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1 01:48
켈리 레이차드의 [어떤 여인들]은 마일리 말로이라는 작가가 쓴 세 편의 단편을 묶어 각색한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세 명의 몬타나 여자들의 이야기를 순서대로 보여주고 나중에 각각의 이야기의 에필로그를 첨가한 구성이죠.
이들은 아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첫 번째 주인공은 두 번째 주인공의 남편과 불륜관계이고 세 번째
주인공 중 한 명은 후반에 사람을 찾기 위해 첫 번째 주인공의 사무실을 방문합니다. 하지만 직접 만나서
의미있는 대화를 하는 일은 없죠.
첫 번째 '여자'는 변호사인 로라입니다. 로라에겐 자기 말을 전혀 듣지 않는 풀러라는 고집 센 고객이 있는데,
산재를 겪은 뒤 8개월 동안 회사의 보상을 요구하던 그는 결국 인질극을 벌이고 맙니다. 어쩔 수 없이
그를 설득하기 위해 로라가 현장에 달려옵니다.
두 번째 '여자'는 지나입니다. 지나는 남편이 새로 짓는 집을 위해 이웃에 사는 앨버트의 마당에 쌓여있는 사암 덩어리들을
사들이려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사암에 얽힌 앨버트의 과거사를 들어주어야 하죠.
마지막 '여자'는 두 명입니다. 제이미는 목장에서 말을 보살피는 일꾼인데, 우연히 학교에 들렀다가 야간수업을 가르치는
풋내기 변호사 베스를 만나게 됩니다. 그뒤로 제이미는 꾸준히 야간수업에 참가하고 수업이 끝난 뒤에는 말동무가 되어줍니다.
하지만 베스는 오는 데에만 차로 네 시간이 걸리는 이 수업이 아주 힘들죠.
이 영화에서 눈에 뜨이는 특징은 관계의 일방성입니다. 세 편 모두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여자 이야기죠. 일반적인
영화에서는 이들은 조연일 것이고, 분명한 사연이 있는 풀러와 앨버트가 주연일 것입니다. 하지만 앞의 두 편에서 영화는
드러난 드라마를 파는 대신 여자와는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않는 남자와 그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하는 여자의
관계를 그리는 데에 더 관심을 가집니다. 이런 이야기에서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면 흔한 이야기라도 그림이 전혀 달라져버리죠.
레이차드는 이 주제를 끝까지 유지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마지막 에피소드의 원작인 [Travis B.]에서 제이미의
캐릭터는 원래 남자이기 때문입니다.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남자 이야기를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여자 이야기로
바꾼 것이죠.
세 편의 에피소드 모두 흥미롭지만 영화의 무게 중심이 쏠린 건 마지막 편입니다. 앞의 두 편은 여성관점에서 뒤집어 보기의
의미가 크고 전체 영화 안에서 볼 때 의미가 채워집니다. 하지만 마지막 에피소드는 그 자체로 완벽한 이야기예요. 아무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결말이 아주 아린. 로라 던, 미셸 윌리엄스,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같은 쟁쟁한 배우들을 캐스팅했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난던 배우는 제이미를 연기한 신인 릴리 글래드스톤이었고요.
(17/06/11)
★★★☆
기타등등
[Travis B.]는 뉴요커 웹사이트에서 읽으실 수 있어요. 여기로 가세요. http://www.newyorker.com/magazine/2002/10/28/travis-b
감독: Kelly Reichardt, 배우: Laura Dern, Michelle Williams, Lily Gladstone, Kristen Stewart, John Getz, Jared Harris, Rene Auberjonois, James Le Gros, 다른 제목: 어떤 여자들
IMDb http://www.imdb.com/title/tt446863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6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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