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15 23:59
[공범]의 감독 국동석은 지난 10년 동안 박진표 밑에서 조감독으로 일해왔습니다. 이
영화의 아이디어도 아마 [그놈 목소리]를 작업하는 과정 중 얻었을 것 같아요. [공범]은
[그놈 목소리]의 메타 속편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그놈 목소리]를 보러 간
관객이 이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유괴범의 목소리가 가족의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면
어떻게 될까?
이를 위해 영화는 서로가 없으면 죽고 못 사는 부녀를 만듭니다. 아버지는 딸을
보살피기 위해 택배일과 기타 알바를 병행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고 딸은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원을 졸업하고 신문사에 취업준비 중이죠.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기는
건 딸 다은이 [그놈 목소리]와 수상할 정도로 비슷한 영화인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영화를 보러가면서부터. 왜 영화 끝에 나오는 실제 살인사건의 범인 목소리가 아빠
목소리처럼 들리고 심지어 아빠의 말버릇까지 따라하는 걸까요?
멋진 아이디어라고요? 그럴 수도.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아이디어에서 가장 멋있는 건 딸이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짧은 이야기의 반전으로 사용하면 딱 좋겠습니다. 시작으로
삼는다면 이를 넘어서는 아이디어들을 이후 계속 만들어내야 합니다.
영화는 여기에 대해 거의 생각이 없습니다. 아마 도입부와 결말들을 생각해내고
나머지 부분을 대충 채운 거 같아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나쁜 건 영화의
몸통이어야 할 '나머지 부분'입니다. 거의 대부분이 발전없는 지루한 반복이에요.
추리 파트는 엉성하고 앞뒤가 안 맞고요. 무엇보다 주인공 다은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갈팡질팡입니다. 정상이 아니냐고요? 그렇겠죠. 하지만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좋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평범하기만 해서는 안 되지요.
그나마 좋아야 할 앞뒤도 좋지는 않습니다. [악마의 속삭임]을 보러가는 장면은
그냥 억지로 끼워넣었습니다. 그냥 취직 시험에 나올까봐 봤대요. 첫 번째 결말은
아버지 캐릭터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김갑수가 열심히 연기를
해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영화는 뒤에 아무 쓸모없는
반전을 만들어서 캐릭터를 더 엉망으로 만들어요.
[공범]은 괜찮을 거 같은 아이디어를 끌어와 맥없이 망쳐버린, 그냥 못 만든
영화입니다. 연기지도에서부터 연출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중 상당수는 각본 단계에서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각색에
참여한 작가들도 모두 [그놈 목소리]의 메타 속편을 쓴다는 아이디어에 홀려 있었던
모양이죠.
(13/10/15)
★★
기타등등
이번 영화에서도 손예진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몇 걸음 앞에서 주저앉습니다.
대사나 캐릭터가 워낙 엉망이었으니 아무리 배우가 열심히 노력을 해도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이 배우가 자주 드러내는 통속적이고 얄팍한 연기가 계속
튀어나와요. 마음 잡고 변신을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보다 배우를
제대로 배려하는 감독과 영화를 고르는 게 먼저겠죠.
감독: 국동석, 배우: 손예진, 김갑수, 강신일, 김광규, 조안, 박주용, 이규한, 임형준, 다른 제목: Accomplices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Accomplices.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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