...
오마이가뜨....아무도 그 사람 전화번호를 모르는 겁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결국 누군가가 전화번호 엑셀파일이 있는 폴더 위치를 가르쳐 줘서 다 저장해뒀습니다.
'너희들 참 신기하다. 그러면 갑자기 연락해야 할 일이 생기면 어떡하냐?'
'그럴 일 별로 없지만...만약 그렇다면 페이지를 이용해.'
'페이지? 그게 뭔데?'
다시 오마이가뜨.....그것은....우리가.....수십년 전에....삐삐라고 부르던 물건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페이지를 안쓰니?'
왓더.....
그러고보니 다른 사무실에 가면 비상연락망이 화이트보드에 적혀있는데, 연락처가 삐삐와 핸드폰 두개로 적혀 있더라고요. 삐삐가 1번, 핸드폰이 2번.
'페이지로 받고 다시 연락하려면 불편하지 않니? 그냥 핸드폰으로 받는 게 낫지 않아?'
'왜? 그리고 난 사생활이 침범되는 거 싫어'
사무실 동료 한분은 영국에서 온 분인데 다른 사무실 누군가에게 메일로 업무관련 질문을 했다가 이런 답장을 받았다고 합니다.
'제 gmail로 업무관련한 내용을 보내지 마십시오. 이건 제 개인 메일입니다. 직장메일로 해주십시오.'
둘이서 같이 '미국사람들은 이상해' 뒷담화....ㅋㅋㅋㅋㅋ
전 파견형식이라 내년에 귀국해야해서 한국 단톡방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머물러 있는데요, 시차때문에 새벽에 드르륵 카톡 알림이 뜨는 거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한국시간으로 분명 밤 8시 9시인데 단톡방에 글올리는게 별로 대수롭지 않나봅.......글쵸. 그랬었죠. 잊고 있었습니다.
그 내용도 별로 응급도 아니에요.
'전 내일 무슨무슨 일이 있어서 어디 들렀다가 늦게 출근합니다'
'다음 주 회식 참석여부 알려주세요.'
밤에 뭐 어쩌라고....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무신경했던 일인데 여기와서 지내다 보니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란 분노가.....ㅎㅎㅎㅎ
2. 비만과 외모에 관한 언급
익히 들으셔서 잘 아시겠지만 미국에서 누구의 외모를 대놓고 어떻다 이야기하는 게 금기시 되는 분위기더라고요. 저희 보스가 비정상적으로 비만이 심하지만 한번도 그에 관해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사무실 직원 중 한 명은 머리가 아주 큽니다. 정말 인상적이다 싶을 정도로 커서...저도 처음엔 입이 근질근질했어요. 한국이었다면 이정도 친해졌으면 여러사람에게 장난스럽게 수십번 들었을텐데..
물론 미국사람들은 머리크기에 민감한 한국사람들을 되레 신기하게 생각해서 특별히 컴플렉스가 아닐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외모에 대해 이러이러하다 이야기하는 자체가 허용이 안되는 듯한 분위기라...
'너 스웨터 정말 멋져!'
'그 스커트 새로 산거니? 잘 어울린다'
사무실에서 오가는 외모 관련 이야기는 저 정도가 다였습니다.
많이 반성했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후배들에게 외모 관련해서 참 많은 말을 한 거 같아요.
헌데 그러다가 개그콘서트를 보게 되었는데....깜짝 놀랐습니다.
하.....뚱뚱하다, 못생겼다....남의 외모를 비하하면서 놀리는 저런 웃기지도 않는 개그를 공기처럼 마시고 살았었구나...
이곳 유명한 프로 미식축구팀 치어리더랑 어떻게어떻게 만나게 되어서 같이 사진을 찍었거든요. 치어리더면 한국에서 나름 셀럽이니까...너무 신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그 사진을 페이스북에 포스팅하고, 카톡으로 보내고....그런데 말입니다.
열명 중 아홉은 첫 반응이..... '우와 너 머리 진짜 크다'였고 나머지 하나가 '치어리더분 머리 진짜 작네'였어요. 정말입니다. 신기했어요.
러브귤님 한국 돌아오신 거 축하드립니다만 전 사실 돌아가는 게 너무 겁이 납니다. 싫어...이런 느낌보다 솔직히 겁이 나요.
