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년단위 듀나눈팅족 싱 클레어입니다.

네ㅠㅠ지금 공익이 조기퇴소했다는 사실에 미칠거같습니다

당연히 저는 총도 못쏘고 남들은 수류탄으로 북괴놈 표적 턱턱 맞춰 쓰러트리려는 판에 제건 '아 저놈이랑 전쟁나가면 데스1 추가하겠구나' 싶은 제구력이지 말입니다ㅠㅠ

아 그런데 대대장이 훈시하시고 당연하게도 예비군들은 완벽한 아웃오브안중을 구사하고 있을 때, 대대장이 지역설명을 하며 충장로는 충장공의 시호를 딴 거린데 충장공이 누군지 아는 사람~? 이라는, 흔히 있는 '아는 사람이 아예 없는건 아닌데 말하면 괜히 잘난척하는것처럼 보이는것같은 상황' 이 됐지 말입니다. 그래서 아무도 대답 안하고 대대장이 흔한 뻘쭘한 어른의 헛웃음을 낼 때 대대장 구해드리려는 맘으로 "김덕령이요~" 라고 아주 심드렁하게, 샌님처럼 안들리게 말했습죠. 대대장이 흡족하시며 35번(제 번호)을 기억하겠다고 할때까지만 해도 별 기대 안했지 말입니다.

그리고 시작된 훈련은 공익인걸 안들키려고 사력을 다한 순간이었습죠. 6년차임에도 이 어색한 군대의 분위기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현역출신 예비역들은 자연스럽게 조교한테 반말 탁탁 하면서 일정같은것도 잘 물어봐도 저는 기껏 말할때도 존댓말로 하고, 담배타임이나 군모 벗는 타임, 심지어 총구를 어느 방향으로 하고 놓아야되나 들어야되나도 몰라서 눈치를 보며 중간에 끼어왔습죠. 사격할땐 웬지 소총을 잡은 내 손모양만 보고도 공익인줄 알아챌거 같아서 눈치보고.

잠시 딴소리지만 아무리 봐도 대한민국 남성들 사이에서 흐르는 그 규격화된 인간관계는 군대경험이 아닐까 싶지 말입니다. 내 위에 누가 있고 내 밑에 누가 있다는 것이나 짬밥먹고 우두머리가 되면 밑에 애들하고 있을때 입다물고 있지 않고 먼저 공통의 화제를 꺼내거나 대화의 포문을 여는 것. 혼자 자기세계에 빠지는것은 허용되지 않고 집단의 효율을 중시할 것 등등은 역시 군대경험이 일상적으로 내면화된 게 크지 않을지..

아무튼 그렇게 군인코스프레를 마치고 기대도 않던 조기퇴소자 발표에 제 번호가 있는 순간.

아 요 몇년간 지른 그 어떤 것이나 그 어떤 유흥거리보다 더 감격적이었네요.

단순히 조기퇴소가 아니라 뭔가 기존 질서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나와 대양으로 탈출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역사를 좋아해 사학과를 왔었고 그랬지만 역사덕에 득본건 이게 처음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구요

다른 조기퇴소자들은 다들 사격덕인데 저는 김덕령덕이라니!ㅋㅋ

장차 충장사를 찾아 참배라도 드리고 싶어요. 정말 이 세상은 상식대로만 100%흘러가지는 않는구나, 라는 말을 알기만 알았는데 제대로 체감되는 일이었어요. 듀게 여러분들도 반쯤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할 수 있는건 해보고 포기하세요!


고작 조기퇴소인데 뭔가 결론이 거창하네요ㅠㅠ 처음이자 마지막 조기퇴소라 마음이 들썩거려요ㅠㅠ

다음 글로 또 찾아뵙겠습니다ㅠㅠ 행복하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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