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0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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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나란지 잘 모르겠습니다? ㅋㅋ 일단 영화의 국적을 찾아보니 무려 9개국이 뜨구요. 감독님은 오스트리아 분이라는데 영화를 찍은 장소는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 캠퍼스이고 다들 영어를 써요. 하지만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니 대충 넘어갑니다.

 암튼 고등학교에요. 그것도 학비 비싼 럭셔리 사립 고등학교요. 이 곳에 어찌저찌해서 노백이라는 이름의 영양 교사가 부임을 했는데... 가르치는 게 일반 수업이 아니라 '의식적 식사법'이라는 생활 양식이에요. 자신이 무엇을 먹는지 분명히 의식하면서 먹고, 천천히 오래 씹으면서 한 끼에 조금만 먹고, 채소 위주로 먹고... 대충 이런 식의 요즘 트렌드에 맞는 것들을 종합해서 가르치네요. 그리고 이 선생의 이 활동에 자원 참가한 다섯 명의 학생은 대체로 선생의 가르침에 열광하며 '효과가 있어요!' 라고 외치는데. 음... 뭘 더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네요. ㅋㅋ 그냥 이 괴상한 수업인지 활동인지의 진행 과정을 따라가며 보여주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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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백 선생 나가신다~ 라는 짤인데 뒤에 흐릿한 남학생 체격이 더 눈에 띄네요. 키가 대체 얼마야...)



 - 일단 코미디입니다. 그것도 아주 뚱~ 한 느낌의, 뭔가 매우 유럽 아트하우스 영화구나... 싶은 스타일의 코미디에요. 마침 또 주연 배우가 폴란드계 혈통인 미아 바시코프스카이기도 하네요. 그러니까 아주 무뚝뚝하게 정색을 하고 이 선생의 가르침을 보여주는데, 배우 역시 늘 진지하고 정색을 하고서 맞는 말 같으면서도 묘하게 사이비 같은 이야기들을 줄줄이 늘어 놓구요. 카메라는 정적으로 가만...히 구경을 하다가 갑자기 수욱. 하고 클로즈업 들어갔다가 다시 또 쑤욱. 하고 빠져 나오고. 이러는 가운데 멜로디 없이 타악기 위주로 이루어진 음악이 가볍게 추임새를 넣어줍니다. 이런 식의 연출이 처음부터 끝까지 쭉 가요.


 배우들 연기도 이런 톤에 맞춰져서 대체로 무표정이거나 표정은 있어도 정적인 분위기거나 그래요. 미장센도 늘 그렇게 정적, 카메라 구도도 거의 다 고정에서 줌만. 그러니까 정말로 차분하고 침착하게 황당한 뻘소리를 하는 영화... 라고 생각하심 대략 비슷하겠습니다. 아. 그냥 부조리극이라고 하면 간단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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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같이 모여 '험~' 을 하는 장면입니다. 이때부터 뭔가 사이비 냄새가 나기 시작하죠.)



 - 근데 살짝 함정인 게. 영화가 정말로 진지한 척을 너무 열심히 해서 보다 보면 이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ㅋㅋㅋ 의도적으로 그런 톤을 유지한 걸 텐데, 그렇다보니 뭔가 좀 덜 웃겨요. 다들 너무 멀쩡한 사람들처럼 보이고 내내 되게 진지하니까 대체 어느 타이밍에 웃으라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감독이 이 영화를 웃으라고 만든 것이긴 한지 확신이 없습니다. ㅋㅋ) 이들이 저지르는 비현실적 & 황당한 행동들도 (클라이막스 전까진) 그렇게까지 막 나가는 건 아니어서 더더욱 안 웃기고, 종종 그냥 느리고 뚱하게 진행되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고 그렇습니다.

 뭐 감독이 애초에 의도한 톤이 이것이라는 건 잘 알겠습니다만. 그래도 뭔가 포인트가 되는 장면들이 적당히 들어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지금의 영화 상태는 너무 완만하기만 해서 집중력 유지에 난이도가 좀 있더라구요. 잠시라도 방심하면 바로 와장창!!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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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무리입니다 선생님!! 하고 뛰쳐 나가고 싶은 말이 적혀 있네요.)



