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 거리면서 쓰는 요새 근황.

2011.06.28 01:02

Weisserose 조회 수:883

0. 얼마전 30% 세일이라는 말에 뽐뿌받아 여름 옷을 싹 질렀습니다. 전에 이야기 한 것 같은데 1년여 동안 체중을 10키로 조금 넘게 뺏거든요. 그러다 보니 전에 입었던 옷들이


하나도 맞지 않는 겁니다. 특히 바지는 말이죠. 결국 얼마전 비장한 표정으로 백화점 의류 코너를 돌면서 30만원 조금 넘게 셔츠, 남방, 바지 등을 샀죠. 어릴적에는 그냥 재래시


장 가서 어머니랑 친한 아줌마 가게에서 어머니는 아줌마랑 수다떨고 저는 옷 입고 어머니는 품평하시는 그 순서로 옷을 사입었는데 이제는 평상복 조차도 백화점에 가서 폴로


니 갭이니 이런 걸 사게 되고 은근히 마트에서 파는 옷은 꺼리게 되는군요. (참 내.. 내가 언제 부터 이런 옷만 입었다고..) 그리고 속으론 '메이커 옷이 질기고 색도 안바래도 좋


아' 라고 자기합리화를 하죠. 모 의류 매장 가서 셔츠를 고르는 데, 가만 보니까 매장 점원이 비싼옷만 추천해 주는 겁니다. 네 그 옷 좋은거 저도 알죠. 그런데 그런 비싼 가격만


추천해 주니까 은근 빈정이 상해서 일부러 약간 가격대가 떨어지는 옷을 골라버렸습니다. 그리고 기습적으로 선택. 간만에 옷 사러 가서 진상짓 좀 떨었습니다. 점원들에게 미안


해 지는군요.



1. 지난 토요일 새벽부터 일어나서 인천공항 갔다 왔습니다. 누가 온다고 해서 마중 나갔어요. 갔다 오는 길에 효율을 중시하는 가풍에 따라 마트 세탁소에 맡겨놓은 산더미 같


은 세탁물을 찾아왔습니다. 무슨 세탁물에 어머니 겨울 코트 까지 있는지... 갔다 피자 한 판 사들고 오니 정오. 애인 없이 1년을 살아도 꿈쩍도 않지만 밥 한 끼만 굶어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찾아먹는 저에겐 경이로운 일이었습니다. 내가 끼니를 넘기다니...



2. 가족들과 언쟁을 하고 난 어느 날. 혼자 속상해서 며칠을 보내다가 생각난 구절이 있습니다. '딸 (아들)을 보려면 그 어머니 (아버지)를 보면 된다' 라는 말입니다. 아버지의 부


정적인 모습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순간 소름끼치게 나 역시 다를 바 없는 걸 보면서.. '옛말 그른거 없다더니..'라고 혼자 뇌까리게 됩니다. 남들 이라는 거울 속에 비치는 내 모


습이 참 씁쓸하군요. 전에 어머니랑 이야기 하다 그런 류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머니는 늘 하시듯이 '야 열심히 신앙생활 하면 그런거 다 없어져' 라시는 군요. 그냥 이 나이 먹


어서 부모님과 싸워서 이겨도 손해 져도 손해니 귀찮아서 아무것도 안하는데... 그냥 쓰게 웃고 말 뿐이죠.



3. 좌파에게 종교란 어떤 걸까요? 나름 헤겔의 유산을 물려받은 마르크스는 '종교는 사회에 존재하지만 전 처럼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그 자리에 철학이 대신할 것'이란 이야기


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르크스는 '종교는 아편 (치료하지 못하면서 고통만 못느끼게 하는 진통제)'이라고 했죠. 나는 내 스스로 좌파로서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그렇다고 열


성적인 우파라고 말하기도 쑥쓰러울 지경인데, 과연 종교란 지금 세속화 된 세계에서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봅니다. 



4. 오늘 한진 중공업의 경찰 진압 소식을 트위터로 봤습니다. 대한민국은 내전중이란 말이 와닿는군요. 꼭 총을 들고 싸우고 국가와 유사한 단체를 세워야 내전이 아니라 갈등 자


체가 법 안에서 해결될 모든 가능성을 무시한 한 쪽과 그 환경에서 어쩔수 없이 모든 걸 걸고 단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그 와중에 영리한 소수는 어떻게든지 자


기라도 살겠다고 항복하는 모습. 가끔 역사책에 역대 왕조에서 '풍속을 바로 잡았다'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면 누구도 정당하게 


살지 않고 오로지 로비와 아첨으로 살테니까요. 그리고 그런 사회가 절대로 건강할 수가 없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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