왜 그럴까...혼자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람들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가장 크더라고요.
다시 사람들 틈에 끼어 부대끼고 공공장소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너는 왜 결혼 안해?' '교회 소개시켜 줄께 꼭 가보거라' '사람들이 너 호모라던데 진짜냐?'란 소리를 들어야 하고...
누군가에겐 나도 그런 존재였겠죠.
선배들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처음엔 '나도 한국 돌아가면 바뀌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귀국하면 어느 새 다시 완벽하게 한국에 적응하며 살게 된다고.
그것도 겁이 납니다. 여기서 보낸 시간이 아깝게시리 다시 원상태라니...
2018.05.06 22:52
2018.05.06 23:02
ㅋㅋㅋㅋㅋ 그래도 한번씩 한국식 회식이 그리워지는 전 어쩔 수 없는 한국인...
2018.05.06 22:53
2018.05.06 23:09
웃기는게...사무실 직원 중 한명이 '나 휴가 떠나, 내일부터 일주일동안 없을 거야. 안녕~~'하며 퇴근했는데....어디로 휴가 가는지 아는 사람이 저밖에 없....ㅋㅋㅋㅋ
제가 젤 대화할 일이 적은 사람이었는데 말이죠. 아무도 그런 걸 안물어보나봐요.
2018.05.06 23:01
'제 gmail로 업무관련한 내용을 보내지 마십시오. 이건 제 개인 메일입니다. 직장메일로 해주십시오.' -> 맞습니다. 업무내용은 직장메일로 보내야하고, 사적인 내용은 개인메일로 써야합니다. 미국에서 직장메일은 공개된 문건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야해요... 직장 이메일은 회사의 property 거든요...
2018.05.06 23:12
글쿤요. 그럼 거꾸로 직장메일로 사적인 대화를 하는 것도 조심해야겠군요... (식은땀....)
2018.05.06 23:20
맞습니다. 직장 이메일은 CIO (Chief Information Officer)가 열어볼 수 있고 CIO는 CEO에게 바로 보고할 수 있습니다.
2018.05.06 23:35
2018.05.07 01:56
미국이라고 뭐 다 좋을까요...ㅎㅎ
문님께서 미드에서 보신 건 어떤 상황인가요?
2018.05.07 11:51
2018.05.07 13:51
저야 뭐 몇달 산게 다 인데요. 근데 말씀하시니까 어떤 건지 알겠어요. 그런 거 저도 느꼈습니다. 근육과 털로 대표되는 마초 이미지에 집착하는 남자들.
'난 엄청 터프해!'를 드러내고 싶어하고 근육질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아시안들이야 다 조신합디다만..ㅎㅎ 그러다보니 일반 시민들 차림새가 거의 비슷한 느낌?
미국 게이분과 이야길 나눴는데 그게 다 매스미디어 때문이라고 주장하시더라고요. 근육남을 전면에 내세워 '이옷도 저옷도 아닌 벗은 몸이 아름답다'는 식으로 여론을 이끌었다..뭐 그런 이야기였는데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나라 아저씨들 패션이 등산복으로 정리된다면 여긴 청바지에 모자(겨울엔 비니, 그 외엔 야구모자)로 통일. 서양이라고 개성과 다양성이 넘칠 거란 저의 생각은 착각...
특히 아이스하키 경기가 있는 날 경기장 주변에 가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나라 등산복 아저씨들보다 여기 남자들 옷차림이 더 똑같더라고요. 웨스트월드 복제 공장에 들어온 줄...
2018.05.07 00:40
실생활에서 외모에 대해 언급안한다해도 시트콤이나 토크쇼보면 참으로 에둘러서 비아냥대던데요.
흑인은 참 당당하게 받아치던데 아시안은 꼼짝없는거 같더라고요.
우리나라 텔레비젼 드라마에서 담배같은 존재일까요?
2018.05.07 02:02
ㅎㅎㅎ 그런가요.. 하긴 사악하게 놀리고 싶은 속마음이야 누구나 다 있으니까요..
헌데 한국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보던 개콘이 당혹스럽게 느껴진 자체는 저에겐 좋은 깨달음이었습니다. 좀 잔인하다 싶더라고요.
