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31 01:36
식재료를 사려다가....문득 의문이 들어서 주문버튼을 누르지 않고 글을 씁니다.
1인가구의 독신자가 집에서 요리하는 것이 자기만족이나 뿌듯함과 같은 정서적 가치 이외의 구체적 실효성이 있는 걸까요? 경제적 효용은 차치하고 말이에요.
(솔직히 말하면 경제적 지표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혼자는 소비하는 양이 너무 적고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재료도 꽤 많아서)
우리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드립 머신을 사거나 스스로 머리를 자르기 위해 미용가위를 장만하지 않고 혹은 허리를 줄이거나
바지단을 수선하기 위해 굳이 재봉틀을 마련하지 않듯이(그러시는 분들도 많겠지만야 그냥 평범한 기준에서)
굳이 다가구 가정도 아닌 독신이 꼭 밥해 먹을 필요가 있나....
(다가구 가정도 그럴 당위가 있는지까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알 수 없는 것에는 입대지 않아야 하니까... 아무래도 아이나 노인이 있으면 달라지겠죠.)
18살 서울에 처음 상경했을 때는 제가 원하는 자아상인 세련된 자립여성이 되기 위해 지향해야 할 너무 당연했던 기치였던 것이 지금은 의구심으로 많이 희석되었군요. 물론 그렇다고 많이 해 먹은 건 아닙니다만
외모에 관심이 많은 대부분의 20대 여성이 그렇듯이
저는 옷을 꽤 잘 입어요. 화장도 잘하는 편이고 손톱도 네일샵에 가지 않고 혼자 해결합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고데기와 구르프는 잘 못 다룹니다 고데기해야 하는 날은 미용실에서ㅠㅠ)
하지만 밥은요? 식사를 꼭 자기 손으로 해 먹어야 하나요? 이 질문은 부정성을 함의한 질문이 아닙니다. 정말 그래야 하는지 안 그래야 하는지 그 경계선에서 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거든요.
메이크업과 헤어를 미용실에 수주하는 비용은 꽤 비쌉니다.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 나가요 언니가 아니라면...네일샵도 마찬가지. 젤네일 한번에 4만원이에요.
정액권을 끊으면 좀 더 싸지만 어쨌든 한 번의 기분전환치고는 꽤 비쌉니다.
식사는 아니에요. 서울 시내권이라 해도 오천원의 기사식당~만원 사이의 괜찮은 밥집에서 한 끼 해결이 가능합니다. 학식이나 구내식은 더 싸요.
이 비용이 과연 집에서 만드는 수고로움과 시간을 감내할 정도로 비싼 건가요?
음.....건강?
식당이 아니더라도 요즘은 건강이나 다이어트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도시락 배달 업체가 많잖아요. 영양제도 넘쳐나지요.
아침은 유기농 무슬리나 시리얼, 샐러드나 요즘 유행하는 클렌즈주스로 해결할 수 있고 간식으로 소분된 견과나 베리류의 파우더같은... 직접 해먹지 않고도 건강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밥을 하려면 일단 1. 장을 보고 2. 재료를 손질하고 소분하고 3. 요리를 하고. 4. 설거지와 부엌과 식탁을 치워야 합니다.
정기적으로 냉장고 정리도 해야 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야 하고 조리도구 일체를 구비해야 하고 추가적으로 식탁 세팅도 해야죠
이 과정들과 거기에 걸리는 시간을 감수하면서 제가 요리에 재미를 붙이거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경위가 있는지 대차대조해 보면 좀 아리까리합니다.
밥하기 라면 끓이기 만두 삶기 계란 프라이하기 고기나 생선 구워 먹기 정도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고 스스로와 합의가 되었는데 그 이상의 고층차 과정...그러니까 꼭 올인원 수제가 아니고
테이xx샵이나 푸x마x 같은 분업 아웃소싱으로 장보기와 레시피 찾기 재료 손질하기 같은 중간 경유 과정을 생략해서 효율을 올린다고 한다손 치면, 그렇다면 요리는 집에서 할 만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역시 아직 미정입니다.
