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4 17:45
"문재인 비겁하게 엉"
전투력 급상승하는 문빠들은 좀 더 참고 끝까지 읽어 주시구요.
뉴스를 접하고 바로 상상이 되더군요.
구름처럼 몰려들 학생들이 말입니다. 그것도 대놓고 우호적이다 못해 방긋방긋한 격한 환영의 분위기로
뭔 아이돌이나 유명 연예인도 아닌 정치인에 대하여 저 나이대의 여성들의 일반적 태도에서 한참을 벗어난
지난 총선에도 이야기 했었지만 20대 여성들의 문재인에 대한 오프라인에서 보여지는 저 뜨거운 열기는 한국정치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기이한 현상이고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선 길거리 유세를 다니는 문재인과 젊은 여성 유권자들의 포옹장면이 많이 보여졌었는데
다른 연령대도 아니고 20대 초중반 여성들 특유의 방어적인 태도를 감안하면 가히 충격적이기까지한 장면들이라고 생각해요.
저 자리에 지금 회자되는 야권의 후보군 누구를 세워도 저런 격하게 따뜻한 반응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남들은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치트키 같은걸 벌써부터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웃자고 '비겁하다' 라고 한거에요 ㅎ)
연령대는 다르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저런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동감한다는 측근의 해설에 의면
문재인은 이미지와 걸어온 길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2030대 여성들에게 존재하는 이상적인 아버지상(오글거리지만
이상적인 어른의 상과는 좀 결이 달라서 이렇게 표현하는걸 양해해주시길) 을 투영하는것 같다고 하는군요.
일종의 판타지죠. 대리만족이나 위안을 얻는다는거죠.
거기에다 문재인은 노무현정권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노무현의 절친인데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노무현의 슬픔과
거기에 지난 대선에서의 아쉬운 패배로 태산같이 단단하기만하여 거리감 있는 권력자 이미지보다는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라면 다들 겪어 보았을) 자신들처럼 뭔가 억울하고 답답한 사연들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 혹은
연민의 감정까지 엮이면서 저런 호응이 나오는게 아닌가 하더군요.
그렇게 보면 결국 문재인에 대한 저런 반응은 여성의 틀에 국한될 이유가 없는 것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저런 감정을 여성 고유의 것으로만 사고하는건 흔해빠진 고루한 편견이니까요.
저건 여성이건 남성이건 20대건 40대건 각자의 조건과 사정에 따라 보편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감정이고
결국 문재인에 대한 어떤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넘어선 감정이입? 의 상태를 보이는 사람들 상당수의 성향이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건 그 어떤 후보들도 따라잡기 힘든 대체하기 힘든 문재인의 정치적 자산이 되고 있는게 아닐까 싶구요.
야권 후보군에 새로 등장한 정치인들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음에도 (대표적으로 이재명, 안희정 등) 문재인의 지지율은 그만큼 빠지는게 아니라
도리어 조금이나마 오르거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 또한 이런 이유로 설명이 될듯 합니다.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나 실행의지, 능력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고통을 공감하고 치유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에 더 가중치를 두는
사람들이 문재인의 견고한 지지층의 핵심적 특징이라고 본다면, 어쩌면 지금 이시대 이 난세가 만들어낸 '영웅'이 있다면 그건 문재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더 아픈 상처를 만들어내고 더 절망스러운 상황이 될 수록 문재인이 부각되는 기묘한 상관성이 존재한다는거죠.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는 지난 4년 동안 스스로 문재인의 정치적 자산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될듯
전 5년전즘엔가 2012년 대선의 화두가 치유와 회복이 될 것이라 기대섞인 전망을 했었어요. 아마도 그런 야권 대중의 정서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이 후보가 된다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당시는 한명숙이 야권 인사중 가장 근접한 이미지였는데 일찌감치 정권과 정치검찰이 주도한 석연치 않은 과정을 겪으며
일찌감치ㅡ탈락해버렸고 문재인이라는 그럴듯한 후보가 나왔지만 아까운 시간들을 후보단일화에 낭비하면서 후보자신과 민주당 모두 너무 늦게 그 자신의 가치? 경쟁력의 핵심을 알아챘고 결국 큰 바람을 일으키기 전에 선거를 치루고 지고 말았죠.
