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었습니다.

 

아마 오늘 내일쯤이 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요 며칠새 아롱이는 결국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물도 겨우 마시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어제는 물도 못마셨지요. 억지로 마셔봐도 다 토할 뿐...

 

아무것도 먹은 게 없는 데 구토를 여러번 하더니 결국 핏덩이가 왈칵 왈칵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숨소리가 매우 거칠어져 있었지만, 한편으로 그 숨소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에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동생은 몹시 안절부절했습니다.

 

아롱이는 동생이 차돌이가 낳을 적에 직접 탯줄까지 끊어줬었고, 그 어떤 개보다도 가장 사랑했고

 

아롱이도 동생을 몹시 사랑했습니다.

 

어제 하루종일 동생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마구 애처롭게 울어대곤 했고

 

결국 그것도 못할 정도로 지쳐버린 상태에서 거친 숨소리만 내뱉을 적에

 

어머니와 저는 아롱이와의 추억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어머니께서 소리치셨습니다.

 

아롱이가 갔다.

 

나는 정말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숨소리가 들렸는데...

 

코 앞에 손을 대봐도 느껴지는 것이 없었고 아무런 미동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도통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몸이 굉장이 따뜻했거든요.

 

어머니께서 아롱이를 담요로 감싸놓았고...

 

어머니께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멍하니 앉아서 보고 있던 제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저절로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어떻게 추스릴 도리도 없이 그냥 나와버렸습니다. 울음소리가...

 

동생이 잠깐 회사일로 집을 비운 사이에 일어났기에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

 

어.

 

...아롱이는?

 

어.

 

갔어?

 

어.

 

알았어. 집에 빨리 갈께.

 

그리고 돌아온 동생은 엄청나게 울어버렸습니다.

 

동생에게는 그야말로 딸과도 같았던 아롱이였기에 동생은 하염없이 울고만 있었습니다.

 

아아. 더 잘해줄 걸. 더 산책을 나가줄 걸. 내가 있을 때 가지 그랬냐... 그 회사일이 뭐라고... 미안하다. 미안해.

 

그 소리를 듣고 있던 저는 문득 아롱이가 동생을 가장 사랑하니까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얼른 떠난 게 아닌가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아롱이의 모견인 차돌이를 더 좋아했고, 아롱이와는 그냥 데면데면한 사이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내일하는 그 늙고 힘없고 냄새나는 그 고약한 아롱이의 모습에 마냥 슬퍼질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그 신음하는 아롱이를 뉘여놓고 그 옆에 나란히 누워 그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아무리 농담같은 것을 떠올려봐도 목에 칼이 들어온 것처럼 아파서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울어버린 것입니다.

 

잘가. 아롱아. 안녕. 차돌이랑 잘 지내고 있어.

 

15년의 견생. 고마웠다.

 

차돌이

 

 

아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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