음...아직 타임라인상으로 먼 일이지만 결론적으로는 결혼할 생각도 없고요. (유부녀라면 요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강화시키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고 그런 식의 사회적 프레셔 때문에 인과적으로 독신을 고수하겠다는 것도 전혀 아니지만..단지 파트너십을 체결하면 식사준비에 대한 압박이 좀더 거세지지 않을까 해서)
저는 현재 쇼핑 중독 상태이던 20대 초반을 벗어나 이제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지는...의에서 식으로 향하는 여정에 있는데
장기적 관점에서 현재가 인도어 요리가 아웃소싱되는 과도기이고 결과적으로 블루프린트가 보이지 않는...효율성이 떨어지는 취미라면 지금 손 떼고 싶어서요. 미식으로 만족하는 게 좋을까요?
실지로도 이제 집밥이 중요시되는 나라는 거의 없지 않나요? 서구권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이든 동남아든..전부 다 아침까지 밖의 푸드 트럭이나 노점상에서 해결하는 경향이 강하죠.
그게 아니라면 입주 가사도우미를 들여서 가사 전체를 아웃소싱할 수 있을 정도로 비용이 저렴하던가(주로 홍콩이나 인도가)
제가 요리블로거나 미국 남부 바이블 벨트에서 케이크 궈서 남편 기다리는 스텝포드 와이프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과연 내가 여기에서 실효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천착하는 것이 요즘 제 화두입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돈과 관심을 증여하고 싶은 것들은 항상 넘쳐나지요.
자랑거리나 폼이 난다거나 하는 남들의 칭찬 같은 값을 매기기 모호한 함의들 말고요.
그럼...네가 치장을 좋아하는 것은 뭐 생산성이 좋은 취미라서 쇼핑중독에 걸렸었느냐라고 반문한다면
기꺼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기만족 외에도 스타일이 좋은 여자가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혜택을 저는 차고 넘치게 충분히 누렸거든요.
어...정확히 말하면 이건 남자도 마찬가지에요. 결국 패션이나 미용은 자기만족에서 비롯되더라도 결국 대외적인 가치, 사회적 양태로 발현되거든요. 집밥은 결국 사생활과 프라이버시 내에서 발휘되고요.
부작용으로 집이 항상 어수선하고 벼룩하느라 귀찮고 행거가 자주 무너지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여자의 외모에 대해 비대칭적인 사회적 제반의 불공평함에 대한 논의는 생략할게요. 적어도 이 글에서는 부적절하지요.)
어쨌거나 지금의 저는 쇼핑중독의 결과물들을 처분하느라 지난했던 과정들을 거쳐서 현재는 꽤 검소합니다. 역설적으로 무절제한 낭비를 통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얻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겠죠.
궁금한 것은 그러한 알고리즘이 현재 요리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적용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화용론적 의문....뭐 그런....앞으로의 에피스테메는 과연 어느 쪽일지...
(저를 설득시켜 주실 분이 계셨으면 좋겠군요....또르르...)
2015.07.31 02:30
2015.07.31 02:47
음... 굳이 제가 명시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하는데....기본적인 의식주가 충족되는 것을 넘어서 가처분 소득으로 약간의 사치를 부리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 정도의 상태라면^^;;
이런 식으로 해당 상황을 전제하고 시뮬레이션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가 굳이 꼽자면 제 질문의 요지인 것 같습니다만....
2015.07.31 02:55
2015.07.31 03:41
2015.07.31 03:55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건 케바케고 되는 사람이 있고 안되는 사람도 있겠지요.
상대적인게 너무 많아서 말이죠.
맛 - 처음에는 아웃소싱이 아무래도 유리하긴 하지만 이건 집밥이 어느경지에 오르면 아웃소싱을 능가하죠. 자기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해지니까요.
육체적 편함 - 아웃소싱이 이건 아무래도 집밥을 능가하겠지만 특정아이템/상황에 따라서 아웃소싱이 아예 선택사항이 없는경우가 있어서 말이죠.
예를 들자면 정말 편하게 입고 라면먹기 같은거죠. 속옷만 입고 가게에서 라면 먹는 옵션은 아웃소싱이 불가능하잖아요. 배달이라는 옵션이 있긴 하지만 집밥의 편함에는 살짝 못미칠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형 요리나 손많이 가는 요리는 아웃소싱이 상대적으로 집밥보다는 훨씬 편하지요.