그리고 다시 2017년, 대중의 해소되지 않은 열망은 또 화두가 될 수 밖에 없을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과연 문재인은 공감, 치유를 넘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비전을 보이며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혹은 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공감하고 믿음과 확신을 주는 다른 후보가 역전을 할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 후보나 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마 문재인의 저런 정치적 자산? 을 이해하고 수용하지ㅡ않으면
그 누구도 다음 대선에 이기기 어렵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국민적 관심이 박근혜 게이트에만 집중되는 것은 앞으로 길어도 한달을 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곧 게이트 피로감이니 촛불피로감이라는 개소리를 보수언론에서부터 떠들어 댈 것이고
시스템과 절차적으로 박게이트를 해결하면서 국민은 일상성을 되찾고 정치권은 책임 있는 대안을 구축해야한다고 내각제 개헌이니 뭐니
설레발을 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 그게ㅡ나쁘지 않을 뿐더러 불가항력적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선빵 맞고 멍 때리다 헐레벌떡 하지 말고 미리 미리 마음의 준비도 하고
권력교체 과정과 차기정부 나아가 새로운 국가에 대한 분명하고 명확한 대안과 비전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각론에선 아쉬움이 있으나 문재인이 질서있는 퇴진이나 지속적으로 국가개조, 대청소에 대한 메세지를 던지고 있는 것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문재인팀이 확실히 5년전보다 똑똑해지고 견고해진거 같아요.
제가 속한 정당에선 아직 드러나는 후보도 없고 정의당 지지층 중 60-70%의 사람들이 이재명을 선호하는 것으로 여론조사에 잡히고 있는데
전 아직은 이재명보다 문재인에게 더 마음을 두고 있는 편입니다 (제가 듀게에서 문빠들한테 일베충 소리까지 들으며 문재인을 깠었지만
선거는 맞춤복이 아니라 기성복을 사는 거니까요) 그를 비토할 이유가 없기도 하거니와 다음 대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새누리당 놈들에게 빼앗길 수 없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의 아쉬움이 좀 더 해소되는 방향으로 문재인이 더 주목해주고 문재인팀이 강해지길 바랍니다.
2016.11.24 18:13
2016.11.24 18:21
음....관련기사를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숙명여대가 대학가 동맹휴업을 가장 먼저 결의하고 정권퇴진투쟁에 나선 상징성을 고려한거 같습니다.
2016.11.24 18:29
그렇군요. 긴 본문에 비해 뻘플 성 댓글이었는데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11.24 18:30
2016.11.24 19:08
저도 문재인 엄청 좋아라 합니다. 다만 대통령으로서의 문재인이라면 생각이 조금 복잡해져요. 저는 지금이 평온한 시대라고 생각치 않고 난세라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이 난세를 헤쳐나갈 인재로서는 실행력이 좀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어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그러나.. 현재의 잠룡들이 (잠재적인 잠롱들 포한) 마땅한 대안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합니다.
2016.11.24 21:01
아뇨. 20대 여성들이 문재인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환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강남역여성혐오범죄 추모현장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정중하게 등장한 정치인이었기 때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겁니다. 아버지상은 개뿔. 젊은 여성은 아버지상인 중년 남성에 대해서만 긍정적으로 반응해야 합니까? 아직 어리기 때문에?
여혐 밭인 남성 정치인 중에(좌우 보수중도진보를 막론하고) 그나마 문제가 뭔지 여성들이 어떤 부분에 분노하는지 눈꼽만큼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유일한 정치인, 그것도 대권 후보급의 거물 정치인이거든요. 예를 들자면 이재명? 최순실 게이트 뻥뻥 터지자마자 여혐 발언부터 표출했던?? 소위 범야당 정치인 중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멀쩡한 인간이 거의 없잖아요. 그러니 지치고 짜증이 나는 거죠.
2016.11.24 21:43
그것도 하나의 계기가 될 수는 있겠죠. 그런데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한달전인 4월 총선에서도 이미 20대 여성들의 문재인에 대한 거리없는 호의적 반응이 있었거든요. 어찌 어느날 갑자기 한가지 사건으로만 한정치인의 지지층 형성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아마 지나온 시간들과 사건속에서 쌓여진 결과들이겠죠.