 - 거기에 덧붙여서... 대체 뭔 얘길 하고 싶은 건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영화입니다. ㅋㅋㅋ

 이것저것 되게 많이 건드리는 이야기인데, 그 중 어느 게 핵심인지도 애매하고 또 그래서 결국 어쩌라는 건지도 드러내 주질 않아요. 그냥 모든 이야기를 다 하면서 그 모든 걸 다 모호하게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요즘 상류층 사람들을 풍자하려는 건 알겠어요. 워낙 고급 학교라서 학생들 집이 다 대저택 수준이고 집마다 유색 인종 상주 도우미가 꼭 있구요. 맨날 무슨 유명 쉐프 레스토랑 메뉴처럼 생긴 것들을 먹으면서 부모-자식이 대화를 나누는데 그 대화가 늘 공허하거나 권위적이거나 이기적이거나 그래요. 자식들도 마찬가집니다. 이렇게 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계속 뭔가 이상적이고 정의롭고 우아한 무언가를 추구하는데... 얘들도 거의 자기 부모들만큼이나 공허한 캐릭터들인 거죠. 그냥 선생이 들려준 말들을 녹음기처럼 반복할 뿐 그 비장한 어조 속에 자신의 내면을 나타내는 무언가가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노백 선생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그렇게 홀딱 넘어가 버리는 것부터가 얘들의 멍청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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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이런 장사 하는 사람을 학교 선생으로 냉큼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이상합니다. 장사는 문제가 아닌데 제품 포장지가... ㅋㅋㅋ)


 근데 그러는 와중에 노백 선생이 계속해서 외치는 "현대의 식문화는 단단히 잘못되었다!" 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꽤 진지합니다. 아무리 봐도 제 정신은 아닌 인물이 정말 황당한 방식으로 외쳐대는 얘기지만 어쨌든 그 메시지에 대해선 나름 진지해요. 등장 인물 중에 섭식 장애가 있는 캐릭터를 넣어둬서 이런 쪽으로 썰을 좀 더 풀어내는 전개도 있구요. 또 위에서 말했듯 다들 갑부들이라 쓸 데 없이 으리으리하게 해먹고, 그걸 다 남기고... 이런 걸 계속 보여주니 어쨌든 진지해 보입니다.


 이건 분명히 의도한 게 맞을 거야... 싶었던 건 맹신에 대한 경고... 랄까요. 이야기를 보면 학부모들도 노백 선생의 스펙 몇 가지만 보고선 금방 넘어가서 채용을 하고, 눈 앞에서 일이 터질 때까지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냅니다. 교장도 마찬가지구요. 학생들 역시 그래요. 그렇게 황당하고 수상한 소리를 해대며 괴상한 걸 요구하는데도 일단 믿기로 시작한 김에 그냥 끝까지 믿어 버리는 거죠. 뭔가 '피리부는 사나이'가 생각나는 이야기 같은데. ㅋㅋ 그거야 옛날 옛적 이야기지만 이젠 다들 똑똑해져서 알 것 다 안다고 자신하는 현대인들 역시 그렇게 쉽게 넘어가서 바보가 될 수 있단다... 이거 지금 보고 있는 너 말이야 너!! 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듯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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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수준을 넘어선 부자 집안 사람들이 나와서 평범을 넘어선 수준의 멍청함을 내내 자랑합니다.)



 - 아마도 취향에 따라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릴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적으로 무덤덤하게 흘러가는 못된 성향의 부조리극. 이라고 하면 대략 설명이 되려나요. 미장센은 예쁘고 화려하지만 그걸 보면서 '아름답다'라고 느끼게 만드려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눈요기를 하는 기분도 없구요. 배우들이 불꽃 연기 같은 것 보여 줄 틈도 없어요. 이야기를 이루는 부조리는 너무 심오한(?) 나머지 편하게 웃고 즐길만한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아마도 감독의 관심사를 이것저것 던져 넣고 이런 게 우리 세상이니 한 번 모두 다 생각해 보렴... 뭐 이런 식으로 만든 영화가 아닌가 싶었는데요. 이야기가 너무 모호하다 보니 결국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요. ㅋㅋㅋ 그래서 누구에게도 추천은 안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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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배우님 팬이라면 뭐, 한 번 보신다 해도 말리진 않겠습니다.)



 + 검색을 해 보니 노백 선생이 가르치는 '의식적 식사법'이 현실 세상에 존재하는 거였네요. 허헐. 비건의 시대는 갔다! 이젠 의식적 식사법!! 대충 이런 분위기로 등장했으나 비건만큼 흥행(?)하지는 못한 듯 하구요. 내친 김에 확인해 보니 노백 선생이 2단계로 내세우는 모노 다이어트 역시 원래 있는 거였어요. 그냥 제가 무식해서 모르고 오해를 하며 봤군요. 이런... ㅠㅜ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노백 선생이 가르치는 건 대략 이렇습니다.