시간 - 아웃소싱이나 집밥이나 이건 비슷합니다. 아이템에 따라 틀리지요. 갑자기 갈비찜이 먹고 싶다면 집밥으로는 당장 가능한 선택 옵션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웃소싱이라면 언제라도 가능하죠 시간대의 제약이 있긴 하겠지만 시간대 안에서는 언제라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라면 같은 간단한 아이템이라면 집밥이 아웃소싱보다 시간적으로 조금 유리합니다.
돈 - 이것 역시 상대적입니다. 일반적으로 집밥이 아웃소싱보다 싸다고 하기는 하지만 꽤많은 음식이 냉장고에서 바로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에 항상 집밥이 아웃소싱보다 싸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솔직히 뭐가 더 확실히 낫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에 아웃소싱으로 인해 생기는 이득(시간적. 육체적)이 크다면 아웃소싱이 당연한것이지요. 아웃소싱이나 집밥이나 옵션일 뿐이지 맞거나 틀리다고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2015.07.31 06:40
음식 하나 준비하시려고 그 전날 부터 준비하시는 우리 어머님 보면서 참 힘드시겠다 생각 많이 하고 저도 요리를 못하긴 합니다만, 조미료 범벅이 된 음식을 사람들이 줄을서서 맛집이라고 찾아가는거 보면 괜히 집밥,집밥 하는건 아닌거 같아요.
외식하고 나면 항상 배탈이 난다는..위생관리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요.
2015.07.31 07:57
여러 부연에서 오히려 집에서 밥을 안 한다는 발상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게 느껴지는데요.
요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내켜서 복잡한 요리를 할 때도 있고-오히려 복잡한 쪽은 흥이 좀 납니다-, 이건 내가 만든 게 더 낫다 하는 것도 있지만 반반 정도로 사먹어요.
아웃소싱의 몇 가지 사소한 문제점 때문에 단골은 없습니다. 배달은 내 집에 정기적으로 오는 게 싫다는 점 때문에, 나가서 먹는 것은 집에서 먹는 것보다 사회생활의 냄새가 난다는 것 때문에요. 제가 선택한 거긴 하지만 단골이 없다는 건 안정감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죠. 저는 맛이나 편리 위생 경제의 측면보다 심리적 측면에서 집밥집밥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2015.07.31 08:02
2015.07.31 08:07
2015.07.31 08:09
2015.07.31 08:36
2015.07.31 09:29
생존을 위한 최소의 기술이 맞긴한데 자기 식사를 손수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과 삼시세끼 매번 그 능력을 자기가 발휘할 것이냐는 다른 문제죠. 본문의 요지도 그것 같습니다만. 저는 대학 입학 이후 15년째 자취 생활로 살림에 그럭저럭 도가 튼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지금도 가끔은 1인 식사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는 아까울 때가 있습니다. 사실 음식은 1인분 준비나 2~3인분 준비나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은 비슷하죠. 저는 2인분만 차려도 시간 아깝다는 생각은 안 할 거 같아요;;(이러니 결론은 결혼이라도 해야 하나?;;)
2015.07.31 09:04
먹는 것과 입는 것처럼 일상적인 행동 하나하나에서 효용을 따지는 것 자체가 저에겐 굉장히 신선한 발상으로 다가오긴 하는데요..(전 별 생각 없이 살아서;;) 굳이 집밥의 효용을 따진다면 건강 측면에서 상당히 이득이 되지 않나요? 위의 몇몇 분 말씀처럼 위생 문제도 있고, 내가 음식을 해먹으면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로 화학조미료 쓰지 않고 해먹을 수 있고, 내 몸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2015.07.31 09:35
아웃소싱이 직접 해먹는 것의 심리적, 경제적, 문화적 효용을 능가한다면 당연히 아웃소싱이 낫겠죠. 가까운 홍콩만 봐도 집에서 해먹는 것보다 외식 비중이 훨씬 높은데 값싸고 맛있는 음식을 언제라도 사먹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집에서 요리를 할 필요성을 못느끼는 것도 있겠지만 맞벌이로 뼈빠지게 벌어야 근근히 먹고 살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의 압력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요리라는 것이 중화권에서는 전통적으로 남자들의 영역이기 때문에 굳이 여자들이 부엌에서 밥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문화적 이유도 있겠구요. 다른 것보다.. 혼자서 식재료를 사고 요리를 하고 먹고 치우는 것의 번거로움과 경제적인 낭비를 생각하면 사먹는게 정답이긴 하겠지만.. 사먹는 요리를 선택할때도 조리법이나 식재료에 대한 상식이 있을때 좋은 판단을 할 수 있을테니 가끔씩은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요리라는 것도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여러모로요. 그 재미를 무조건 아웃소싱하는건 귀찮다고 취미까지 아웃소싱하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좀 드네요.
