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06 18:51
요즘 말이 많은 저 동시가 어디가 문제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예민하고 어른들이 사소한 일에 과격하게 반응하기도 하지요. 초등학교 1학년 때 글씨를 이상하게 쓴다고 처음으로 선생님께 손바닥을 맞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선생님이 정말 괴물같이 느껴졌던 기억이 나요. 물론 저는 괴물의 심장을 꺼내고 싶은 아이가 아니라 괴물이 밉고 무서웠던 아이였지만요. 하지만 저 글을 쓴 아이가 특별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진짜 이상행동을 하는 것과 생각은 문제가 다르니까요.
하지만 저 글의 혐오성을 두고 나온 의견들 중에 '아이가 볼까봐 무섭다'는 말이 걸렸어요.
저도 만약 아이가 있다면 제 아이에게 저런 글을 읽게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가치판단이 미숙한 아이들도 있고 충격받는 아이도 있을테고. 저런 시를 썼다고 친구들에게 이상한 아이로 취급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거꾸로 저 시는 어른들이 읽어봐야할 시라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가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수도 있고. 사회적 메세지도 던져주는 흥미로운 텍스트라고 생각해요. 아동심리를 연구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처음부터 아예 성인용으로 출판되었으면 어땠을까요?
2015.05.06 19:39
2015.05.06 20:06
우리나라 학부형 파워가 좀 막강한 것 같습니다.
2015.05.06 20:44
2015.05.06 20:49
2015.05.06 21:05
저는 이해가 잘 안가는게, 학교에서 시 처음 배우면 맨 처음에 나오는게 시적화자와 실제 작가의 분리인데 저 사건에서 저 둘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사람을 단 한명도 못봤습니다. 저 어린이가 실제로 시적화자에 감정이입하고 있는지 가상의 모델을 상정한건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요. '꼴랑 열 살 밖에 안됐으니 그렇게 생각못하겠지' 인가요?
2015.05.06 22:53
2015.05.06 23:41
출판을 못한 것에 대해서 안타까워 하는 의견들이 많네요. 그런데 제 생각은 좀 다르네요. 출판을 못해서 해당 아이가 받을 충격에 대해서는 많이들 걱정하시면서, 정작 출판후에 현실적으로 해당 아이에게 직/간접적으로 올 충격에 대해서는 어찌 이리도 무관심한지 모르겠네요. 출판도 하기전에 이미 이 정도의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정도라면, 출판후에는 더욱 심해질 것이 불 보듯 뻔 하지요. 뭐 이미 아이가 누구인지 알려질대로 알려졌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학교생활 자체가 힘들어질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혹은 그 이상의 극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극성스러운 일부 학부형들이 문제라거나,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면서 논쟁의 소재로는 더 할 나위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 아이에게 현실적으로 무슨 도움이 될런지요 ? 엄연히 극성스럽다고 여겨지는 학부형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해당 동시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수많은 대중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데 말입니다. "네가 쓴 시를 가지고 우리 사회와 교육이 가지고 있는 병리현상들에 대해서 우리들이 갑론을박 할 터이니, 시를 쓴 너는 그에 대한 직/간접적인 비난과 비판을 고스란히 감당하면 될 것이다. 10 살이고 이 정도의 시를 쓸 정도라면, 그 정도는 감내하겠지 ?" 혹시, 이겁니까 ? 단지 관심을 끌고 싶어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욕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만 이런 쓸데없는 기우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10 살 아이에게 대체 어느 정도의 강력한 멘탈을 요구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 문제가 된 동시의 내용에 대해서 제 개인적으로는 전혀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이의 감수성과 재능에 대해서까지 폄훼 할 생각은 없습니다. 10 살이라는 나이에 '시' 라는 매개체를 이용해서 자신의 경험이든 감정 혹은 생각을 일단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최소한 창작자라면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서 행해지는 이유있는 혹은 이유없는 비판과 비난을 수용/반박하고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멘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점에서 출판을 강행한다고 했을 때, 이 아이에게 그 정도의 멘탈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동시를 쓴 아이를 위해서라도 출판강행보다는 중단이 이 시점에는 맞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건 무엇에 대한 굴복이나, 또는 예술/표현의 자유... 측면에서가 아니라 온전히 동시를 쓴 아이가 현실적으로 받을것이 확실해지는 여러가지 정신적 침해를 최소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해당 아이를 보호해주려는 출판사의 판단이라고 제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고 싶습니다.
2015.05.07 09:13
아이를 보호해주려는 출판사의 판단이라고 해석하시는 건 정말 선의로만 보신 듯.
해당 아이의 부모는 전량폐기에 대해 가처분신청으로 대응했다고 합니다.
2015.05.07 12:14
꼭 19금으로라도 출판돼주길 바라요.오랜만에 사서 읽고싶은 시집이 나왔는데요.
'동시가 아닌 그냥 시집'으로 출간되는 게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랬다면 논란은 없었을 것이고, 조용히 다른 시집들 사이에서 묻혔겠죠.
p.s. 전량 회수 폐기한다는 소식이 떴군요. 유감스럽습니다.
시로서 혹은 동시로서 적절한 지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어도 회수, 폐기는 아니라고 보는데요.
출판사의 맷집이 약한 것인지 지금의 사회가 게시판 여론 몰이에 취약한 것인지 ...