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힘든 원인이 뭘까요.

2011.02.02 00:43

Donaghy 조회 수:1726

남자는 여자가 조건만 따진다 욕하면, 많이 보이는 반박 논리가 있습니다. 

 

'여자는 한국 사회에서 무조건 조신해야 하고 남자 만나는데 선택도 못하냐?' 

'애낳고 사회생활에 제약이 많은데 그럼 아무나 만나냐?' 

'그리고 남자들은 여자 외모 따지잖아? 다를게 뭐야?'


이런거 보면서 느낀 건 남자는 짝짓기의 입문 과정의 어려움을 불평하고, 여자는 그 이후의 과정의 불이익을 걱정합니다. 이건 숙명적인 거지만 우리가 좀 심한 부분이 있죠.

 

이 문제는 서로 들여야 되는 물질적 노력이 과해서 그렇습니다. 구애와 결혼, 출산의 과정에서 들이는게 너무 많으니까 남자는 투자 회수를 원하고, 여자는 실패시의 리스크를 두려워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애할때 남자는 머슴이 되는데 결혼하고 나선 여자는 살림하고 집에 들어가는게 당연한 문화죠. 어떤 공동체이건 그런 속성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보면 극단적으로 집안이 얽혀서 결혼이 가문의 중간 평가자리까지 되니까요. 하지만 그런건 문화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선진국일수록 여자가 독립적이고 결혼 관련해서 당사자의 의지를 무시하는 악습과 폐단이 없고, 후진국일수록 강하지 않습니까? 저기 인도나 아프간 어딘가는 아직도 염소나 양 몇마리하고 딸하고 맞바꾸고 살겠죠. 그동네에서는 그게 군식구 입도 줄이고 남들도 다하는 당연한 선택이고..이런거 구체적인 사례는 뭐 유엔에서 알아서 정리했을테고..

 

그래서 저는 연애는 혼인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그 연애의 마지막 관문인 결혼에서 우리가 힘들게 가는건 어릴때부터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가치관을 주입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질에는 밝은데 인생에 필요한 질문에는 약한 그런 교육 말입니다. 서너살 짜리 애들이 '콘돔이 뭐야?' 물어보면 엄마는 '어디서 그런 나쁜걸 배웠어?' 등짝을 때리면서 시작하는 교육 때문이죠. 여기서 글을 본거 같은데..아무튼, '남자가 돈 못벌면 내가 먹여살리면 되지' 같은 게르만족의 위엄은 제대로 된 교육에서 나오겠죠. 전 재료 면에서 백인이고 흑인이고 황인이고 별차이 없고 어떻게 조립하느냐에 따라 의식구조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불행히도 교육칙어의 리비전인 국민교육헌장처럼 명쾌하게 새마을 인간상을 제시하였던 예전 시절과 다르게 지금은 우리의 성장에 걸맞게 더 넓어져야 할 의식에 들어갈 철학이 없고 그 빈 자리를 강력한 형태의 자극이 잠식한게 이 문제가 더 심각한 원인이겠구요.

 

예전의 인구수 90%가 양반이던 나라여서 그런지 특권의식의 발로로 허례허식이 퍼졌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내 자식은 귀하게 키워야지' 키워드의 배경이 아닐까요. 사춘기가 지나고 연애 시작하는 시기부터 엄마들의 '너는 꼭 잘난 남자 만나라' 식의 가정교육이 의식의 토대를 잡고, '집없고 차없는 남자하고 결혼시키려고 내가 너 키웠냐' 부모님과 '저런 능력없는 사람한테 평생 매여사나? ㅉㅉ' 이러는 친지들과 직장동료, 친구들의 기묘한 빈정거림 '남자가 살림 할수는 없잖아? 애낳으면 여자는 퇴사해서 집중적인 육아와 교육으로 2세를 인텔리계층으로 만들어야지' 로 요약되는 획일적 인생 설계관의 확산 등등의 사회적 압박을 받으면서 그냥 되는대로 상위 10% 이하와 하위 30% 이상의 평균 남자 중에 골라 결혼하기에는 여자에게 부담이 너무 큽니다. 저도 이해해요, 제가 여자라도 위에 열거한 푸쉬를 다 견디면서 그저그런 남자와 결혼 안하겠어요. 실존주의 철학을 들먹이지 않아도 인간성의 본질과 거리가 멀지만 세명이 거리에 호랑이가 있다고 말하면 어떻게 믿지 않겠습니까. 근본적인 원인은 가치관 때문이죠.

 

결론은 그런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구조를 좀 평등하게 바꿔야죠. 업퍼 클래스의 남자만 편한 승자독식 구조인데..당장 내 친구의 결혼상대보다 안이쁘고 돈 잘못버는 스펙 밀리는 남자/여자와 결혼하는건 내 인생의 손해니까 감당 할 수 없어도 뭔가를 바꿀 수는 있습니다. 친구가 결혼했다고 해도 그 배우자 출신 계급과 소득, 뭐 그런거 일절 묻지않기. 결혼 안해도 왜 안하냐고 묻지 않기. 애낳으면 네 선택에 있어서 남 눈치 볼 필요 없다. 교육하기. 정도? 다같이 어디 트레인스포팅에 나올법한 유럽의 상것들처럼 아무나 만나서 짝을 이루고 살면 좋겠지만 동방예의지국이 그런 걸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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