2015.07.31 10:26
2015.07.31 10:26
집밥 차리고 치우는 것은 중노동이고 자기 인건비 감안하면 경제적 효용도 미미하므로 좋아서 하는 거 아니라면 굳이 할 필요 없습니다. 대체재도 충분하고 금전적으로 아웃소싱에 어려움이 없으신데 이런 고민 혹은 집밥 안 하기에 대한 합리화 과정이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합리화가 필요할 만큼 논쟁적인 사안인가요? 그냥 안 하시면 됩니다. 물론 집밥 해 먹는 사람들이야 여전히 있고 먹거리 외주문화가 향후 아무리 보편화된다 하더라도 당연히 남아있겠죠. 손수 천 염색해서 옷 지어 입는 분들도 극소수지만 아직 계시잖아요.
2015.07.31 10:30
아, 집밥의 효용이 있다/없다로 딱 떨어지게 말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시나 봐요. 그런 관점은 버리심이.. 아니, 자기 좋으면 해 먹고 아니면 사먹는 거지, 내가 집밥 해먹는다고 해서 외식이나 즉석식품 이용자들이 사치스럽거나 무능한 거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2015.07.31 10:57
본인의 재주와 음식에 대한 관심의 정도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좋은 음식을 즐기는 것이 삶의 큰 즐거움이고 제법 손재주가 있(다고 믿)는 저로서는 맛으로 따지나 비용으로 따지나 직접 해먹는 편이 사먹는 것보다 이득인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은 보통 크게 차이 없는 것 같구요. 물론 처음 혼자 살게 되면서 직접 음식을 해먹기 시작했을 때에는 맛과 시간과 비용 모든 면에서 사먹는 편이 훨씬 이득이었습니다. (아마 음식을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외모를 가꾸는 기술을 비롯해서 다른 무엇을 배우더라도 마찬가지겠지만), 궁금해하고, 찾아보고, 생각해보고, 실제로 해보고, 실수하는 것을 여러번 반복해야 발전이 있는데 그런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서는 당장의 효용 말고 음식 그 자체에 관심이 있어야 하겠죠.
사회적 혜택(?)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음식 대접이라는 것이 제안하기에도 받아들이기에도 비교적 부담 없는 호의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성과 (능력과) 호의를 오감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에,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대접하는 것이—친구들과 가까워지는 것은 물론이고—보스나 같이 일하는 동료하고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스타일이 좋은 여자가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혜택하고 비교해서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2015.07.31 11:49
에피스테메가 한국말로 뭔가요?
2015.07.31 13:21
2015.07.31 21:14
2015.07.31 21:21
2015.07.31 12:20
내가 밥을 하기 싫은데 사회적 통념 혹은 집에서 받는 압박 때문에 식사를 차려야 한다. 는 거나 밥을 짓는 것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의 시선 이라던지 그런 류와 관계없이 그냥 내가 밥을 안해먹고 싶은데 꼭 해먹어야 하냐. 라는 질문의 답은 엄청 간단하죠. 해먹기 싫으면 안해먹으면 됩니다. 누가 눈치주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고민이 대상이 되는 게 신기하네요.
+ 영어 말고 한국말로 써 있는 문장들도 번역체보다도 '이런 게 보그체인가' 하는 느낌이라 신기하네요 ㅎㅎ 천착, 증여, 함의 같은 단어들이 문장들마다 맞지 않는 자리에 알알이 넣어져 있는데 읽으면 또 무슨 뜻인지 이해는 가는 것이 보그체를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신기함과 닮았습니다.
