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얼마전 트위터에서 본 옛날식 평양냉면을 고수하는 전국의 오래된 냉면집들 중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오류동의 평양냉면집을 방문하였습니다.


일단 첫인상은 제법 오래되어 보이는 식당과 메뉴 구성이 나름 신뢰를 주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육수라고 컵에 따라 줍니다. 정말 '육수'입니다. 이상하죠.. 원래 평양 냉면집은 '면수'를 주는데 육수라니.. 여기서 불길한 예감이 살짝 스칩니다.


반찬으로 나온 것이 겉절이와 무초절임 무침입니다. 겉절이는 고추가루가 잔뜩 뿌려져 있는데 매운 맛이 하나도 느껴지질 않습니다. 그런데 매우 짭니다.

무 초절임은.. 보쌈에 같이 주는 무쌈용 절인 무를 고추가루에 비벼 놓은 느낌입니다. 


뭐, 그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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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냉면이 나왔습니다. (원래는 평양냉면집에서는 으례히 그렇듯이 전을 시켜보려 했으나 냉면(7,000원)보다 비싼 전 가격(8,000원)에 주춤했고, 돼지고기 편육도 중, 대자라는 타이틀에 놀라 시키질 못했습니다.)


일단 면의 색은 메밀면 맞는 것 같습니다. 고명으로는 오이 초절임과 절인 무가 얹혀져 있고 삶은 달걀 반쪽.. 뭐 평범하고도 옛날식입니다. 괜찮습니다.

국물을 한 모금 마셔봅니다. 음.. 동치미 냄새 약간, 돼지 육수 냄새와 희미하게 쇠고기 육수 향이 있긴 있는 듯 한데.. 돼지고기 향이 강합니다.


음? 그런데 처음에 준 육수랑 맛이 다릅니다. 동치미 떄문일까요..? 어 그런데 쇠고기 육수 향이 거의 없습니다. 돼지고기 국물 맛이 너무 진하게 납니다.


조금 먹다가 식초를 약간 뿌려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국물맛이 완전히 변해 버렸습니다. 정말 이상하죠. 동치미 국물이 충분히 섞였다면 식초 좀 넣었다고 이럴 리가..


잠시 생각해 본 바로는 이렇습니다.


1. 돼지고기 편육이 부메뉴가 아니라 주메뉴 같다.

  이 점이 아마 육수의 비밀이 아닐까 합니다. 즉, 돼지고기 편육은 원래 냉면 육수의 부산물로 나와야 하는데 이 집은 거꾸로 편육의 부산물로 많이 나오는 돼지고기 육수를 냉면 육수 만들 때 쓰다 보니 비율이 높은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평양 냉면이라기 보다 남쪽 지방의 고기 국수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2. 식사 전 주는 육수의 정체..?

  식사 전에 준 육수는 분명히 쇠고기 국물 향이 진하게 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면수 대신 퍼 줄만큼 냉면집 육수는 풍족하게 만들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마도 이 육수의 정체는.. 음용을 위해 따로 준비한 육수가 아닌가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리 품질이 좋은 건 아니겠죠.


결론적으로 오늘의 평양냉면도 실패였습니다. 아주 맛 없는 것은 아니나 굳이 먼곳까지 찾아가서 먹을만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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