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0 14:56
언제부터인가 '썸 탄다'라는 말이 유행인데요
이게 단지 기존에 존재하던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가 새로 생긴것 뿐만 아니라 실제 '썸' 행위가 많아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썸'행위가 왜 만연하게 된건지 궁금해졌어요.
네, 아주 잉여잉여 스러운 의문이 든거죠.
전 남자들의 변화된 상황과 연관지어 생각했습니다.
결혼적령기에 다다른 남성들의 연애에 대한 태도, 행태가 바뀌었고 이것이 '썸'이 만연하게 된 배경이 아닐까? 하는 가설을 세워봤습니다.
어디까지나 가설이고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어서 검증은 포기합니다.
어차피 여성은 구애행동에서 수동적인 입장이라는게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변함없는 대세적인 것이었다면
남성이 여성에게 대쉬하는 양태가 적극적인 것에서 소극적으로 바뀐게 아닌가 합니다.
(생물학적으로도 대부분의 동물들에서 암컷보다는 수컷들이 구애활동을 하고 암컷은 비평가적 태도를 취하죠
이게 유전적으로도 매우 적절한 태도라는 학계의 주장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왜? 소극적으로 바뀌었을까?
왜 상대방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고 내가 상대를 좋아하는건지 사랑하는건지 아몰랑~ 상태로
관계를 밀당하는 양상이 생긴 것일까?
전 한국의 결혼적령기에 다다른 남성들의 사회경제적 불안이 결정적 이유가 아닐까 추정해봅니다.
뭔가 동하는 마음이 생기더라도 관계의 전망, 미래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크게 제한되는 상황에서
소극적으로 변하게 된게 아닐까 하는거죠.
일단 매력과 호감을 주는 이성을 포착하면 대시를 했던 예전의 남성들에 비해
그 후의 현실적 문제들이 주는 중압감으로 망설이게 되었다는거죠.
한마디로 말해 삼포세대라 지칭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사회경제적 처지가 썸대유행 시대와 관련이 있다는 가설입니다.
추세적으로 결혼연령이 점점 늦춰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참 이성에 관심과 열정이 드높은 생물학적 연령군이 그 에너지를 포기하기는 어렵고
본능적으로 이성에 끌리긴 하는데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어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
가끔 썸에 대해 다소 경멸적인 태도를 취하는 분들을 보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마녀사냥의 허지웅씨가 해당)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썸을 타는 젊은 세대들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프랑스에는 결혼외에 동거라는 사실혼 관계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정도로 일반화되었다고 하는데
한국도 이런 변화된 상황에 맞춰 결혼과 동거를 비롯한 남녀관계에 대한 사회적 법적 시스템이 머지 않아 바뀔지도 모르겠어요.
남성이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책임지고 돌격하기 어려운 변화된 사회적 조건속에서 문화와 제도가 영향을 받아 바뀌어 간다는건
제가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구축한다는 것을 신봉하는 유물론자여서만은 아닙니다.
보여지는 현상이 그렇고 또 그게 자연스럽고 바람직해 보여서죠.
먼저 적극적인 대시를 안내킨다는건 그만큼 책임도 덜 갖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전 이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하기에 여성들의 연애에 대한 태도도 결국 서서히 바뀌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관계에 대한 책임을 선제적으로 공유하고 연애에 대하여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거 말이죠.
여하간 세월이 하수상한데 젊은 청춘들이 연애질이라도 즐겁게 해야지 말입니다. 무슨 낙으로 사냐구요.
* 물론 썸을 어장관리용으로 써먹는 사람들은 별개입니다.
2015.06.10 15:57
2015.06.10 16:41
썸은 모르겠고 뒷부분 특히 공감합니다. 여성들의 연애에 대한 태도가 변해야 한다는 부분이요.. 먼저 대쉬하고 책임도 적극적으로 지고. 요구할 거 요구하고. 대쉬받길 기다리기보다는요.. 말씀하신대로 사회경제적 상황 때문에 남자들도 적극적이기 어려운 세상이 됐고 남자가 소극적이 된 '정도' 만큼 여성이 적극적이 되면 둘이 가운데서 얼추 잘 만나지 않을까 싶어요. 맞아요 팍팍한 세상 사랑이라도 뜨겁게 해야지요..
2015.06.10 17:58
썸은 말하자면 고백은 이미 서로 마음 확인이 끝난 다음에 하는 거라는 요즘의 풍속이 발전된 거라 할 수 있죠. 과거의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식의 반 스토킹 내지는 일단 찍는 게 임자라는 식의 뜬금없는 공개 고백 시절보다는 훨씬 진일보 했다고 봅니다. 예전에 비해 여성들이 좀 더 주도적인 포지션을 취할 수 있기도 하고요. 한 십년 전만 해도 여자가 먼저 고백하면 틀림없이 후회한다는 식의 택도 없는 이야기들을 금과옥조로 삼았던 거 생각하면 요즘의 젊음이 좋긴 좋지요.
2015.06.10 18:02
요즘 말하는 썸은 '좋아하는 마음은 확실한데' (현실적 여건때문에) 선뜻 사귀자고 하지 못하고 주저주저 연락만 하는 그런 애달픈 것 보담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인데 사귀자고 해버리면 발빼기가 어려우니까 일단 걸어는 두는 것, 즉 soboo님이 말씀하시는 어장관리용 썸이 더 많죠.
(저와 제 주변에서만 그럴 수 있음) 이런 경우에는 여자가 적극적으로 나간다고 해결되진 않죠.
그리고 사회경제적 상황을 고려할 때 여자들도 적극적이기 어려워요.
육아나 가사,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커리어단절 등을 생각하면 결혼을 주저하게 되는 것은 여자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저는 그냥 전혀 반대로 원래 있었던 걸 포장해서 팔아먹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유요? 아주 간단하죠. 연애하기 직전의 아슬아슬하고 두근두근하고 이럴까 저럴까 뭐 기타 등등등을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썸이란 말 자체가 썸씽이라고 어르신들의 용어였던거고요. (이걸 제목으로 노래를 낸 걸스데이의 패기 ㄷㄷㄷ)
아무튼 그건 그렇고 연애에 대한 여성들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는 혹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지금은 과도기적인 상황이고 데이트비용이나 결혼비용 옥신각신의 문제도 다 여기서 온다고 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