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사이트의 이중적 태도

2010.11.17 22:10

와구미 조회 수:6070

대부분의 남초사이트를 가보면 특이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는데요. 평소에는 '안생겨요' 놀이를 비롯해서 각종 커플 데이만 되면 유머를 빙자해서 커플들에 대한 온갖 질투와 자조가 섞인 한탄들이 쏟아집니다. 겉으로는 그런 날이 싫다고는 하지만 정작 여자친구가 생기면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여자친구를 사귀는게 지상최대의 과제인 마냥 여러가지 사연들을 쏟아내며 울고 웃고 서로 조언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마치 여자친구만 생기면 세상의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 처럼 보입니다. 여자친구가 없는 현실을 그런 환상으로라도 잊으려는건지 사이사이에 걸그룹의 동영상이나 움짤들을 올리고 서로 감상을 하기에 여념없습니다.


여기까지는 찌질한 남자들끼리 그네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노는 걸로 볼 수 있는데 문제는 그들이 여자 일반을 대할 때의 태도입니다. 징병과 군가산점 논의 가 벌어질 때, 일부 여성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XX녀, 김여사 등), 누가 조금이라도 남성에게 역차별 가능성이 있는 발언을 했을 경우 앞에서의 태도와 정반대가 됩니다. 여성 일반을 남성의 적으로 규정하다시피 하며 온갖 비난을 다 퍼붓게 되죠. 확대해석은 물론이고 편견에서 비롯된 주장도 여과없이 튀어나옵니다. 그들에게 페미니스트란 없는거나 다름없고 꼴페미들이 설치고 있을 뿐입니다.


최근에 여성 ROTC 사관생 모집에 대한 보도가 나오며 지원자들이 체력테스트를 받는 장면이 뉴스에 나왔는데 남자들이 보기에 체력이 아주 형편없었나 봅니다. 온갖 비난들이 쏟아지더군요. 저렇게 약해서 나라를 어떻게 지키겠냐, 저런 여자간부 밑에 있을 때 전쟁나면 겁나서 어떻게 군대가겠냐, (국방에 대한 사명감보다)스펙쌓고 안정적인 직업을 원해서 지원하는거다,  여군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등등. 아직 합격한 사람들이 아닌 단지 지원자들일 뿐이란 것과 뉴스에 나온 건 일부라는 걸 생각하지 않은 것도 우습고, 그 지원자들의 머리속에 들어갔다 온 것처럼 행세하는 것도 우습습니다. 게다가 ROTC에 합격만 하면 사관학교에서는 아무런 체력훈련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지 원...


체력이 간부의 모든것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 떠는데, 자신들이 군대에서 접했던 간부들은 모두 병사 찜쪄먹을 만큼 체력도 우수하고 돈벌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을 절대 하지 않고 국방에 대한 사명감이 투철했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간부의 비리나 비합리적인 행동에 대해 누구보다도 욕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예비역들입니다. 간부를 떠나서 자신들은 모두 투철한 군인들이었다고 생각하나보죠? 그런데 전투시에 장교가 사병보다 더 뛰어다닐 일이 뭐가 있나요. 더군다나 현대전에서 말이죠. 또 군대에는 전투병과만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하여간 여자 개인 앞에서는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하다가도 여자 일반에 대해서는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 남초사이트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고 있자면 재밌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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