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상하이]는 시대극 겸 첩보극이 되고자 했지만 이는 절반만 성공했습니다. 보기 좋을뿐더러 연기력도 있는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가운데 세트나 의상은 나무랄 바 없지만 정작 영화 자체는 별로이니 공허하고 얄팍한 느낌만 남길 따름입니다. 신문기자로 위장한 미국정보원인 폴 소메스가 상하이에 도착한 후 옛 친구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파내려고 1940년대 상하이를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전형적인 느와르 주인공들을 접하는 거야 당연히 관심을 끌긴 합니다. 한데, 느와르 교과서를 베끼기만 한 것 같은 이야기는 가면 갈수록 힘을 잃고 주인공 내레이션 등으로 느와르 흉내만 내다가 결국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예정된 역사적 사건으로 결말을 대충 땜질합니다. 배우들이야 그 풍경 속에서 잘 차려입은 가운데 멋지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 실력을 이런 무능한 각본으로 어찌 그리 낭비할 수 있을까요? 좋은 느와르를 보고 싶다면 [윈터스 본]이 개봉했으니 그 영화 대신 보시길 바랍니다. (**)

 

 

[블루 발렌타인]

 우리가 처음에 주인공 딘과 신디를 만날 때 그들의 관계는 그들 사이에서 낳은 귀여운 딸이 있음에도 불구 소원합니다. 이러니 딘이 관계 개선을 위해 둘 만의 시간을 함께 보내자고 제안하고 그에 따라 둘은 한 번 시도를 해보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에겐 누가 붙잡고 있고 누가 떠나고 싶어 하는지 훤히 보입니다. 감독/공동 각본가인 데렉 시안프랜스의 [블루 발렌타인]은 이렇게 사이가 더욱 더 안 좋아져가는 그들의 모습과 그 옛날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가까워져 갔던 그들의 과거를 병렬시켜 가면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익숙한 이야기 전개 구조이긴 하지만, 주연인 라이언 고슬링과 얼마 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미셸 윌리엄스는 관계가 시작될 때나 소원해질 때나 설득력 있는 주인공들이고,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보는 동안 우리는 그들의 씁쓸함을 같이 공유해 갑니다. (***1/2)

 

 

 

 [컴패니 맨]

 [컴패니 맨]에서 벤 애플렉이 연기하는 바비는 걱정할 건 없어 보이는 37세의 회사원이고 본인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한데 요즘 미국의 불경기로 인해서 회사가 대거 감축을 하기 시작하면서 안전할 거라고 믿었던 자신마저도 잘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잘 적응하지 못해서 본인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갈등이 생기긴 하지만, 그는 아직 비교적 젊은 편이니 자존심만 조금 굽히면 그의 매형(케빈 코스트너) 밑에서 잠시 막노동하면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 창업 시절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평생을 거의 다 회사에 바친 필(늘 든든한 배우인 크리스 쿠퍼)의 경우는 정말 암담하기 그지없고, 주가 유지나 새 회사 본부 빌딩 건설 그리고 자기 이익 확보에나 신경 쓰는 자신의 오랜 친구인 사장 앞에서 회사 창립 멤버인 유진은 고참 중역으로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으니 무력한 슬픔을 느끼면서 뭔가를 정말 만들어내곤 했던 옛날을 그리워합니다(토미 리 존스는 이에 정말 딱 맞는 캐스팅입니다). 확 나가고 싶겠지만, 그렇다고 열심히 올라와서 얻은 안락함에서 걸어 나오기가 그리 쉬운 일입니까. 직장 해고를 주제로 하는 영화로써 [도쿄 소나타]의 그 암담한 구렁텅이까지 가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희망적으로 맺는 게 좀 아쉽긴 합니다만, [컴패니 맨]은 해고당하는 게 얼마나 암담한 지를 잘 전달해주는 괜찮은 드라마이고, 배우들은 각자 할 일을 다 합니다. (***)