 1단계 의식적 식사 : 음식을 먹을 때 최대한 잘게 자르고 입에 넣기 전에 세상에 나와 이 음식 단 둘이 있다... 고 상상하며 음식의 존재를 느낀 후 최대한 오래 씹어가며 천천히, 적게 먹어라.

 2단계 모노 다이어트 : 위의 방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 끼니에 딱 한 가지의 식재료만 먹어라.

 3단계 : 사실 음식을 먹어야 살 수 있다는 건 다 선입견이고 음모다. 안 먹어도 살 수 있다. 그냥 먹지 마(...)


 근데 노백 선생의 제자들 중엔 부자 아닌 평범한 가정의 전액 장학생이 한 명 있고요. 이 녀석은 처음엔 이게 뭔 개소리람... 이라고 말은 못하고 앞에선 네네 한 다음에 그냥 평소대로 음식을 먹고 삽니다. 하지만 동료들이 계속 눈치를 주고, 어르고 달래고 하니 나중엔 설득 되어서 (아마도 저 고귀하신 친구님들에게 인정 받고 어울리고 싶었나 봅니다) 동참하게 되구요. 그러다 마지막 단계에 이르자 그 중 두 명은 미쳤냐며 떨어져 나가는데, 그래도 다섯 명은 남아서 계속 함께 합니다.


 그러니까 얘들은 단식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인데, 놀랍게도 일상 생활을 제대로 영유해 나갑니다. 심지어 무용이나 피아노 공연을 하면서 평소보다 나은 실력을 보이기도 해요. 그래서 아아 역시 노백 선생 짱!! 이라며 좋아하지만, 그 중 최소 한 명은 남 몰래 음식을 먹으며 버티다가 들키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 녀석들이 집에 가서도 아무 것도 안 먹으니 학부모들이 난리가 납니다. 그러다 노백 선생이 이 중 한 남학생과 단 둘이 오페라 공연을 보고 왔다는 게 소문이 나면서 학부모 위원회가 열리고, 노백 선생은 해고 당합니다. 그러자 노백 선생은 분노에 파르르 떨며 이상한 동양풍의 제단 같은 걸 펴 놓고 '어머니!!!'라고 절규하며 괴상한 기도를 막 하네요. 알고 보면 정말로 사이비 교도였던 것인가...


 그렇게 노백 선생이 잘리자 선생을 따르던 학생들은 일상 보이콧을 시작합니다. 부모 앞에서 대놓고 반항하며, 음식을 먹은 다음에 그걸 접시에 토하고 태연하게 다시 집어 먹는 등등(...) 그러자 학부모들은 또 겁에 질려서 어떻게든 선생에게 도움을 받자! 고 해서 복귀는 안 시키지만 한 번 불러다 학생들을 만나게 해요. 그렇게 모두 한 자리에 모인 노백 선생은 아이들에게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번뇌를 떨치고 행복해진 걸로 보이는 학생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부모 말을 잘 들으며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고. 흐뭇한 기분으로 잠이 든 부모들이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라. 애들이 모두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자기들은 이곳보다 훨씬 행복한 공간에서 완벽하게 아름다운 삶을 살 테니 굳이 찾지 말래요. 당황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보이고, 현실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공간에서 동그랗게 손을 잡고 행복하게 웃는 노백 패거리의 모습이 보여요.


 마지막은 다시 학교입니다. 교장과 피해 학부모(?)들이 모여 앉았는데. 대체 자식들에게 뭔 일이 일어난 것인가... 를 알아야 하겠다고 호소하고 있구요. 증인(?)으로 와 있는 녀석은 하필 스키 여행을 다녀오느라 마지막에 노백 선생은 못 만나서 그 '완벽하게 아름다운 세상'으로 떠나지 못한 불운한 학생입니다. 그 학생에게 학부모들은 '대체 아이들에게 뭐가 문제였는지 모르겠어!!'라고 외치고. 학생은 어이 없다는 듯이 '그걸 정말로 모른다구요!!!?' 라며 쏘아 붙이고. (니들이 문제라고 니들!! 이란 투였네요.) 학부모들은 '응! 모른다고!!!!' 라고 대꾸하고... 그러다 맥없이 다들 자리에 주저 앉아요. 그리고 스탭롤이 올라갑니다. 올라가는 동안 그 사람들은 계속 멍하니 앉아 있습니다. ㅋㅋㅋ 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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