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9 23:29
제목 [21 브릿지: 테러 셧다운]의 원제 [21 Bridges]는 맨해튼에 연결되어 있는 21개의 다리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다리에서 벌어지는 액션 영화 같은 건 아니에요. 21개의 다리가 차단된 맨해튼 섬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지요.
사건은 이렇게 됩니다. 흑인남자와 백인남자로 구성된 이인조 강도가 브루클린의 레스토랑을 텁니다. 목표는 그 안에 있는
마약이에요. 하지만 일이 꼬여서 수많은 사상자가 나고 그 중에는 7명의 제복 경찰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범인들은 맨해튼으로 달아난 게 분명한 상황이라 NYPD는 21개의 다리를 차단하고 사냥에 나섭니다. 이 사건이
낮에 일어났다면 불가능했겠지만, 명령이 떨어진 건 오전 1시. 아침이 되기 전에 범인을 잡아야 합니다.
앙드레 데이비스라는 형사가 이 사건을 맡게 됩니다. 유능하지만 지나치게 총질이 잦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에요.
역시 경찰이었던 아버지가 살해된 과거가 있기 때문에 그러는 거겠죠. 데이비스는 두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고
추적을 시작하지만 이 사건은 보기와는 조금 더 복잡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느끼는 건 두 범인 중 하나인
마이클도 마찬가지예요.
진상은 무엇일까요. 눈치채기 어렵지 않습니다. 조금 도식적인 이야기거든요. 데이비스 형사와 마이클이
'여기 뭐가 더 있는 거 같은데?'라고 의심하기 전부터 관객들은 가능한 진상을 맞추어보기 시작하게 되는데,
여기서 가능한 반전은 얼마 안 됩니다. 이미 등장한 사람들을 갖고 미스터리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진상을
눈치채기 쉽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됩니다만, 영화는 이 모든 걸 대중적인 액션물의 플롯 안에서
깔끔하게 해결하려 합니다. 영화를 보면 뒷맛없이 편하게 나올 수 있고, 이건 그렇게 나쁜 게
아닙니다만, 그 결과 이야기가 좀 얇아졌다는 건 부인할 수 없어요.
도입부에 제시되는 스토리 설정만 보면 인종문제와 상관없는 것 같아 보아지만 데이비스 역의 채드윅 보스먼이나 마이클
역의 스테판 제임스는 컬러블라인드 캐스팅된 배우들이 아닙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다른 쪽에 선 흑인 남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상대하는 삶의 조건이 꾸준히 대사와 행동에 반영되지요. 늘 필요 이상의
의심을 받고 심지어 형사인 사람도 동료 경찰의 총질을 두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영화지요 단지 이들은 좀
뻣뻣하고 단순해서 드라마에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는 않습니다. 킬링타임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 액션물이고
사회적 이슈에도 깨어 있는 깔끔한 영화인데, 깊게 고민할 생각이 없어서 좀 애매한 지점에서 멈추어서 있어요.
더 잘 할 수도 있었을 거 같습니다.
(20/08/29)
★★☆
기타등등
채드윅 보스먼의 명복을 빕니다.
감독: Brian Kirk,
배우:
Chadwick Boseman,
Sienna Miller,
J.K. Simmons,
Stephan James,
Taylor Kitsch,
Keith David,
Alexander Siddig,
Louis Cancelmi,
Victoria Cartagena,
Gary Carr,
Morocco Omari
IMDb https://www.imdb.com/title/tt868863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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