 

 

 

[Gasland]

2008년, 본 다큐멘터리 감독 조쉬 폭스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가족이 소유한 땅을 천연가스 시추를 위해 임대할 수 있는 지를 묻는 편지를 한 에너지 회사로부터 받았습니다. 시추 과정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던 폭스는 이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기로 마음먹었고 자신들의 땅에 천연가스 시추를 허락한 주변 지역의 사람들을 찾아가 보았고 그 외에 여러 곳들을 찾아가 보았는데, 처음부터 그가 접한 모습은 그리 밝지는 않았습니다. Hydraulic fracturing라는 방법으로 천연가스가 여기저기서 새어나오니 한 장면에서는 수도꼭지를 틀고 나서 얼마 안 되어 라이터를 대니 불꽃이 확 터집니다. 게다가 땅을 파는 동안 온갖 화학물질들이 들어가서 지하수에 스며드니 주민들은 건강문제로 상당히 고생하고 있고 어떤 경우 물 냄새만 맡아도 머리는 어질어질할 지경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부시 행정부 덕분에 고삐 풀린 에너지 회사들 때문에 더욱 더 확산되어서 최근에 뉴욕 시 상수원이 위협받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폭스는 담담하고 정직한 자세로 천연가스 시추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고생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주는 동안 그들이 속한 큰 그림을 전문가들과 의회 청문회 영상 등으로 그려나가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잘 전달했고 그는 이 조그만 다큐멘터리로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1/2)

 

 

 

[세크리테어리엇]

 작년 추석 연휴에 나온 국내 영화 [그랑프리]에 많이 실망하셨다면 이 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1973년 미국에서 놀라운 기록을 달성한 경주마 세크리테리어엇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본 영화는 디즈니 가족 영화답게 이야기는 가끔은 너무 좀 건전하고 캐릭터들도 건전하게 단순한 편이지만, 감독 랜달 월레스는 결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에 일부러 힘을 주지 않으면서 모범적인 감동 드라마를 만들었고 좋은 배우들은 평면적인 캐릭터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다이앤 레인은 자신의 말에 대한 올곧은 믿음아래 포기하지 않은 가정주부 주인공이고, 존 말코비치는 그녀에게 고용된 캐나다 출신 조련사로 재미보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경주 장면들은 잘 만들어졌는데, 영화에 약간 시큰둥했던 저도 보는 동안 금세 관심도가 높아졌습니다. (***)

 

 

 

[올 굿 씽스]

 오스카 후보에 오르기도 한 다큐멘터리 감독 앤드류 재러키의 [올 굿 씽스]는 실화에 영감을 픽션입니다. 1982년. 뉴욕 부동산 거물의 아들인 로버트 더스트의 아내가 실종되었고 18년 뒤 더스트는 그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으로 인해 조사를 받았는데 일은 참 이상한 방식으로 흘러갔습니다. 아내의 실종에 그가 관련되어 있는지의 여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더스트의 아내는 여전히 실종된 상태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단정을 직접적으로 내리기보다 재러키는 주인공 인물들 이름을 바꾼 가운데 픽션을 만들었고, 우리는 어떻게 한 젊은 여인이 어쩌다가 자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 할 남자와 엮이고 그 때문에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 지를 차갑게 보여줍니다. 커스틴 던스트와 라이언 고슬링, 그리고 음험한 기운의 소유자인 시아버지를 맡은 프랭크 란젤라의 연기는 인상적이지만, 특히 고슬링은 우리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절대 이해 못할 사회부적응자 캐릭터에 거의 완전히 물입 합니다. (**1/2)

 

 

 

[글러브]