2015.07.31 12:47
2015.07.31 13:19
질문이라기엔 남이 대답해주기 힘든 좀 사적인 이야기로 들리네요. 글이 뭔가 잡지체(?)같아서 재미있게 읽긴 했습니다.ㅎㅎㅎ
2015.07.31 14:02
글 쓰는 방식을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쫌 그렇네요. 반말투로 다른 사람들을 깔아뭉개는 글도 아니니, 이런 스타일의 사람도 있고 저런 스타일의 사람도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집밥을 순수하게 대차대조표로 대입해서 따진다 해도, 가치를 어떤 점에 더 가중치를 부여하는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니 딱히 반듯한 결론을 얻기는 어렵겠어요. 집밥을 하는 과정을 즐기면서도 더불어 친근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리를 함께하는 효용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하지만 순수하게 당장의 내 배고픔을 해결하거나 맛깔난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거나 할 경우에는 1인분에서 효용(율)성을 찾긴 어려울겁니다.
2015.07.31 14:08
제목만 보고 집밥에 대한 한국 사회의 통념이나 사회적 압력같은 걸 생각했는데 글 내용은 어디까지나 효율성에 기반한 개인적인 선택 얘기군요. 개인적으로 나 먹을 걸 직접 만들어 먹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느낀다면 다른 사람의 설득 같은 건 필요없지 않나요?
최근엔 요리다운 요리는 거의 안하는 편이지만 주말에 시간이 좀 나면 제철 야채같은 걸 사다가 간단하게 제가 먹을 식사를 준비합니다. 그렇게 만든 음식이 우연하게도 때깔이 좋으면 사진을 찍고요. 여기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취미로서의 요리가 갖는 (효용성을 넘어선) 즐거움을 좀 이해하게 됩니다. 아 그리고 제가 왕년에 플라톤 좀 읽어서 말인데, 에피스테메는 이럴 때 쓰는 거 아닐걸요. 식사의 이데아!! (쓰고보니 좀 웃기네요)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 이상은요.
2015.07.31 14:28
당연히 알고리즘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성을 느껴야죠. 필요가 없는데 스트레스 받으며 억지로 집밥 만들어 먹을 이유는 없죠.
게다가 20대라면 몸도 버텨줄테고요.
아무리 건강을 캐치프라이즈로 건 외식업소라도 집밥만큼 좋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식재료나 위생 문제도 있고.
경제적 문제건, 건강 문제건, 독신이건 아니건, 앞으로 집밥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집밥은 그때 만들어 먹으면 되고 알고리즘도 그때 고민하면 됩니다. 아니면 그냥 계속 외식하면 되지요.
2015.07.31 15:15
근데 댓글들 보고 본문을 다시 읽어 보니까 예전에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 결과라고 돌아다니던 글이 떠오르네요. 대충 보면 그냥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꼼꼼히 읽어 보면 볼수록 무슨말인지 모르겠다는게 신비롭군요.
영국 캠리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는가 하것는은 중하요지 않고, 첫째번와 마지막 글자가 올바른 위치에 있것는이 중하요다고 한다. 나머지 글들자은 완전히 엉진창망의 순서로 되어 있지을라도 당신은 아무 문없제이 이것을 읽을 수 있다. 왜하냐면 인간의 두뇌는 모든 글자를 하나 하나 읽것는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전체로 인하식기 때이문다.
인간의 두뇌는 문장 수준에서도 단어를 하나 하나 읽는 것이 아니라 문장 하나를 전체로 인식하는 면이 있나봅니다.
2015.07.31 15:52
이건 남의 의견을 구한다기보다는 보그체처럼 쓰려고 한 그냥 답정너글 같아요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살면 되는 거죠. 난 주방일하기 싫고 패션피플의 삶을 원한다면 그렇게 살면 돼요
2015.07.31 16:09
전반적인 문체며 "세련된 독립여성"이라는 단어를 보니 90년대도 연상되고 "경마장 가는 길" 같기도 해서 재밌네요.
