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로 보낸 하루

2020.09.27 17:47

어디로갈까 조회 수:580

간만에 우리 집안 탁구 계 늦둥이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6시간 남짓 대작을 해드렸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쉬지 않고 쳤는데도 웬일인지 피로감이 없네요.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저는 본격적으로 회춘한 걸까요?  그 참 별일입니다.

다 아시겠지만, 운동하기 전에는 비타민 C를 먹어두면 상당히 좋아요.  저는 아침마다 1000 mg 한 알을 복용하지만 운동 전엔 꼭 한번 더 먹습니다. 상식적으로 잘 알려진 항산화물질이죠. 사실 제가 이 나이에도 뽀샤시한 피부를 유지하는 건 비타민 C 복용이 주효한 것 아닐까 하는 막연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험험
탁구를 끝낸 후 잠시 하늘을 봤더니 구름이 너무 아름답더군요. (나흘 째 그래요.)  어떤 꽃들보다 탐스럽게 피어 있는 그 자태는 푸른 요정이 깃든 신비 같았어요. (그러나 철은 없어 보이는. - -)

<이웃집 토토로>에는 우람하고 신비로운 나무가 나오죠. 그 홀로 거대한 숲을 만들고 있는 한 그루의 나무를 본 기억이 있을 거예요. 그 나무가 뭐냐고 아이들이 묻자, 아빠가 대답하죠. "저게 히노키 나무란다."
우리나라 자막에는 '녹나무'로 되어 있던데,  히노키 나무는 '편백나무'가 정확한 번역입니다.
이 나무로 이루어진 푸른 숲은 한량없이 삼림욕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또한 탁구의 중요한 재료로 쓰이고 있어요. 일본의 키소 지방에서 자라는 히노키 나무는 탁구의 이상적인 소재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김택수 선수나 유승민 선수처럼 펜홀더를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뗄래야 뗄 수 없었던 친숙한 무기입니다.

히노키의 독특한 특성은  탁구에서는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어떤 소재보다도 힘차게 튕겨주면서도 표면에서는 거의 감촉하듯이 늘어붙는 감각이 굉장히 좋거든요. 탁구인들은 붙는 성질과 튕겨내는 성질의 이중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히노키에 매혹당하기 마련입니다.
촘촘한 결을 가진 단단한 히노키 블레이드를 보노라면 탁구를 쳐보지 않은 사람도 감탄사를 흘리더군요.  울 어머니가 그랬어요.  아마도 나무가 우리 몸에 축적된 감각의 기억을 일깨우기 때문인 듯싶습니다.
경쾌한 드라이브를 뒷받침해주는 히노키의 매력을 추억하는 것은 머리 속에서 울려퍼지는 바흐 음악의 울림과 비슷해요. 근데 저는 현악기 공법으로 제작된 바이올린이라는 블레이드로 정착하면서 히노키로부터는 애정이 좀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 감각을 평생 잊지는 못할 겁니다. 

덧: 아부지가 히노키 블레이드 값이라며 거금을 송금하신 걸 보고 힛죽 미소가 번져서 뻘글을... 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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