 강우석의 신작 영화 [글러브]의 문제점은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제대로 노력 안 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는 그 흔해 빠진 스포츠 영화 공식과 클리셰들을 충실히 따라가는 편입니다. 처음엔 별로 하고 싶지 않는 일을 맡게 되지만 결국 그 일에 진심으로 신경 쓰게 되는 주인공 김상남으로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경기까지 있을 건 다 있지만, 이 재료들과 도구들이 엉성하게 사용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고 이는 카메라가 가끔씩 원경으로 잡는 그 썰렁한 경기장들과 묘한 공명을 이루어내었습니다. 이러니 신파까지 동원해도 별 다른 효과는 없고(심지어 제 근처에 앉은 관객들은 실웃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0 상영 시간 144분 안에서 방만함만 보이고 캐릭터들은 그다지 잘 활용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배우들은 요즘 강우석 영화들에서의 연기 약점들을 훤히 보여 주고 있고 이는 [이끼]에서 꽤나 뻣뻣했던 정재영과 유선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유선이 맡은 나주원의 경우 1) 정재영이 맡은 개과친선해도 별 정이 안 가는 김상남에게 맞받아치거나 혹은 2)선수들 격려해주는 것 외엔 별로 할 일이 주어지지 않았고, 정재영을 보는 동안 저는 혹시 계약서에 날계란도 포함되었는지의 여부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그건 그렇고, 전 두 가지가 궁금해졌습니다. 1) 그렇게 소박한 고교 경기도 경기 중계자가 와서 일일이 해설해줍니까? 2) 스포츠 영화에서 코치가 언성 높이면서 중요한 말들을 선수들에게 해주는 건 의례이지만, 영화 속 청각 장애인들에게 그게 어떻게 다가올까요? (**)

 

 

 

[러브 & 드럭스]

 제이크 질렌홀이 맡은 제이미는 최근 직장을 잃은 후 제약 업체 영업 사원이 되어서 병원들을 돌아다니면서 회사 제품들을 온갖 수단들로 들여 놓곤 하는데,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의사로 위장하다가 젊은 나이에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매기(앤 해서웨이)를 만납니다. 부담 없는 관계를 갖기로 그들은 처음엔 합의했지만 놀랄 것도 없이 나중에 그들 사이는 진지해지고 그러니 매기의 병이 그들 관계에 부담을 지웁니다.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지만, 에드워드 즈윅의 [러브 & 드럭스]는 전반적으로 불균일하고 그게 어떤 분들에겐 매력으로 작용할지는 몰라도 전 시큰둥합니다. 제약 업계 풍자, 섹스 코미디, 불치병 멜로 등으로 뻔한 로맨틱 코미디 줄거리에 양념을 치는 시도는 해 볼만 하지만, 페이스가 워낙 들쑥날쑥해서 좋은 소재들을 충돌하는 일이 영화에선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불치병 멜로드라마 장면이 끝난다하면 금세 섹스 코미디가 따라오고 또 다시 진지해지니 불협화음만 생기지요. 배우들은 괜찮은 편이지만, 질렌홀과 해서웨이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사랑은 없지만 더 흥미로운 커플이었지요. 아, 그리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질 클레이버그가 본 영화에서 제이미의 어머니로 잠깐 나옵니다. (**1/2)

 

 

 

[걸리버 여행기]

 잭 블랙이 주연이라는 걸 아는 순간부터 원작의 그 날카로운 풍자를 기대할 수 없을 거란 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걸리버 여행기]는 그걸 대체할 만한 웃음이 그리 많이 있지는 않습니다. 영화 속 몇몇 농담들이 유치함에도 불구하고 절 재미있게 했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상영 시간 약 80분 동안을 농담들로만 이어가려고 하는 티가 아주 확연히 보이는 가운데 3D는 쓸모없다는 생각만 듭니다. 주위에서 듣던 것만큼이나 형편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볼만한 것도 아닙니다. (**)

 

 

 

 [The Art of the Steal]

