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26 15:06
전 인터넷뱅킹이나 폰뱅킹을 쓰지 않아요.
그렇다고 온라인쇼핑을 가뭄에 콩나듯 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굳이 먼 거리를 걸어서 ATM기기에 갈 필요도 없이
앉은 자리에서 편리하게 송금이 가능하지만,
그런 점이야 말로 고민할 시간을 줄이는 단점인 것 같아서 쓰지 않아요.
대신, 알라딘의 중고거래품의 경우처럼
무통장입금만으로는 구입에 제한/한계가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온라인쇼핑 전용 체크카드에 필요할 때마다 오프라인 입금 후 결제합니다.
은행에 입금하러 가는 도중에 물품 구입을 포기한 적도 몇 번 있어요.
그럴 바에 구입하기 전에 심사숙고 하면 되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직접 입금하러 걸어가는 도중에 특히 더 심사숙고 하게 되더라구요.
이게 제 나름의 버퍼링이고 로딩 과정인 것 같아요.
집에서 쓰는 인터넷 서비스는 광랜이 아니에요.
장롱에 가로막힌 덕에 서비스 교체에 어려움이 있어서 그냥 VDSL로 계속 쓰고 있지요.
그러다보니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볼 때면
언제나 일시정지를 해놓은 후 다운로드가 다 되기를 한참을 기다려야 해요.
다운받는 걸 기다리다보면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굳이 봐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럴 때면 조용히 해당창을 꺼버립니다.
옛날에 PC통신 하던 때도 생각이 나네요.
하이텔이나 나우누리 같은 경우 친구랑 아이디를 나눠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중간에 글이 날아갈까봐 (화면에 글이 남기는 했지만)
긴 글 같은 경우 워드프로그램에서 미리 적어놓은 후 문단 정렬하면서 수정보고 올렸었어요.
이런 것도 나름 버퍼링이라면 버퍼링이라고 할 수가 있겠죠.
인터넷 시대가 된 지금은 사고가 일어날 경우 창 자체가 날아가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저런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경우가 더 많아야 하는데,
PC통신 때처럼 버벅이는 것 없이 자유롭게 커서를 앞뒤로 움직여
글을 수정할 수 있는 상황이 돼서 그런지 글을 바로 적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간혹 날려먹기도 하는데, 이건 또 이것 나름대로 버퍼링이랄까 로딩이랄까..
그런 텀을 주는 효과가 있어서 '내가 굳이 그 글을 살려서 등록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하게 만들어요.
가끔 드는 생각이,
사람한테도 버퍼링이나 로딩 시간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 강제적으로라도 생각과 행동 사이에 간격이 주어지게 되고
덕분에 '포기할 수 있는' 순간이 좀 더 많이 주어지지 않을까 해서요.
항상 나 스스로는 많은걸 포기하며 살아왔던 거만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항상 사소한 말들이나
자잘한 행동들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바득바득 애쓰다보니
훨씬 더 중요하고 커다란 것들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게 아닐까 싶기도해요.
다리 깔고 앉아서 미친듯이 웹서핑 하다가
우유랑 과자 가져오려고 일어서는데 발에 쥐가나서,
그거 풀리는 동안 이런 거나 끄적이고 있네요..(;)
그러니까 결론은..
음..
과자 먹지 말고 좀 있다가 밥 먹을까?
..라고 써놓은지 한 5분?
발에 쥐는 풀렸고 이제 냉장고를 향해 갈 수 있는 상황이 됐는데...
밥이냐 과자냐 이전에,
이제는 이 글을 등록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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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이 글을 보고 계실 때 쯤
저는 이미 이 게시판 앞에 없을 것 입니다.
저는 과자를 먹고 있을 수도 있고,
밥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해주세요.
한 사람의 회원이 발에 쥐가 나서 움직이지도 못 하고
모니터 앞에서 쓸모없는 글만 타이핑 했었다는 사실을...
댓글의 배분 권리는 변호사에게 미리 말씀드려놨습니다.
여러분은 거기에 따라주세요.
부디..
내가 없더라도 댓글에서 서로의 댓글수를 놓고
다투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 굶주림 없는 냉장고 앞에서
hwih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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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그녀 10가지수칙 풍으로 쓰고 싶었는데 생각나는게 없어서..-_-;)
그렇게 해서 한번 더 봅니다. 돈 챙겨가면 그냥 보고만 오는게 아니라, 온김에 사버리자면서 충동구매할 일도 있어서...
제 나름대로의 버퍼링 주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