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확히는 51년전입니다. 1973년 작품이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12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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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시다시피 원제는 '야만의 별'쯤 됩니다만. 모국인 프랑스 외의 나라들에선 거의 '판타스틱 플래닛'으로 불리는 것 같으니 문제는 아니겠죠.)



 - 다짜고짜 외계의 어느 별에서 시작됩니다. '드라그'라는 행성에 사는 드라그족... 이라는 그 동네 빅사이즈 인류가 있구요. '테라'라는 행성에서 집어 온 '옴'이라는 애완용 인류(?)가 있어요. 근데 어디까지나 애완용 동물이기 때문에 딱 20세기 애완용 동물 취급만 받습니다. 시작부터 엄마 옴이 아기 옴을 안고 드라그족 어린이들에게 이리저리 희롱당하다가 결국 비참하게 사망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니 대충 분위기를 알 수 있겠죠.

 암튼 우리의 주인공은 방금 전의 그 아기, '테르'라는 이름의 옴이구요. 다행히 착한 주인을 만나서 곱게 잘 키워졌지만 기본적으로 그다지 온화한 성깔은 아니네요. 그래도 어찌저찌 잘 살다가 어느 날 주인이 사용하는 자동 학습 머신이라는 것을 접해서 필요 이상의 사고를 하게 되고. 당연히 탈출과 반란을 꿈꾸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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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엄마가 당하는 살벌 비참 끔찍한 장면들로 시작부터 임팩트를 콱! 주면서 시작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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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짤 아기의 일생을 다루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혹성탈출'의 인간 버전이랄까요...)



 - 일단 시각적으로 참 강렬한 작품입니다. 이 강렬함의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째로 그림이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그림이 아니에요. 혹시나... 하고 보고 나서 확인해 보니 정말로 작품 전체가 그냥 일러스트였군요. ㅋㅋㅋ 그래서 시종일관 공산품 느낌 전혀 없이 '예술 작품' 구경하는 기분으로 보게 됩니다. 

 둘째로 그렇게 그려진 그 그림들이... 참 기괴하단 말이죠. 멀쩡히 평화롭게 예쁜 그림이 한 번도 안 나와요. 만든 사람의 상상력도 그렇고 그림체도 그렇고 내내 기이하고 불쾌한 느낌을 깔고 가는데, 그게 무덤덤하면서도 냉정하고 가차 없는 이야기랑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그냥 그림들만 보고 있어도 심심할 틈 없이 괴상하구나... 불쾌하구나... 기이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다 끝내게 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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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단 무슨 고퀄 삽화 같은 느낌인데 이게 움직입니다. 솔직히 그렇게 많이, 역동적으론 안 움직이지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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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약을 하셨길래 이런 장면들을 생각하셨쎄여? 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계속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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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비주얼 임팩트 하나는 누구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일 겁니다.)



 - 담고 있는 이야기도 뭔가 그 시절 지식인들이 생각해 낼 법한 세상 풍자, 비판, 철학적 떡밥 투척... 이런 것들의 집합체에요.

 그러니까 '테라'라는 별에 살던 '옴'이란 생명체란 말입니다. 애초에 생긴 것도 딱 인간이고. 가리키는 게 너무나 노골적이잖아요. 근데 이 놈들이 외계로 강제 반출(?) 되어서 비참한 애완 동물의 삶을 산단 말이죠. 요즘이야 반려 동물의 권리까지 챙겨주는 아름다운 세상이지만 1970년대의 애완 동물이니까... ㅋㅋ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다른 동물들에게 군림하며 잔혹하게 구는, 그러면서 자기들은 아무 죄책감도 없고 오히려 착하게 산다고 착각하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구요. 또 후반의 전개를 보면 지배층과 피지배층에 대한 우화일 수도 있구요. 지식이라는 것이 어떤 힘을 주는가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중얼중얼. 암튼 그러한 쪽으로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와 소재를 담고 있는 심오한 이야기 되겠습니다. 뭐 그렇긴 합니다만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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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해답은 유혈 혁명 뿐!!! 레볼루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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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 짓을 하려면 일단 배워야죠. 배워야 산다!!!)



 -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그 '무덤덤함'이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덕택에 기이하고 잔혹한 정서가 팍팍 살아나면서 깊은 인상을 남기긴 하는데요. 에... 재미가 없습니다. ㅋㅋㅋㅋㅋ 보는 재미는 있는데 이야기가 별로에요.