  알버트 C. 반즈 박사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면서 필사적으로 보존하려고 했던 건 그의 미술품 컬렉션이었습니다. 당시 예술 평론가들과 달리 20세기 미술의 변화를 직감한 덕분에 그는 현재에 비하면 무지무지하게 싼 값으로 후기 인상파에서 초기 모더니즘을 아우르는 예술작품들을 다량으로 사들였고(반 고흐, 마티스, 세잔, 쇠라, 피카소..... 걸려 있는 것들만 보기만 해도 아찔할 지경입니다), 현재 그의 컬렉션의 가치는 무려 300억 달러에 달하게 되었는데, 반즈는 자신의 수집품들의 교육 도구로써의 가치를 중시했기 때문에 자신의 수집품들이 박물관 구경거리로 전락되는 걸 허락할 수 없었고, 일정 시간에만 개방을 허락하면서 보통 사람들에게 예술의 가치를 인식시켜주는 것에 힘쓰는 건 물론이고 사후에는 그가 미리 만들어둔 교육 재단으로 자신의 수집품들이 필라델피아 근교에 있는 자신의 저택을 절대 떠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이 귀중한 보물 상자를 탐욕스럽고 권력과 돈이 있는 인간들이 그냥 내버려둘 리는 없고, 본 다큐멘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된 이 파렴치한 과정을 적나라하게 고발합니다. 그들은 반즈의 철벽같았던 유언장을 멋대로 해석하고 변경하면서 부식시켰고 그리하여 한 인간의 필생의 업적은 조만간 완전 지상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적어도 그 귀중한 예술 작품들이 망가지지 않는 게 위안이긴 하지만, 마티스가 생전에 칭찬했던 그 멋진 장소를 왜 망치려고 합니까? “반즈 컬렉션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제정신인 장소이다.” (***)

 

 

[Best Worst Movie]

알라바마 주 한 마을의 치과의사 조지 하디는 보기만 해도 맘씨 좋은 아저씨이자 자상한 가장이고 그의 이웃들에게도 인기 많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는 또 다른 인기를 얻기 되었는데 그건 바로 옛날에 그가 로튼 토마토에서 0%를 기록했고 IMDB 평점 2.2의 괴작 [Troll 2]의 주연이었기 때문입니다. 본 다큐멘터리에서 보여 지는 그 영화 몇몇 장면들을 보면 왜 괴작인지 이해가 간 가운데 별로 보고 싶지 않지만, 그 영화에서 조지의 아들로 나왔던 감독 마이클 스티븐슨은 이 영화에 관련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이 괴작을 상당히 진지하게 생각하는 팬들이나(에드 우드 영화 팬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영화를 만든 후 각각의 삶들을 나름대로 잘 이어가고 있는 감독과 배우들과 스텝들을, 그리고 실망할 때도 늘 낙천적인 조지 하디를 보면 왜 가끔 DVD 스폐셜 피처들이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지 이해가 간다니까요. 이러니 정말 모 한국 영화감독의 제작 과정에 대한 냉철한 코미디 다큐멘터리가 보고 싶습니다. (***)

 

 

[Jack Goes Boating]

뉴욕에서 리무진 운전사로 일하고 있는 잭은 친구이자 동료인 클라이드와 클라이드의 아내 루시의 주선으로 루시와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코니를 만납니다. 잭과 코니 둘 다 내성적인 사람들이여서 처음엔 둘 다 서투르지만 상호 간의 절실함 때문에 둘은 천천히 가까워집니다. 잭은 루시의 맘에 들기 위해 수영을 배우고 요리도 배우면서 그의 쳇바퀴 같은 삶에서 차츰차츰 벗어나기 시작하지요. 한편, 클라이드와 루시 간의 관계는 오랫동안 덮어 두었던 과거가 다시 돌아오면서 허물어져가게 됩니다. 각색을 맡은 로버트 글로디니의 원작 연극에서 주연을 맡았던 필립 시모어 호프만은 주연뿐만 아니라 감독도 맡았는데 본인에게 익숙한 영역 안에서 작업했으니 그리 많이 부담은 많이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다른 동료 배우들로부터 좋은 연기를 잘 이끌어내었고, 결과물은 정감어린 소박한 캐릭터 드라마입니다. (***)