음.... 제 글에 대하여 반박조로 말씀을 하시는데 내용적으로는 별로 모순될 만한게 없거나 제 이야기와 별로 상관 없은 이야기를 하시는거 같군요. 예를 들어 전 젊은 여성들이 중년 남성에 대해서만 긍정적 반응을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적도 없고 그렇게 해석될만한 여지가 전혀 없는 이야길 한거 같은데요? 해당 사안이나 이슈에 대하여 뭔가 개인적인 어떤 억하심정이라도 있으신건지?
2016.11.24 23:54
2016.11.25 05:35
그 사건 이후에 인기였다는 게 아닙니다. 그 사건이 대표적으로 보여준다는 거죠.
본문과 크게 다른 말을 하려던 건 아닐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지요. 젊은 여성을 어떤 특정 성질을 가진 집단으로 대상화 시켜서 보는 글쓴 분의 어투가 우려스럽게 읽히는 부분이 있어서 좀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기는 합니다.
2016.11.24 21:50
2016.11.24 22:42
문재인은 지난 대선때도 여자들에게 인기 많았어요
우리도 잘생긴 대통령 한번 가져보자 이런 농담섞인 얘기도 많았죠
여자들뿐 아니라 남자들에게도 외모가 먹혔어요
어떤 옷을 입어도 옷발이 사니까 남초사이트에서도 사진만 올려놓고 찬양하는 분위기였어요
요즘은 해삼너구리님 말씀처럼 저런 행보까지 포함돼서 농담삼아 얘기하는 바람직한 육체에에 바람직한 정신이 담긴다는 말을 듣는 경지까지 올랐고요
그렇다고 여초에서 완전 지지만 받는것도 아니에요
문재인의 젠더 감수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꾸준히 올라와요
그에 반박하는 의견도 만만치않게 올라와서 늘 격론이 펼쳐지곤하는데
한가지 확실한건 지금 젠더 문제로 토론이 펼쳐지는 차기 대권주자는 문재인밖에 없어요
2016.11.24 22:46
이상적인 아버지상 ㄴㄴ 이상적인 남편상 ㅇㅇ 아빠같기만 해서는 저런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기 힘들고, 걍 저 나이에도 아직 이성으로서의 매력이 있는검미다.. 능력과 인품과 로맨스 그레이적 외모 삼박자를 갖춘 이상적인 남자 이미지인데 비슷한 예는 손석희 옹
2016.11.24 23:25
2016.11.24 23:37
2016.11.24 23:39
언어의 한계를 절감합니다. 사실 아버지상(혹은 어른상)이라는 표현도 제가 아닌 측근의 표현이었지만 옮기면서도 별 다른 고민을 해보지 않았는데.... 딱히 적당히 짧고 간명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라는 생각이 더 크게 드네요. 암튼 저도 아무리 그래도 남편상은 좀 아닌거 같습니다 ㅎ 온기? 그게 더 나은거 같기도 하고요. 차라리 전형적인 관계의 수사보다는 그런 쪽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싶군요.
오래전 한참 유행하던 프리허그 현상도 문득 연상도 되고 그러네요. 여하간 왜 하필 젊은 여성들이 왜 하필 문재인에게?라는 의문은 계속됩니다.
2016.11.24 23:27
대통령으로서 문재인은 의구심이 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정말 젠틀하고 바르게 보여요.
2016.11.24 23:43
동감합니다. 한편, 젠틀하고 바르게 보이는게 유독 정치인들 사이에서 군계일학의 매력으로 어필된다는건 그만큼 그 또래 남자사람어른들에게서 보여지기 어려운 모습이라는 것과 그 또래 어른들에게 젊은사람들이 바라는 모습이라는 것도 유추해 볼 수 있는거 같아요.
2016.11.24 23:57
2016.11.25 16:38
2016.11.25 20:00
2016.11.27 02:22
실제 숙대인과의 만남에서 현재 여혐 현상에 대한 정책적 대책을 묻는 질문에 "참여정부에서는 최초로 여성 법무장관,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을 기용했었다. 이와같이 유리천장을 깨는데 노력하겠다"라고 답하셨는데 저도 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여성 대통령이 되었다고 여성인권이 자동적으로 향상되는 것이 아니듯이, 극소수 여성들이 유리천장을 깬다는 것이 상징적인 의미 이상을 가지려면 다른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이 시국에 숙대에 오셨으면 보좌진들, 좀 더 참신한 대답 준비하셨어야죠! (애정어린 비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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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를 가려면 이화여대부터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장기 시위로 지금 이 사태를 촉발시킨 곳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