2015.07.31 16:45
글하고 댓글 훑어보았고요, 문체가 매력있어서 저도 한마디 남겨요.. 집밥을 먹느냐 외식을 먹느냐 하는 표현 자체는 한쪽의 식습관을 사장시키라는 주장으로 읽힐 수 있어서 윤리적으로든 법적으로든 도단이 좀 있는 듯 하고요.. 처음에 말씀하신 정서적 이득과 경제적 이득을 제하면 세상에 남는 게 뭐가있을지도 잘 모르겠네요. 양측의 여건 자체를 고려하는 선에서 머물러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옷 수선이나 재봉질 같은 일하고 거칠게 비교되는데, 요즘 스스로 옷을 지어입거나 수선하는 경우가 거의 없듯이, 조리의 미학을 향유하는 일을 인생에서 포기한다면 당연히 남이 해주는 밥을 돈으로 사 먹는 게 편한 일이죠. 다만 재봉과는 달리 조리는 상품의 보존이 쉽지 않고 소비도 빈번하고 다양하다는 점이 장애물이 되고 있는 듯 하네요. 특히 식사의 아웃소싱은 내가 발주를 하지 않고 식당에 찾아가 서비스를 주는 대로 제공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상업적인 이유에서 건강하지 못하고 가성비가 좋지 않으며 개인의 취향을 확실히 반영하지 못하는 식사를 제공받는 경우가 많고, 이 점들을 충족하는 식당이 존재는 하겠지만 하루 3끼를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이 식당이 생활권 극근처에 있을 가능성도 낮죠. 현 상황에서 집밥의 의의는 말씀하신 식사 준비-정리의 프로토콜을 단련한 후에는,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앞서 말씀드린 조건들을 충족할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물론 개성을 고려하고 표현하는 재미도 있겠지요). 최소한 조리 유통과 재료 기획 같은 부분에서는 그런 부분을 충족하려는 판매 사이트들이 있는 모양이에요. 비싸고 멀지만 다른 부분들을 충족하는 식당도 있죠. 드론 운반이나 화물 운송 체계가 더 발전하면 언젠가 집에 주방이 없어도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합니다.
2015.07.31 17:57
2015.07.31 20:26
2015.07.31 21:58
2015.07.31 23:20
2015.07.31 23:36
2015.07.31 23:56
굴소스에 미원 성분이 듬뿍 들어가 있거든요.
2015.08.01 00:34
양질의 음식은 그토록(저역시) 공들이는 패션을 더욱 빛나게 하지요. 확실히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몸이 달라지는데 클렌즈 주스따위를 1년 내내 마실 수는 없으니까요.
외식은 아무리 걸러내더라도 확실히 집밥보다는 질이 떨어져요. 몸 라인에 도움을 주는 음식을 먹으려면 집밥이 최선입니다.
(집밥이 꼭 거창한 요리, 손맛 등을 뜻한다고는 생각 안해요.)
집밥을 안해먹는 저는 그래서...(쓰고 보니 슬프네요.)
어쨌든 업계 종사자로써 이글이 보그체라는 건 반대입니다!
2015.08.01 04:56
2015.08.01 05:59
2015.08.01 12:39
식당밥,시장반찬이 위생적이란 생각은 쫌... 그쪽 주방에서 하루만 일해봐도 입맛이 달아나실 겁니다. 모르는 게 약이죠.
2015.08.03 14:09
2015.08.06 11:26
댓글에서 나온대로 가치의 문제이기도 하니 어느정도 케바케 문제라 볼 수도 있겠네요. 요리라는 것에 효율을 따져보면 스킬이 쌓이기 전까지 그렇게 효율적인건 아니잖아요.
그래도 장기적으로 봤을때 식재료 고르는 안목도 생기고 실력도 쌓이면 꽤나 메리트 있는 취미이긴 하죠.
한국이 물가에 비해서 일반적인 식당 밥값은 그리 비싼게 아니라는 말도 있더군요. 웰빙이나 해먹는 음식에 더 가치를 둔다면 자기 인건비를 들여서 해먹는 거고, 그게 싫다면 사먹으면 되겠죠.
돈이 많아서 매번 맛있는거만 사먹을 수 있다면 집밥 생각이 별로 안날수도 있는거고.. 그게 아닌 사람은 또 매끼매식하다가 집밥생각이 날수도 있는거고..
전 집밥도 좋아하고 식당밥도 좋아하는데 둘중에 하나만 계속먹는것도 질리더군요. 적당히 절충하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