 주인공이든, 주인공을 키우던 드라그족 아이든. 뭔가 깊은 드라마를 만들어 낼만한 설정을 갖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게 구현되질 않습니다. 특히 주인공 녀석은 거의 '혹성탈출' 3부작을 만들어낼만한 스케일의 모험을 합니다만. 그게 거의 요약식으로 무덤덤 건조하게 툭툭 전달이 되니 보면서 전혀 이입도 되지 않고 특별히 흥미도 안 생기고... 아마 중후반쯤에 이 놈이 드라그족에게 콱콱 밟혀 죽고 다른 아무나로 주인공이 전환되었어도 전혀 놀라거나 아쉽지 않았을 거에요.

 애초에 그런 걸 의도하고 만든 거라는 건 분명합니다만. 본인 의도대로 만들었다고 해서 재미 없는 걸 재밌다고 해줄 순 없으니까요. ㅋㅋ 재밌는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은 절대로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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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둘의 관계만 해도 딱 '혹성탈출' 식으로 대하 드라마를 쓰기에 충분한 관계입니다만. 그런 거 관심 없으시구요...)



 - 그래서 대충 마무리하자면요.

 좀 낡은 떡밥들이긴 해도 어쨌거나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이런 각도 저런 각도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류의 이야기구요.

 70여분의 짧은 런닝 타임을 가득 채우는 강렬한 이미지들만 구경해도 들인 시간의 본전은 충분히 뽑고도 남을, 가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야기 자체에서 재미를 찾을 생각은 하지 않으시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거. ㅋㅋ 본인이 요즘 너무 쉽고 건전하고 대중적인 작품들만 보고 살지 않았나 싶을 때 예술 작품 뽕을 짧고 강렬하게 채워줄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어쨌든 희한하고 튀는 거 좋아하는 저는 즐겁게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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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제품도 있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도 전혀 사고 싶지 않습니다!)




 - 곧바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주인의 자동 학습 기계 덕택에 급속도로 똑똑해진 주인공은 그 기계를 질질 끌며 탈출을 한다는 갸륵한 결정을 내리구요. 그래서 슥삭 탈출은 했는데 주인이 목에 채워 놓은 분실 방지 목걸이(...) 때문에 자동으로 질질 끌려갈 위기에 처하죠. 그때 숲속에서 튀어나온 다른 '옴' 여자애가 목걸이를 자르고 주인공을 구해줘요. 알고 보니 주인공 살던 집 근처에 탈출한 옴들이 모여서 만든 마을이 있었더라구요. 그래서 그 마을의 일원이 되는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힘들게 훔쳐 온 학습 기계를 마을 사람들과 나누며 다 함께 똑똑해지기 시작하고. 그런 지식들을 바탕으로 열심히 살아 남으며 세월을 보냈는데... 그러다 드라그족 사람들이 점점 더 개체 수가 많아지고 자기네 식량까지 훔쳐 먹는 이 나아쁜 야생 옴들을 박멸해 버리겠다며 나섭니다. 수많은 옴들이 처참 비참하게 죽어나가지만 그 와중에 옴들도 드라그족 한 명을 살해하는 데 성공하구요. 당연히 더욱 더 강력해진 박멸 작전을 피해 살아 남은 옴들은 똘똘 뭉쳐서 새로운 은신처를 찾아가는데...


 그 은신처가 바로 드라그족이 쓰다가 폐쇄한 우주선 공장이었습니다. 이미 알고 간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곳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며 연구하고 연습해서 우주 로켓 두 대를 만들구요. 그러자마자 다시 쳐들어 온 드라그족에게 또 다시 대부분이 몰살당하는 가운데 로켓 두 대는 발사에 성공합니다.


 그러고 그 로켓이 도착한 곳은 드라그족 별의 위성이었는데. 알고 보니 이 곳이 드라그족의 번식과 생존에 꼭 필요한 무언가(설명하자면 쓸 데 없이 복잡해서 생략합니다 ㅋㅋ)를 몰아 놓은 곳이었고. 신나게 그걸 파괴해대는 옴들에 의해 종족 멸망의 위기에 처한 드라그족은 결국 옴들과 평화 협정을 맺습니다. 그래서 그 위성은 그냥 냅두고, 그 옆에 인공 위성을 하나 만들어서 옴들은 그 곳에 모여 서로 안 건드리고 평화롭게 살기로 했다는 말씀.


 그리고 여기까지의 내용을 자동 학습 기계로 배운 드라그족 아이가 벙찐 표정을 짓는 장면으로 끝인데... 이 놈이 또 옴을 대신할 새로운 애완 동물을 안고 있었네요. 아마도 이 놈들도 옴들과 비슷한 경로를 밟게 될지도. ㅋㅋㅋ 암튼 이걸로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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