 

 

[컨빅션]

  1980년 메사추세츠의 한 마을에서 한 중년 여성이 무참히 살해당했고 2년 후 케네스 워터스란 동네 건달이 살인범으로 체포되었습니다. 이에 그의 여동생 베티 앤 워터스가 나서서 오빠의 무죄 증명을 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는데,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영화 소재로써 꽤 근사합니다. 고등학교 중퇴했지만 다시 복학해서 애들 키우면서 대학에서 학사, 석사 과정 따고 그에 이어 법학 학위까지 받아서 변호사가 되면서까지 오빠의 무죄 석방을 위해 노력했으니까요. 본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 드라마로써 전형적이고 뻔한 구석들이 많고 간간이 너무 좀 감상적으로 흘러가는 면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우리에게 [사랑과 영혼]과 최근에 나온 [왼편 마지막 집]의 리메이크로 익숙한 배우이기도 한 감독 토니 골드윈은 이 도식적인 이야기를 우직하게 밀고 나가고 좋은 배우들을 알맞게 캐스팅했으니 제 불만은 어느 정도 선에서 상쇄되었습니다. 주연인 힐러리 스왱크나 샘 록웰이 이야기의 진부함을 보완하는 동안 미니 드라이버, 줄리엣 루이스, 그리고 멜리사 리오도 모범적인 조연 역할을 잘 해내는데, 특히 줄리엣 루이스는 딱 두 장면들에서만 짧게 등장하는데도 강한 인상을 남기니 보스턴 비평가 상 협회상을 받을 만합니다. (**1/2)

 

 P.S. 의례적인 에필로그 자막에서 본 영화는 실화가 살짝 해피엔딩이 아니었음을 간과하더군요. 스포일러이니까 자세한 건 IMDB Trivia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킹스 스피치]

  [킹스 스피치]는 [조지 6세의 말더듬]이라고 봐도 될 것입니다. 1925년, 말더듬으로 영화 시작부터 치욕적 순간을 감당해야 했던 영국의 알버트 왕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치료사들에게 가보지만 별 진전이 없었고 남편을 안쓰러워하던 아내 엘리자베스는 호주 출신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을 개인적으로 한번 찾아가 봅니다. 라이오넬은 처음부터 알버트와 격식 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치료를 시작하고 그런 동안 알버트는 점차 나아져 갑니다. 얼마 전 PGA상을 받고 BAFTA에서 14개 후보에 오르고 아카데미에서도 12개 후보에 올라 [소셜 네트워크]와 한 판 승부를 벌일 [킹스 스피치]는 한마디로 전형적인 오스카 시즌용 감동 실화 드라마입니다. 한 장애 때문에 무력했던 실존인물, 그를 성심껏 보조하는 아내, 그리고 그를 돌파구로 이끌어주는 예상치 못한 친구, 그리고 이 셋의 관계를 통한 장애 극복과 극적 승리를 통한 감동적인 클라이맥스... 이런 전형성에도 불구 [킹스 스피치]는 만만치 않은 위력뿐만 아니라 재치도 많이 있는 드라마입니다. 시대극치곤 비교적 간소하고 심지어 절정 때마저도 작고 고립된 공간을 주무대로 삼지만 그 안에서 나오는 극적 효과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싱글 맨]에 이어 콜린 퍼스는 또 다른 훌륭한 명연을 제공하면서 현재 오스카 남우주연상 1순위가 되었고, 마찬가지로 오스카 후보에 오를 제프리 러쉬나 헬레나 본햄 카터(우리가 작년 판타지 영화 두 편들에서의 그 성질 더러운 모습과 180도 다릅니다)도 훌륭합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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