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1 23:44
[이노센트]는 주로 요아킴 트리어의 각본 파트너로 알려진 에스킬 보그트의 두 번째 장편 감독작입니다. 이 영화를
보니 [델마] 각본에서 보그트의 비중이 트리어보다 컸다는 걸 알겠어요. 소재나 분위기 면에서 유사성이 보입니다.
단지 [델마]는 언제든 다시 보며 즐길 수 있는 영화지만 [이노센트]는 좀 힘들겠어요.
이다와 안나라는 자매가 교외의 아파트촌에 이사오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이다는 10살 정도 된
아이이고, 조금 나이를 먹은 안나는 자폐인이에요. 그러니까 이다는 언니를 챙겨주어야 하는
동생이죠. 이다는 새로 온 동네에서 벤자민과 아이샤라는 친구를 사귀게 됩니다.
두 아이 모두에겐 초능력이 있습니다. 벤자민은 사물을 정신으로 움직일 수 있고,
아이샤는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이다를 따라다니면서 안나는 두 아이와
정신적으로 연결이 되고 이 세 아이 사이엔 네트워크가 형성됩니다. 그리고
안나는 조금씩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적어도 동생의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는요.
영화의 장르는 호러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괴물'은 아이들 자신입니다.
엄청난 힘이 생긴 이 아이들에게는 그 힘을 통제할 도덕적 책임감이 없습니다.
특히 벤자민에게는요. 인도계인 벤자민은 주변 남자애들에게 인종차별적인 괴롭힘을
당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이는 어른들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방법으로
그 아이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연 벤자민이 거기서
멈출까요? 새로 생긴 네트워크를 통해 계속 새로운 능력이 생기는 중인데요?
이 과정의 묘사는 종종 시어도어 스터전의 [인간을 넘어서]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다와 아이샤는 벤자민에게 맞섭니다. 아이샤(이 아이는 아프리카계 혼혈입니다. 영화가
인종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는 무리
중 가장 윤리적 기준이 가장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초능력이 없는
이다입니다. 처음엔 이다는 언니인 안나가 귀찮을 뿐인, 아주 나쁘지도, 아주
착하지도 않은 아이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다는 윤리적인
책임감을 기르게 되고 그에 맞추어 행동하게 됩니다. 그 중 일부는 어른들에게
아주 끔찍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요.
물리적 정도만 따진다면 영화의 폭력 묘사는 이 장르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온화한 편입니다. 하지만 폭력을 휘두르고 그 폭력의 피해를
입는 사람 대부분이 어린아이들이니, [이노센트]는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영화입니다. 가장 무서운 건 역시 우리가 습관적으로 쉽게 보는 아이들의 '순수함'
자체겠지요.
(23/09/11)
★★★☆
기타등등
이다와 이다의 엄마로 나오는 두 배우는 실제로 모녀입니다.
감독:
Eskil Vogt,
배우:
Rakel Lenora Fløttum,
Alva Brynsmo Ramstad,
Sam Ashraf,
Mina Yasmin Bremseth Asheim,
Ellen Dorrit Petersen,
Morten Svartveit,
Kadra Yusuf,
Lisa Tønne,
다른 제목: The Innocents
IMDb https://www.imdb.com/title/tt4028464/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52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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