2018.05.07 03:27
2018.05.07 10:49
2018.05.07 13:55
ㅎㅎㅎㅎㅎ 안그러셔도 그렇게 알아들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말이지 딴거보다 맑은 공기와 파란 하늘 하나는 끝내주네요. 한국 떠나기 전 '앞으로 하늘색은 파란색이 아니라 회색으로 해야 할거같다'는 자조섞인 농담까지 했거든요.
미국 동부에 폭설과 엄청난 추위 때문에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사냐'는 안부를 많이 전해들었습니다만....아무리 그래도 이처럼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은 이제 한국에선 느낄 수 없을 것 같아요.
봄이 시작되고 공원에 나가 앉아 있으니...정말 천국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천국을 만든다면 이런 곳을 모델로 만들지 않을까....
2018.05.07 12:06
1,2번 두내용이 문화충격이라는 것이 충격이네요;;;;; 개인메일을 알고있었다는게 놀랍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들어가긴 글렀나 봅니다^^;;
2018.05.07 13:30
모죠? 스물스물 내안에서 기어 올라오는 이 부러움과 질투는. ㅋㅋㅋ
아마 들어오시면 하루하루가...왓더...의 연속일런지도요.
2018.05.07 15:16
2018.05.13 04:58
저도 어떤 것들일까 궁금해서 들어왔다가 보고 제가 문화 충격을. 하하;; 저는 미국에서 지낸지는 벌써 십년이 훌쩍 넘었네요. 한국에서는 그 두배 정도 살았고요. 일한지는 이제 7년 정도 됐는데,
1. 개인 이메일
직장 동료간 거의 서로 주고 받지 않고요. 개인 핸드폰 연락처는 정말 큰 자연재해가 나서 회사 건물에서 일을 할 수가 없는 경우 쓸 수 있는 비상 연락망 정도인데 그것도 저희회사에서는 HR에서 철저하게 관리해요. 그리고 회사용 핸드폰이 따로 있고 회사에서 일할 때 쓰라고 주는 아이패드, 랩탑 다 있으니 회사 계정으로 연락해도 되고요. 제가 일하는 분야는 일 중독인 사람들도 많아서 주말에도 수시로 체크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ㅡㅜ 저같아도 개인적으로 알려주지도 않은 내 개인 이메일로 그것도 아무리 화이트보드에 공개돼 있던들 말 그대로 비상시 연락 하라고 제공한 곳으로 업무 관련 이메일을 보내면 친절하게 답장하기보다는 그냥 무시하고 씹었을 것 같네요.;; 짧다고 하면 짧을수도 있는 7년 동안 한번도 이런 일은 겪어보지 않았어요.
2. 외모에 관한 언급
아무리 기본이 안되고 성질 더러운 동료라도 어떤 사람이 뚱뚱하네 못생겼네 하는 소리는 한 번도 들은 적 없고요. 만약 직장에서 저런 소리를 하면 경멸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것 같아요. 너무나 무례하고 무식해서요. 저와 정말 친한, 취하면 진짜 딱 얼간이 미국 고등학생들 같이 구는 남자 동료들이 세명 있는데 그들이 happy hour때 농담 따먹기 할때 딱 한 두번 성질 안좋은 저희 보스를 슈퍼 마리오에 나오는 악당 캐릭터에 빗대서 놀린 적은 있어도 절대 뚱뚱하다느니 생김새가 어떠하다느니 품평하는 적은 없었어요. 왜냐면 어떤 사람이 어떤 이유로 뚱뚱하게 된건지 우리는 모르잖아요. 지병이 있는지 무슨 치료를 받는 부작용일 수도 있고. 미에 대한 기준도 폭넓고 더 관대하고 칭찬도 남발하고. 그런데 칭찬도 오늘 누구 예쁘다 이런식 보다는 오늘 누구씨 귀걸이 너무 예뻐요 아니면 누구씨 구두 너무 시크하네요 뭐 이런식이에요. 여하튼, 저도 예쁘고 눈에 보기 좋은 것에 민감한 편인데도 어느새 익숙해져서 한국가서 가족들이 어느 누구 외모를 가지고 지적이라도 하면 저도 모르게 경멸감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정말 오랜만에 들어와서 댓글 하나 남겨요 ㅎㅎ
아 웃음이 나네요 우리도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여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